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 낳으려 자신보다 10배 무거운 집 만드는 것
"복원하면 땅 건강해지고 기후변화 완화 도움"
'영차영차'…소똥구리가 경단을 굴리는 까닭은
'영차영차.'
지난 12일 경북 영양군에 있는 환경부 국립생태원 멸종위기종복원센터에서 한국에서 더는 볼 수 없을 줄 알았던 소똥구리를 만났다.

1970년대 이후 공식적으로 관찰된 적 없는 소똥구리는 지난 4월 한국에서는 멸종한 것으로 평가됐다.

이날 만난 소똥구리 부부는 '경단'을 만들어 굴리는 데 여념이 없었다.

경단이 소똥구리보다 커 보였지만 소똥구리는 멈추지 않았다.

부부는 파기 좋은 땅을 고르더니 멈춰 섰다.

한 마리가 경단 밑에 자리를 잡더니 모래를 조금씩 퍼 올렸다.

10분 정도 지났을까.

경단은 해수면 아래로 지는 태양처럼 자취를 감췄다.

이렇게 또 하나의 생명이 피어날 준비를 마쳤다.

소똥구리가 경단을 만들어 굴리는 것은 번식을 위해서다.

경단은 유충에게 밥이면서 집이다.

소똥구리는 경단 하나에 알을 하나씩만 낳는다.

여느 곤충처럼 최대한 많이 산란해 후손을 남기기보다는 하나를 낳더라도 제대로 키우는 방식을 선택했다.

소똥구리의 몸길이는 10∼16㎜인데 경단 길이는 평균 장경 19.49㎜·단경 16.61㎜로 더 길다.

무게도 소똥구리는 0.3∼0.4g이고 경단은 평균 4.22g이다.

자신보다 10배 무거운 공을 드리블하는 셈이다.

한국에 살았던 소똥구리류는 38종 있다.

이 중에서 똥으로 경단을 만들어 굴리는 행동을 보이는 종은 소똥구리, 왕소똥구리, 긴다리소똥구리 등 3종뿐이다.

왕소똥구리는 몸길이가 20∼33㎜라 확연히 크고, 긴다리소똥구리는 몸이 둥글어 구별된다.

편평하고 검은 등판에 광택이 없다는 점도 소똥구리의 특징이다.

과거 제주도를 포함해 한반도 전역에 분포했던 소똥구리지만 더는 가축을 방목해 기르지 않고 축사에서 항생제를 첨가한 사료를 먹이게 되면서 먹이원을 잃었다.

녹지화 사업으로 경단을 굴릴 때 방해되는 식생이 너무 많아진 것도, 살충제를 포함한 화학약품 사용이 늘어난 것도, 소똥구리가 기피하는 수분이 잘 빠지는 모래벌판이 사라진 것도 소똥구리를 멸종의 길로 가게 했다.

'영차영차'…소똥구리가 경단을 굴리는 까닭은
소똥구리는 그저 번식을 위해 경단을 굴리는 것일 테지만 생태계는 덕분에 건강해진다.

멸종위기종복원센터 연구진이 2020년 작성한 보고서에 따르면 소똥구리가 경단을 굴리고 모래에 묻는 과정에서 토양에 숨구멍이 만들어진다.

숨구멍을 통해 땅속에 머무르던 탄소가 순환하고 기생충 발생률이 낮아진다.

또 경단은 유기물질과 영양분을 함유하고 있어 천연비료 역할을 한다.

이것이 식물 생장에 도움을 주고 생물다양성을 높인다.

분해되지 않은 대형초식동물 분변을 그대로 둘 경우 생길 수 있는 파리나 기생충을 줄여준다는 이점도 있다.

소똥구리는 기후변화 완화에도 도움을 주는 것으로 기대된다.

연구진은 "인위적으로 만들어지는 온실가스의 18%는 목축업을 통해 발생하며 그중 상당 부분은 가축 분뇨에서 나온다"라며 "소똥구리류가 가축 분뇨를 분해하는 과정에서 온실가스를 감소시킨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라고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