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들 "정쟁에 이용 말고 양평에 나들목이 있는 고속도로 조속 추진하라"
'종점' 위치에는 지역마다 다소 이견…일부에선 '여러 갈래 종점' 의견도
'범군민대책위' 출범…여권내 일각 주민투표 의견에 "민의 파악 도움될 것"
[르포] "지역 사정도 모르면서"…고속道 백지화에 양평지역 '부글부글'
"양평 사정도 모르는 사람들 때문에 지역이 연일 시끌시끌하고 어수선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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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양평 고속도로 건설 사업 백지화 논란으로 지역 숙원사업이 중단될 위기에 놓인 경기 양평군 지역.
10일 찾아가 본 양평읍 인근 양평대교 앞과 양평군청 앞 도로 등 도로변 곳곳에는 '왜 양평군민이 피해를 입냐? 서울-양평 고속도로 백지화를 전면 취소하라', '서울-양평고속도로 조속히 착공하라', '양평 군민의 염원을 정쟁에 이용하지 마라'고 적힌 플래카드가 곳곳에 내걸려 있었다.

이날 오전 군청 앞 광장에서는 전진선 군수와 12개 읍면 이장협의회 회원, 주민 대표 등 400여 명이 모인 가운데 '서울-양평 고속도로 추진 재개 범군민대책위원회' 출범식이 1시간가량 진행됐다.

행사장 일대는 참가자들의 투쟁가와 구호 소리로 가득했다.

이들은 '고속도로 IN! 정치 정쟁 OUT!', '잠실까지 20분! 이대로면 20년!', '고속도로 중단, 양평 행복 중단' 등의 문구가 적힌 어깨띠와 머리띠를 두른 채 사업 재개를 염원하며 불끈 쥔 주먹을 연신 위아래로 흔들어댔다.

손 푯말도 흔들며 나들목(IC)이 있는 양평 고속도로의 조속한 재추진을 목소리 높여 요구했다.

여야 등 정치권이 양평지역 숙원사업 실현 유무에는 관심도 없이 고속도로를 정쟁으로 이용하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곳곳에서 터져 나왔다.

[르포] "지역 사정도 모르면서"…고속道 백지화에 양평지역 '부글부글'
◇ "종점이 어디가 되든 나들목 있는 고속도로 설치해야"
이날 군청 앞에서 만난 장명우 범군민대책위 공동위원장은 "서울-양평 고속도로 사업은 지역 현안이자 12만5천 양평군민들의 숙원사업인데 여야는 정치 쟁점화에 열을 내고 있다"며 "정쟁을 당장 중단하고, 사업을 조속히 재개하라"고 말했다.

양평에 '나들목이 있는' 고속도로 건설 요구에는 주민들 간 큰 이견이 없었지만, 고속도로의 종점 위치에 대해서는 지역에 따라 다소 다른 목소리가 나온다.

나름의 이유를 들며 자신들이 거주하는 지역이 종점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양평읍에서 만난 윤우식 강하면이장협의회장은 "종점이 양서면인 노선안(예타안과 양평군 제시 1안)은 나들목 없이 지나가는 고속도로만 놓이는 것이라 안 된다"며 "강하면에 나들목을 놓고 종점도 강하면으로 곧장 놓으면 제일 좋고, 아니면 강하에 IC를 두고 양평의 중심지인 양평읍 근처 강상면으로 종점을 두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했다.

양평읍 원덕리에 사는 전규선(65) 씨는 "양평 발전을 위해선 강하와 강상 지역으로 차량이 진출입할 수 있게 고속도로를 놓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며 "많은 군민이 이용할 수 있게 해야지, 진출입로도 없는 고속도로는 안 된다"며 양서면 종점안에 반대 입장을 밝혔다.

건설 비용이 더 들더라도 종점을 여러 갈래로 만들어 고속도로를 놓으면 국민과 양평 주민들의 분열을 막을 수 있다는 의견도 일부 나왔다.

국토부의 기존 예타안과 양평군이 대안으로 제시한 1안의 종점 지역인 양서면에 거주하는 최성연(62) 양서의용소방대장은 "서울-양평 고속도로 건설 취지는 두물머리 근처 6번 국도의 교통정체 해소, 경기 동부권과 수도권을 잇는 교통편의 개선이었던 만큼 사업이 재개되면 이런 초심을 잃지 않고 노선을 정해야 한다"고 했다.

최씨는 이어 "국민과 양평 군민들을 위한 고속도로가 만들어져야 하는데 국론 분열이 지속되는 것을 막으려면 사업비가 더 들어도 종점을 여러 갈래로 두는 건설 방안도 검토할만하지 않냐"고 제안했다.

양평대교 인근 식당에서 만난 60대 주민은 "양평 고속도로라면 우리 지역에서 나오고 들어갈 수 있는 나들목(IC) 설치는 지극히 상식적인 방안 아니냐"며 "사업비 문제로 노선에 따라 '나들목 설치가 된다고 안 된다' 왈가왈부하는 것 자체가 이해가 안 된다"고 했다.

여권에서는 이처럼 거주 지역에 따라 양평 주민들의 의견이 엇갈리는 만큼 주민투표나 여론조사를 통해 정확한 민의를 확인하는 방안도 검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최성연 양서의용소방대장은 "그 의견 자체는 동의한다"면서도 "그동안 주민들은 언론을 통해서만 관련 정보를 접한 만큼 정부가 여러 노선안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고 주민투표를 하면 민의 파악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양평읍 주민 전규선 씨는 "어제(9일) 오후 군청에서 지역 기관·단체 임원과 회원 등 100여명이 모여 회의했는데 절반이 넘는 상당수가 강상면 종점안을 선호한 것으로 안다"며 "주민투표나 여론조사를 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오전 전세버스를 타고 와서 범국민대책위 출정식에 참여한 한 70대 여성 주민은 "우리 주민들은 정치권이 떠드는 특혜 의혹 그런 것에는 관심 없다"며 "우리군 지역의 발전을 가로막지 말고 빨리 고속도로 사업을 다시 추진해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르포] "지역 사정도 모르면서"…고속道 백지화에 양평지역 '부글부글'
◇ 종점 변경에 따른 '특혜 논란'…백지화 위기 맞은 양평고속도로
서울-양평 고속도로 사업은 2017년 1월 국토부가 발표한 제1차 고속도로 건설계획(2016~2020년 추진)에 반영되며 본격적으로 추진됐다.

이 도로가 개통되면 서울에서 양평까지 1시간 30분~2시간 남짓 걸리던 차량 이용 시간이 15분대로 대폭 줄어들 것으로 기대됐다.

2021년 4월 이 도로는 예비타당성조사(예타)를 통과했다.

잠정 확정된 이 고속도로 건설 사업은 경기 하남시 감일동에서 양평군 양서면까지 27㎞를 잇는 왕복 4차로 도로로 계획됐다.

총사업비는 1조7천695억원 규모였다.

2025년 착공, 2031년 완공을 목표로 추진됐다.

국토부는 지난해 7월 양평군 등 관계기관과 구체적인 노선을 논의했고, 이 과정에서 같은 달 양평군은 사업성 등을 고려해 예타를 통과한 노선 외 대안 노선을 새로 제시했다.

양평군이 제시한 세 가지 대안 노선은 ▲ 예타 노선 일부를 조정해 강하면 운심리 인근에 IC를 신설하고 양서면을 종점으로 하는 방안(1안) ▲ 강하면 왕창리 인근에 IC를 신설하고 강상면을 종점으로 하는 방안(2안) ▲ 강하면 88호선과 연결하는 방안(3안)이다.

국토부는 이 대안 노선 중 종점을 강상면으로 하고 강하 IC를 신설하는 방안(2안)을 최적으로 판단, 종점을 예타 당시 양서면에서 강상면으로 변경했다.

이런 계획은 올해 5월 전략환경영향평가를 위한 노선안이 공개되면서 알려졌고, 민주당 등 야권을 중심으로 논란이 제기됐다.

종점으로 낙점된 강상면에서 500m 떨어진 자리에 김건희 여사 일가 토지가 있는데, 국토부가 이들에게 특혜를 주고자 노선 변경을 시도했다는 의혹이다.

이를 두고 여야가 정쟁을 이어가자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 6일 사업 '전면 백지화'를 전격 선언했다.

민주당이 백지화 철회와 기존 예타안 재추진을 요구하자 여권 등에서는 기존 안의 종점 지역에 정동균 전 양평군수와 일가의 땅이 있다며 또 다른 의혹을 제기, 이 사업 백지화를 둘러싼 논란은 한동안 이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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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