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팝스타 테일러 스위프트와 비욘세의 월드 투어가 물가 상승을 부추긴다는 '투어 플레이션'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비싼 티켓 가격 뿐 아니라 주변 호텔 숙박비와 레스토랑과 콘서트장 안팎의 음식값 등 다양한 물가를 밀어 올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11일(현지시간) CNBC 방송은 "많은 국가의 물가 상승세가 지속되는 가운데 경제학자들이 음악 콘서트를 인플레이션의 잠재적 원인으로 지목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코로나19 팬데믹이 끝나면서 세계적으로 유명 가수들의 공연이 활발하게 재개되고 있다. 비욘세는 2016년 이후 첫 솔로 투어인 '르네상스'를 진행 중이다. 테일러 스위프트의 '에라스 투어'(The Eras Tour) 공연은 세계 각국 공연장을 잇따라 가득 채우고 있다. 이달 여행·레저 플랫폼 클룩에서 판매한 테일러 스위프트의 내년 3월 싱가포르 공연 티켓 패키지는 6시간 만에 매진됐다. 벌써 주변 호텔 예약이 가득 찰 정도다. 미국 록의 전설 브루스 스프링스틴을 비롯해 고별 투어에 나선 영국 팝의 황제 엘튼 존 역시 노익장을 과시하고 있다. 에드 시런은 월드 투어에 이어 북미 투어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오랜만에 재개되는 스타들의 콘서트에 팬들이 몰리면서 티켓 가격이 치솟고 있다. 지난 4월 브루스 스프링스틴의 뉴욕 메디슨스퀘어가든 공연 입장권은 5500달러까지 치솟았다. 수요에 따라 유동적으로 가격을 책정하는 알고리즘에 따라 팬들이 몰리면 가격이 급등하기 때문이다. 테일러 스위프트의 콘서트 티켓의 경우 정가 499달러에 팔린 지난 4월 애틀랜타 공연의 암표값이 3만5438달러(약 4700만원)까지 치솟기도 했다.

비욘세는 지난 5월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개최한 투어 첫 번째 공연부터 화제를 모았다. 스웨덴 통계청에 따르면 5월 스웨덴 소비자물가지수는 전 년 같은 달보다 9.7% 올랐다. 전월 상승률(10.5%)보다 하락했지만, 시장 예상치(9.2%)를 훌쩍 웃돈 수준이다. 북유럽 최대 은행인 덴마크의 단스케 은행 필립 앤더슨 리서치센터장은 "비욘세가 스웨덴 소비자물가지수에 영향을 미친 것은 분명하다"며 "스웨덴의 인플레이션 수치 가운데 호텔 가격 지수가 대폭 상승했다"고 전했다. 인구 1000만의 스웨덴 경제 규모가 비교적 크지 않다는 점을 고려해도 팝스타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력이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라는 얘기다.

다만 투어 플레이션이 가수들 때문은 아니라는 반론도 나온다. 경제학자들은 티켓값 상승 이면에 다양한 근본적인 요인이 있으며, 그중 일부는 광범위한 경제 패턴과 관련이 있다고 분석한다. 일부는 팬데믹 이후의 콘서트 문화와 관련이 있다고 지적한다. 프랑스 소시에테제네랄(SG) 은행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클라우스 바더는 "가수들이 오랫동안 투어를 하지 않아 팬들이 공연에 목말라 있었다"며 "개별 공연의 규모와 범위, 기간 측면에서 모두 매우 큰 투어를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디지털 음원이 보편화되면서 아티스트들의 수익 모델이 CD와 레코드 판매에서 콘서트를 통한 수익 창출로 바뀐 점도 콘서트 문화 활성화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