공주 피해 주민 "배수펌프장 없다니 말이 안 돼"
전문가 "많은 비에 수문 개방과 배수장도 한계 넘어서"
물바다 된 논산·공주 피해주민들 "수문 열었어야"
역대급 폭우가 며칠째 이어지는 가운데 폭우로 물바다가 됐던 충남 공주와 논산의 일부 피해 주민들이 하천 하류로 이어지는 수문을 닫은 게 화근이었다고 18일 주장했다.

지난 16일 오전 충남 논산 성동면 원봉리의 논산천 제방이 무너지면서 인근 화정리와 삼오리까지 폭우 피해가 확산하면서 주민 526명이 대피했다.

피해 주민들은 제방이 무너지기 전날부터 이미 논밭과 마을에 물이 들어차자 농어촌공사에 수문을 열어달라고 여러 차례 민원을 넣었지만 수문이 닫혀 있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김영신 원봉3리 이장은 "수문을 조금이라도 열어줘서 수위 조절을 해줘야 하는데, 하류 쪽 피해만 생각하고 수문을 열지 않았다"면서 "지금도 계속 비가 오는데 또 물이 들어찰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농어촌공사 논산지청은 마을 인근 원봉배수장과 상류에 있는 산동배수장, 왕전배수장 등을 가동해 최대한 침수 방어를 했으나 하루 평균 300㎜ 내린 폭우를 감당하기엔 역부족이었다는 입장이다.

물바다 된 논산·공주 피해주민들 "수문 열었어야"
농어촌공사 관계자는 "30년 전 즈음 수문을 한번 열었는데 하류인 개척리 쪽 주택가와 농경지가 침수돼 주민들의 심한 항의를 받았다 "최대한 배수장을 가동해 피해를 막으려고 했는데 이번 폭우는 배수장이 감당할 수 있는 설계빈도를 넘어선 양"이었다고 설명했다.

앞선 15일 급격히 차오른 물살에 주민대피령까지 내려질 정도로 침수 피해가 컸던 공주시 옥룡동에서도 주민들은 닫힌 수문과 배수펌프 시설이 없었던 점이 피해를 키웠다고 주장했다.

이날 오전 7시 33분께 금강 수위가 급격히 올라가며 범람할 위험을 보이자 공주시는 이를 막기 위해 옥룡동 인근에 있는 수문을 닫았다.

전날부터 쏟아진 폭우로 저지대가 많은 옥룡동 일대로 빗물이 급격히 모인 상황에 수문까지 닫히자 옥룡동 일대 하수관 곳곳에서는 빗물이 역류하며 30분도 안 돼 동네가 잠기기 시작했다.

옥룡동에서만 한평생을 산 정모(72)씨는 "이곳이 저지대라 비가 많이 오면 잠기기도 한다.

80년대에도 한번, 90년대에도 몇 차례 침수된 적이 있지만 이번처럼 30분도 안 돼 물바다가 된 적은 처음"이라며 "배수펌프 시설이 없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물바다 된 논산·공주 피해주민들 "수문 열었어야"
이에 대해 공주시는 금강 범람위험이 너무 커 수문을 닫을 수밖에 없었다는 입장이다.

시 관계자는 "대청댐 방류와 극한 호우에 서해안 만조 시기까지 겹쳐 강물이 급격히 불어났다"며 "수문을 닫을 당시는 이미 금강 외수위가 옥룡동 쪽 내수위보다 더 높았다.

강물이 범람해 민가를 덮칠 위험이 컸다"고 밝혔다.

이어 "옥룡동 일대는 침수위험이 있어 과거에도 배수펌프장 설치 의견이 있었지만, 그때마다 무산됐던 것 같다"며 "이번 호우의 영향으로 배수펌프장 설치를 적극적으로 검토해보겠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이번 폭우가 하루에만 300㎜ 이상 쏟아지면서 수문 개방과 배수장으로는 충분한 방어가 되지 못했을 것으로 판단했다.

이승엽 한남대 토목건축공학부 교수는 "수문 개방과 배수장은 홍수를 막을 수 있는 효과가 있지만, 이번처럼 비가 절대적으로 많이 내린 상황에서는 아무래도 한계가 있다"면서 "예상했던 비 보다 더 많은 양이 내리면서 제어하기 힘들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