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3년 후 주택 시장의 '예정된 미래'
지금 아파트 공급(분양)이 이뤄지지 않으면 3년 뒤 집들이는 불가능하다. 주택시장 불변의 진리다. 아파트는 분양(착공)부터 준공까지 공사기간(공기)이 약 3년이다. 절대 공기만 그 정도다. 원자재인 토지를 사고 인허가받는 과정은 길고, 더 험난하다.

지난해 공사비 급등과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중단 등의 여파로 올초부터 주택 공급 메커니즘이 크게 흔들리고 있다. 분양, 인허가, 착공 등 상반기 주택 공급 통계를 살펴보면 3년 뒤 ‘공급 공백’의 부작용이 눈에 선하다. 지금 공급 부족을 메우는 총력전에 나서지 않으면 3년 뒤 입주대란을 책임져야 하는 건 정부, 구체적으로 국토교통부다.

상반기 주택 인허가, 착공 반토막

한 부동산 정보업체 조사에 따르면 지난달 전국 아파트 분양 계획 물량 중 26%만 공급됐다. 4가구 중 1가구만 청약시장에 나온 것이다. 원자재값 인상과 미분양 부담 등이 더해지며 공급이 미뤄진 탓이다.

분양시장 침체와 미분양 우려로 상반기 누적 분양 물량도 크게 줄었다. 지난 1~5월 전국 공동주택 분양은 4만6670가구로, 전년 동기(9만6252가구)보다 51.5% 감소했다. 이 중 수도권은 2만8554가구로 40.7% 줄었다.

상반기 주택 인허가와 착공도 쪼그라들긴 마찬가지였다. 주택 인허가는 올해 들어 5월까지 15만7534가구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24.6% 감소했다. 수도권 인허가 물량은 6만581가구로 전년 동기 대비 17.3%, 지방은 9만6953가구로 28.6% 줄었다. 전국 아파트 인허가는 13만6242가구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18.5% 감소했다. 연립 다세대 등 아파트 외 주택(2만1292가구)은 49.1% 줄었다.

5월까지 주택 착공 실적은 7만7671가구로 47.9% 감소했다. 지난해부터 부동산 PF 대출시장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한 데다 7만 가구를 오르내리는 미분양 우려 때문에 건설사가 공급을 머뭇거린 영향이 크다.

공사비 갈등 해결 등 대책 마련해야

공급 가뭄으로 3년 뒤 주택시장의 혼란이 불가피해 보인다. 구체적으로 전·월세 물량이 급감해 임대차 시장 불안이 가중될 수 있다. 공급 부족은 기존 아파트 매매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 부동산 시장에서 가장 중요한 변수인 수급(수요와 공급) 불균형이 초래하는 결과다.

지금이라도 정부는 공급 공백에 따른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지난해 이후 급등한 공사비를 합리적으로 조정할 수 있는 가이드라인도 만들어 조합과 시공사 간 분쟁 해결에 적극 나서야 한다. 공사비 갈등으로 공급이 지연되는 재건축·재개발 사업장이 한두 곳이 아니다.

정상화가 가능한 주택 사업은 선별적으로 자금 조달을 할 수 있도록 부동산 PF 대출 문턱을 낮추는 것도 필요하다.

LH(한국토지주택공사)의 공공택지가 잇따라 유찰되는 것도 사업성이 나오지 않기 때문이다. 택지 공급가를 낮추거나 5년 무이자 분할 납부 등 공급 방식을 바꾸는 것도 검토할 만하다. 단기 아파트 공급이 쉽지 않은 만큼 오피스텔과 도시형생활주택 등 비아파트 공급을 촉진할 방안 마련도 서둘러야 한다. 소형 오피스텔을 주택 수 산정에서 제외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