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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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지난 4일 발표한 ‘2023년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에 보증금 미 반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책을 내놨습니다. 1년간 한시적으로 전세보증금 반환목적 대출에 한해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40% 대신 ‘총부채상환비율(DTI)’ 60%를 적용하는 내용입니다. 철옹성 같았던 DSR이 완화되는 것이지요.

DSR(Debt to Service Ratio)은 2017년 도입계획을 발표하고, 2018년 3월 은행권부터 순차적으로 시범운영을 시작했습니다. DSR은 소득대비 부채의 비중을 나타내는 지표이나 국가별로 사용하는 용어나 산출방식에 차이가 있습니다. 핵심은 차주가 대출을 상환할 수 있는지 그 능력을 판단하는 기준이라는 점입니다. 기존에 도입되었던 DTI(총부채상환비율)보다 DSR이 상환능력을 보다 엄밀하게 측정할 수 있는 지표로서 금융위기 이후 선진국들도 LTV(주택담보인정비율)보다는 DSR을 더 빠르게 정책에 활용하고 있습니다.

DSR 도입 이전까지 일선 금융회사의 가계대출 취급 과정에서 상환능력 심사가 충분히 이루어지지 못했던 측면이 있었습니다. 그 결과, 차주의 상환능력을 벗어난 과잉대출이 취급되거나 담보가치(LTV)에만 의존해 대출이 이루어지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제2금융권이라 언급되는 상호금융이나 저축은행 등에서는 도입당시 각각 261.7%나 111.5% 등 전체 DSR이 상당히 높게 산출됐습니다. 따라서 가계부채 증가로 인해 DSR 적용과 관리가 필요한 사항이나 개정의 필요성 또한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번에 도입된 전세보증금 반환 목적의 대출규제 완화가 대표적입니다. 지원대상과 대출금액 그리고 대출관리까지 명확함에도 언론과 방송에서는 부정적인 여론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 대출규제 완화는 임대인뿐만 아니라 임차인들에 대한 정책입니다. 임대차시장의 리스크를 관리하기 위한 방안으로 생각하는 것이 합당할 겁니다.

IMF(국제통화기금)가 분류한 17개 거시건전성 정책 중 규제적 성격의 주택담보대출 정책이라 할 수 있는 ▲LTV ▲DSR ▲대출제한 정책 등입니다. 그런데 이를 모두 사용하고 있는 선진국은 캐나다, 한국, 싱가포르 정도 밖에 없습니다. 심지어 오스트리아, 벨기에 등은 3가지 중 어떤 정책도 시행하고 있지 않습니다. 네덜란드와 영국은 2가지, 심지어 호주, 프랑스, 미국 등도 1가지 정도 정책만 사용하고 있습니다.

규제는 단순화해야 적용 받는 대상들이 느끼는 혼란이 줄어들고 실효성이 높아집니다. 최근 규제지역을 단순화하자는 논란도 이런 이유가 큽니다. 따라서 주택담보대출 정책도 DSR에 맞춰 일원화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3가지 정책을 모두 사용할 경우 정책의 중복문제 또한 발생할 수 있습니다. 선진국의 경우 2019년 현재 평균적인 LTV한도는 85.1% 수준입니다. 우리나라의 거의 두배 수준입니다. 문제는 LTV가 낮은 상황에서 DSR이라는 강력한 중복규제가 적용되면 실수요자들이 피해를 볼 수도 있다는 사실입니다. 중복에 따른 문제점을 면밀히 살펴야 합니다.

너무 자주 정책이 바뀐다는 점도 문제입니다. 선진국 중 주택담보대출 정책을 빈번하게 조정하는 국가는 대부분 아시아권입니다. 그중 한국은 타의 추종을 불허합니다. 2021년말에 발표된 국토연구원의 자료에 의하면 한국의 LTV한도는 총 14회, DSR(DTI) 13회, 대출제한 정책 총 3회가 변경됐습니다. 정책의 잦은 변경은 규제의 안정성과 지속성 측면에서 혼선이 제기될 수 있습니다. 향후 DSR 중심의 가계부채 관리가 지속된다면 그에 맞는 LTV나 대출규제 정책을 다시금 점검할 필요가 있습니다.

DSR이라는 정책은 강력한 규제이지만 주택담보대출의 기본은 LTV입니다. 우리나라는 주요국과 비교해 가계부채 중 주택담보대출 비중이 낮은 편입니다. 실수요자들이 피해를 보지 않도록 LTV 한도를 차주별 특성에 맞게 완화하는 방안도 함께 검토했으면 합니다.

<한경닷컴 The Moneyist> 심형석 우대빵연구소 소장·美IAU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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