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17일 흑해 곡물협정에서 탈퇴한다고 밝힌 가운데 미 백악관이 수백만명에게 피해를 입힐 것이라며 결정을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17일 외신에 따르면 애덤 호지 미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대변인은 이날 성명을 내고 “우리는 러시아 정부가 즉시 결정을 번복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그는 우크라이나에서 흑해 곡물 수출 협정을 중단하는 것은 식량 안보를 악화하고 수백만 명에게 해를 끼칠 것이라고 덧붙였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17일 기자들과의 전화 회의에서 “러시아 측 요구사항이 이행되지 않았기 때문에 이날부로 흑해 곡물협정은 효력을 잃었다”고 밝혔다. 그는 다만 “협정이 중단됐지만 러시아 측의 조건이 충족되면 협정 이행에 복귀할 것”이라며 협상의 여지도 남겼다.

흑해 곡물협정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에도 우크라이나가 흑해 항구에서 곡물을 수출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합의다. 지난해 7월 유엔과 튀르키예의 중재로 타결됐으며 이후 60일 단위로 연장해왔다. 그러나 러시아는 자국 농산물과 비료 수출을 보장한 협정이 지켜지지 않는다며 탈퇴하겠다는 압박을 해왔다. 17일은 협정 만료일이었다.

러시아 측은 ▲러시아농업은행의 세계은행간금융통신협회(SWIFT·스위프트) 결제망 복귀 허용 ▲러시아 선박·화물의 보험 가입 및 항만 접안 제한 조치 해제 ▲비료 수출에 필요한 암모니아 수송관의 우크라이나 구간 재가동 등을 요구해왔다.

러시아 외무부는 이날 “약속이 아닌 구체적인 시행 결과가 있어야 협정에 복귀하겠다”고 밝혔다.

노유정 기자 yjr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