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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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에 있는 하수도가 막히면 노폐물이 쌓여 치매가 생긴다. 뇌액이 잘 빠져나갈 수 있도록 목을 꾸준히 마사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뇌와 이어진 '하수도' 막히면 치매 생겨"
고규영 기초과학연구원(IBS) 혈관연구단장 겸 KAIST 의생명과학 특훈교수(사진)는 지난달 29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고 단장은 ‘뇌의 하수도’ 역할을 하는 뇌 림프관 지도를 완성해 2019년 ‘네이처’에 발표한 인물이다. 뇌는 활동량이 많은 장기로, 뇌에서 생성된 독성 물질은 하루 약 500mL의 뇌액과 함께 배출된다. 노화는 뇌액 배출 능력을 약화한다. 독성 물질을 배출하지 못해 뇌에 쌓이면서 치매 증상을 유발한다. 뇌액 배출 경로는 현대 의학에서 100년 넘게 미제로 남아 있었다. 생명 활동과 밀접한 뇌가 단단한 두개골로 싸여 있어 접근이 어려웠기 때문이다.

고 단장은 동물 뇌에 형광물질을 주입한 뒤 자기공명장치(MRI) 촬영을 반복하는 방법으로 미제를 해결했다. 그는 “뇌막에는 내부 지름이 50~100㎛(마이크로미터)에 불과한 수백 가닥의 미세 림프관이 달려 있다”며 “노폐물은 턱 밑 부분 목 주변에 있는 길이 20㎝가량 되는 림프관을 통해 정맥으로 빠져나간다”고 설명했다. 고 단장은 “목 주변을 자주 풀어 뇌액 흐름을 원활하게 하고 산책과 독서로 스트레스 지수를 낮추는 것이 치매 예방에 도움이 된다”고 덧붙였다.

그는 치매 발병 요인을 찾은 공로를 인정받아 최근 ‘대한민국최고과학기술인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고 단장은 “세계적인 치매치료제 기업이 한국에 세워질 수 있도록 발판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수상자에게는 대통령 상장과 함께 상금 3억원이 수여된다. 시상식은 5일 서울 역삼동 과학기술회관에서 열리는 제1회 한인 과학기술인대회 개막식과 함께 이뤄진다.

제1회 한인 과학기술인대회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세계 각국 한인 과학자와 노벨상 수상자를 초청하는 대규모 학술대회다. 12대 국가전략기술의 해외 연구 동향을 종합하고 ‘2030년 우주 미래 기술 전략 보고서’에 담길 내용을 토론한다.

김진원 기자 jin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