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중구 명동 시내에서 에어컨을 가동한 매장이 문을 열어두고 영업하고 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서울 중구 명동 시내에서 에어컨을 가동한 매장이 문을 열어두고 영업하고 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6일 서울 지하철 2호선 신촌역에 있는 F 신발 가게 앞. 6m 폭의 통창이 활짝 열린 매장 앞으로 차가운 에어컨 바람이 흘러나왔다. 32도가 넘는 폭염에 지나가던 손님들은 시원한 매장 안을 찾았다. 신발 가게 직원은 “문을 열어두면 확실히 드나드는 손님이 많아진다”며 “폐점 시간까지 늘 열어둔다”고 말했다.

서울 명동과 신촌 등 주요 상권에서 문을 열어둔 채 에어컨을 켜는 ‘개문(開門) 냉방’ 영업이 올해도 반복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 이후 정부 단속이 느슨해진 틈을 타 문을 열고 영업하는 가게가 더 늘고 있는 것이다. 이날 한국경제신문 취재팀이 서울 지하철 4호선 명동역 인근 명동거리 500m 내 64개 매장을 둘러본 결과 54개(84.3%) 매장이 개문 냉방 중이었다. 신촌 일대는 신촌역 1번 출구부터 연세대 정문까지 450m 내 37개 매장 중 22곳(약 60%)이 문을 활짝 열어뒀다.

명동에서 옷과 화장품을 파는 한 가게의 문 앞을 지날 때는 거리의 중간 지점에서도 찬바람을 느낄 수 있었다. 안으로 들어가 보니 층마다 4~8개의 에어컨이 ‘풀가동’ 중이었다. 에어컨 바람에 옷깃이 펄럭일 정도로 강한 바람이 쏟아졌다.

상인들은 코로나19 이후 유동인구가 줄어 개문 냉방을 할 수밖에 없다고 호소한다. 신촌에서 의류매장을 운영 중인 상인 A씨는 “더운 날씨에는 문이라도 열어놔야 시원한 바람에 행인들이 쳐다본다”며 “문을 열어두면 손님이 20~30%는 늘어 상시로 문을 열어둘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정부가 단속을 재개해도 개문 냉방을 이어가겠다는 상인들도 있었다. 정부는 2011년 블랙아웃(대규모 정전)을 겪은 뒤 전력 낭비를 막기 위해 개문 냉방 단속을 매년 시행했다. 하지만 코로나19 확산과 함께 환기 등 방역 수칙이 중요시되면서 2020년 이후엔 제대로 된 단속을 하지 않고 있다. 명동에서 화장품 가게를 운영 중인 B씨는 “전기요금이 많이 나오고 과태료를 받을 위험은 있지만, 매출이 쪼그라드는 것보다는 낫다”고 말했다.

개문 냉방으로 인한 에너지 낭비는 상당하다. 한국에너지공단에 따르면 개문 냉방 영업 시 필요한 전력량은 폐문 냉방 영업 시보다 약 1.4배 증가했다. 전체 전기요금은 약 1.3배 높게 나오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 창의융합대학 교수는 “상업용 전기를 원가 이하로 공급하다 보니 개문 냉방을 ‘합리적인 선택’으로 보게 되는 것”이라며 “가격 정상화 등을 통해 전기를 절약할 수 있는 유인책을 제공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안정훈 기자 ajh632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