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형식상 대표이사라도 산재보험 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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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업 중 사고 당하자 요양 급여 신청했지만
"대표이사는 근로자가 아니다"라며 거절돼
法 "등재 이후에도 기존 업무 진행... 근로자로 봐야"
"대표이사는 근로자가 아니다"라며 거절돼
法 "등재 이후에도 기존 업무 진행... 근로자로 봐야"
회사의 형식상 대표이사더라도 실질적인 근로를 제공했다면 산업재해보상보험을 적용받을 수 있다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7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4단독 장우석 판사는 A씨가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요양 불승인 처분을 취소해 달라"며 낸 소송에서 최근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A씨는 1999년부터 B사에 근무하다 2014년 1월 계열사인 C사의 발전소장으로 부임했다. 그는 2021년 5월 C사의 대표이사로 등재됐다. C사의 모회사인 D사가 상장을 준비하면서 D사 임원들이 C사 등기임원을 겸임하지 못하게 되자, 형식상으로 대표이사를 맡아달라는 D사 측의 요구를 A씨가 받아들인 것이다.
A씨는 이듬해인 2022년 3월 전기설비 작업을 하던 중 안전벨트 고리가 끊어져 약 10m 높이에서 추락하는 사고를 당했다. 허리 골절 등 중상을 입은 A씨는 같은 달 근로복지공단에 "이 사고는 업무상 재해"라며 요양급여를 신청했다. 하지만 근로복지공단은 "대표이사는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인정할 수 없다"며 A씨의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A씨는 처분에 불복해 소송을 제기했다. 그는 "대표이사로 등재된 것은 C사의 모회사인 D사의 경영상 필요에 의한 것일 뿐"이라며 "실질적으로는 D사의 지휘·감독에 따라 업무를 수행했고 근로계약상 고정급을 지급받았다"고 주장했다.
법원은 A씨 주장을 받아들였다. 장 판사는 "A씨는 실질적으로 임금을 받고 근로를 제공하는 근로자"라고 봤다. 이 판사는 "A씨는 대표이사로 등재 후에도 발전소장으로서 업무를 일정한 근무 시간과 장소에서 수행했다"고 밝혔다. A씨가 △출퇴근 △휴가 사용 △업무수행상황 등을 D사에 지속해서 보고한 점을 근거로 들었다.
법원은 A씨가 대표이사의 권한이나 혜택을 누리지도 않았다고 봤다. 장 판사는 "A씨가 대표이사 직함을 사용하거나 C사의 경영에 직접적으로 관여했다고 볼 자료가 없다"며 "지급받은 급여에 C사와 D사의 이익배당이 포함됐다고 보기도 힘들다"고 설명했다.
박시온 기자 ushire908@hankyung.com
7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4단독 장우석 판사는 A씨가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요양 불승인 처분을 취소해 달라"며 낸 소송에서 최근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A씨는 1999년부터 B사에 근무하다 2014년 1월 계열사인 C사의 발전소장으로 부임했다. 그는 2021년 5월 C사의 대표이사로 등재됐다. C사의 모회사인 D사가 상장을 준비하면서 D사 임원들이 C사 등기임원을 겸임하지 못하게 되자, 형식상으로 대표이사를 맡아달라는 D사 측의 요구를 A씨가 받아들인 것이다.
A씨는 이듬해인 2022년 3월 전기설비 작업을 하던 중 안전벨트 고리가 끊어져 약 10m 높이에서 추락하는 사고를 당했다. 허리 골절 등 중상을 입은 A씨는 같은 달 근로복지공단에 "이 사고는 업무상 재해"라며 요양급여를 신청했다. 하지만 근로복지공단은 "대표이사는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인정할 수 없다"며 A씨의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A씨는 처분에 불복해 소송을 제기했다. 그는 "대표이사로 등재된 것은 C사의 모회사인 D사의 경영상 필요에 의한 것일 뿐"이라며 "실질적으로는 D사의 지휘·감독에 따라 업무를 수행했고 근로계약상 고정급을 지급받았다"고 주장했다.
법원은 A씨 주장을 받아들였다. 장 판사는 "A씨는 실질적으로 임금을 받고 근로를 제공하는 근로자"라고 봤다. 이 판사는 "A씨는 대표이사로 등재 후에도 발전소장으로서 업무를 일정한 근무 시간과 장소에서 수행했다"고 밝혔다. A씨가 △출퇴근 △휴가 사용 △업무수행상황 등을 D사에 지속해서 보고한 점을 근거로 들었다.
법원은 A씨가 대표이사의 권한이나 혜택을 누리지도 않았다고 봤다. 장 판사는 "A씨가 대표이사 직함을 사용하거나 C사의 경영에 직접적으로 관여했다고 볼 자료가 없다"며 "지급받은 급여에 C사와 D사의 이익배당이 포함됐다고 보기도 힘들다"고 설명했다.
박시온 기자 ushire90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