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PRO] 영화티켓보다 싸진 CJ CGV 주가…반등 기회 찾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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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켓PRO] 영화티켓보다 싸진 CJ CGV 주가…반등 기회 찾을까
"CJ CGV의 주가가 영화 티켓값보다 싸졌다"

CJ CGV의 상황을 잘 보여주는 한 주식 투자자의 말입니다. 코로나19가 사실상 끝났음에도 CJ CGV의 위기는 끝나지 않고 있습니다. 코로나19 대표 피해업종이었던 항공, 호텔, 여행업종이 살아났음에도 영화관 산업만은 반등의 기미를 찾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쯤되면 투자자들은 헤깔리수밖에 없습니다. 코로나19를 기점으로 영화관 산업자체가 저물고 있는게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경영실패를 주주들의 호주머니를 털어 메운다'는 최근 유상증자 논란도 주가 하락을 부채질 하고 있습니다. CJ CGV는 반등의 기회를 찾을 수 있을까요

○예상보다 길어지는 적자
3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CJ CGV의 올해 추정 영업이익은 215억원으로 흑자전환에 성공할 것이란 관측입니다. 2020년 -3887억원, 2021년 -2414억원, 2022년 -768억원을 기록한 CJ CGV로서는 긍정적인 뉴스임에는 분명합니다. 문제는 올해 어닝 쇼크의 가능성이 여전하다는 겁니다. CJ CGV의 올해 1분기 영업손실은 -141억원이었습니다. 당초 시장보다 더딘 개선이 나타난 탓입니다.

증권가는 2024년 800억원대, 2025년 1000억원대의 영업이익으로 실적 개선세가 이어질 것이란 관측을 내놓고 있지만, 시장의 의심은 어느떄 보다 커지고 있습니다. 만약 올해 2분기 시장 기대에 부합하지 못하는 실적을 다시 한번 내놓는다면 주가는 다시한번 급락할 수 있다는게 전문가들의 관측입니다.
[마켓PRO] 영화티켓보다 싸진 CJ CGV 주가…반등 기회 찾을까
어닝쇼크를 예상하는 시장 참여자들의 생각 근간에는 영화관 산업에 대한 의문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코로나19 이후 사람들은 다시 여행을 하고, 다시 호텔을 가고, 비행기를 타고 있지만 여전히 영화관을 찾는 사람들은 예상만큼 회복세를 보이지 않고 있는 설명입니다.

○"영화관 관객 자체가 줄어들고 있다"
회사의 제무제표 등 수치 보다 앞서 영화관을 점점 찾지 않고 있는 '변화'가 주위에서 직접 눈으로 관찰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우선 흥행작의 숫자 자체가 줄어들고 있습니다. 올해 상반기 흥행작으로 꼽을 수 있을만한 작품은 범죄도시3, 아바타2, 슬램덩크 등 손가락에 꼽힐 정도입니다. 대박 흥행작이 아닌 대부분의 영화들이 손익분기점에도 미치지 못하는 부진한 성적을 줄줄히 거두고 있습니다. 이날 기준으로도 개봉작 중 천만돌파에 성공한 범죄도시3를 제외하곤 트랜스포머 :비스트의 서막, 엘리멘탈, 플래시, 인어공주 등 기대작들은 100만 관객수도 넘어서지 못하고 있습니다.
올해 유일하게 천만을 돌파한 범죄도시3. 연합뉴스
올해 유일하게 천만을 돌파한 범죄도시3. 연합뉴스
OTT의 등장과 가정용 TV의 크기 및 기술 발달 등이 핵심 원인으로 꼽히고 있습니다. 극장이 돈을 더 내고 가야할만한 유인을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수요자 뿐 아니라 공급자들 역시 과거 극장을 한번 거치고서야 OTT로 콘텐츠를 공급했던 관행을 변화시키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공개 자체를 OTT에서 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최근 '영화 티켓값 논란'도 관련이 있습니다. 코로나19 이전 1만원 이하이던 영화 티켓값은 어느새 1만 5000원을 넘어섰습니다. OTT 등 대체재로 인해 가격탄력성이 높아진 상황에서 급격한 가격 인상은 수요의 급격한 하락으로 이어졌다는 설명입니다. 가격 정책의 실패라는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제품의 가격 인상은 거위의 털을 뽑듯 체감되지 않도록 미세하게 진행되야 하는게 기업 경영의 기본원칙인데, 재무구조 악화상황에서 지나치게 빠른 속도로 가격 상승이 나타나며 소비자들의 이탈이 나타났다"고 분석했습니다.

○재무구조 개선도 요원
요연한 수익성 개선에 비해 재무부담은 여전히 상당합니다. 올해 1분기 금융비용만 640억원에 달했습니다.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회사의 최근 유상증자 결정은 주주가치 훼손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습니다.

CJ CGV는 지난달 20일 유상증자 5700억원, 현물출자 4500억원을 합친 1조원 규모의 자금 조달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CGV는 “코로나 팬데믹 시기 악화된 재무구조 안정화와 상영 중심의 사업구조 혁신을 위한 조치”라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하지만 유상증자로마련하는 대금의 70% 가까이가 채무상환에 쓰인다는점, 모회사인 CJ의 지분이 48.5%에 달하는데도 유상증자 참여 금액은 600억원에 불과하다는 점 등이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주주들의 돈으로 빚을 갚는다 문제제기가 즉각 잇따르고 있습니다.

주가는 실적 악화와 유상증자 논란을 겪으며 1년전 2만1450원에 비해 56% 낮은 9400원까지 하락했습니다.

○"혁신적인 방안이 필요"
전문가들은 유상증자 논란 자체보다 조달한 자금으로 과연 지금 상황을 타개할 구조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느냐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핵심은 OTT가 아닌 극장을 찾을 이유를 만들어야 한다는 점입니다.

CGV 측은 OTT에서 향유할 수 없는 극장만의 차별적 경험을 제공하는 NEXT CGV 전략을 선보인다는 계획입니다. 단순 극장이 아닌 4D, ScreenX 등의 비중을 확대하고 단순히 앉아서 관람하는 기존 극장과 다른 특별관 등을 늘리겠다는 입장입니다. CGV가 직접 콘텐츠 기획에서부터 상영까지 연계한 벨류체인을 구축해 판매 단가를 높이겠다는 계획도 밝히고 있습니다.

CJ CGV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요. 아직까지는 CJ CGV가 내놓은 청사진이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지는 않다는게 업계의 중론입니다. 지인해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극장업에 대한 시장 의구심과, 유상증자의 규모가 매우 큰 만큼 단기 주가 불확실성은 피해가기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소비자들을 사로잡을 획기적인 방안을 내놓지 않는다면 어쩌면 CJ CGV는 영화관 산업의 흥망성쇠를 대표했던 기업이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성상훈 기자 up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