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경찰청, 다른 사례 7건도 내사…혐의 확인되면 수사 전환
교회 베이비박스에 생후 이틀 딸 유기한 친모 입건(종합)
인천에서 '출생 미신고' 사례 8건을 조사 중인 경찰이 한 아동의 친모를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해 조사하고 있다.

인천경찰청 여성청소년수사대는 아동복지법상 영아유기 혐의로 30대 친모 A씨를 입건해 조사하고 있다고 3일 밝혔다.

A씨는 2015년 11월 말께 경기 군포 모 교회 베이비박스에 당시 생후 이틀 된 딸을 유기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앞서 감사원 표본조사 대상에 포함된 B(8)양 사례를 내사하는 과정에서 친모 A씨를 불러 조사한 뒤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했다.

A씨는 경찰 조사에서 "경제적으로 형편이 어려워 아기를 계속 키우기가 어려웠다"고 진술했다.

그는 B양을 유기할 당시 20대 미혼모였으며 뚜렷한 직업이 없는 상태였다.

A씨는 기초생활수급자는 아닌 것으로 파악됐다.

그러나 경찰은 A씨가 아기를 베이비박스에 유기할 만큼 경제적으로 힘들었다고 보기 어렵고, 상담 등 절차 없이 곧바로 자리를 뜬 점 등을 고려해 영아유기 혐의를 적용했다.

경찰 관계자는 "A씨는 당시 상담을 받지도 않았고 교회 관계자들이 아기를 꺼내는 걸 지켜보지도 않은 채 곧바로 자리를 떴다"며 "A씨가 의지만 있으면 아기를 키울 수 있을 정도의 여건이었지만 책임을 방기했다고 판단해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했다"고 말했다.

B양은 애초 보건복지부 조사에서는 출생 미신고자로 분류됐으나 실제로는 보육시설 관계자에 의해 출생 신고가 된 것으로 확인됐다.

인천경찰청에 따르면 이날까지 인천에서 태어난 뒤 부모에 의해 출생신고가 되지 않은 아동은 B양 등 모두 8명으로 확인됐다.

우선 인천시 옹진군과 서구 등 4개 군·구청은 2015년부터 2020년 사이에 태어났으나 출생신고가 안 된 아동 7명의 행방이 확인되지 않는다며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이들 아동의 부모는 앞서 지자체 조사에서 "서울에 있는 교회 베이비박스에 아이를 뒀다"라거나 "경기 안산에 있는 아는 교회에 아이를 맡겼다"고 주장했다.

교회 베이비박스에 생후 이틀 딸 유기한 친모 입건(종합)
베이비박스는 자녀를 키울 수 없게 된 부모가 아이를 두고 갈 수 있도록 교회가 마련한 보호용 상자다.

현재 서울과 경기 군포에 있는 교회 2곳에서만 운영 중이다.

경찰은 이들 아동 7명의 행방도 내사한 뒤 범죄 혐의점이 확인되면 수사로 전환해 부모들을 조사할 방침이다.

또 베이비박스에 아이를 두고 간 행위가 영아유기나 아동유기에 해당하는지 법리 검토를 할 예정이다.

그동안 '베이비박스 유기' 사건에서 법원은 부모에게 유죄를 선고한 경우가 많았다.

인천지법은 2021년 아동복지법상 아동유기·방임 혐의로 기소된 20대 부부에게 각각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바 있다.

이 부부는 2015년 출생 신고 후 생후 2개월 된 딸을 교회 베이비박스에 두고 달아났고, 당시 법원은 "적법한 절차를 따르지 않고 유기했다"며 유죄를 선고했다.

그러나 서울중앙지법은 지난해 유사한 혐의로 기소된 20대 여성에게 "(베이비박스) 담당자와 상담한 뒤 (아이를) 맡겼다"며 무죄를 선고한 바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