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에 경찰 4만5천명 배치…전날 1천311명 이어 이날 322명 체포
이민자 폭동 18년만에 재발 위기…"소셜미디어 폭동 부채질" 지적도
"마크롱, 극우·극좌 양쪽서 공격…연금개혁 위기에 이어 재차 위기"
佛10대 사망에 5일째 격렬 시위…거듭 위기 처한 마크롱
교통검문을 피해 달아나던 알제리계 10대 소년 나엘 군이 경찰 총격에 숨진 사건으로 프랑스 전역에서 성난 군중의 폭력 시위가 5일째 격렬하게 이어졌다.

프랑스 정부는 전국 주요 도시에 경찰 수만 명을 배치했지만 인종차별을 규탄하며 거리 곳곳에 나선 시위대를 진압하는 데 한계가 있는 모습이다.

이번 시위는 연금개혁 시위로 흔들렸던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정부에 또 다른 위기가 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 방화·약탈 등 폭동으로 번진 시위…주말 사이 1천500명 이상 체포
2일(현지시간) AFP 통신과 영국 BBC 방송 등에 따르면 프랑스 내무부는 이날 오전 1시 30분 현재 프랑스 전역에서 불법 시위 가담자 322명을 체포했다고 밝혔다.

수도 파리 일대에서 126명이 체포됐으며, 남부 도시 마르세유에서 56명, 리옹에서 21명이 각각 경찰에 붙잡혔다.

프랑스 내무부는 프랑스 전역에서 발생한 폭력 시위가 방화, 약탈 사건 등으로 이어지며 치안 불안이 고조되자 시위 발생 5일째인 1일 밤 전국 주요 도시에 경찰 인력 총 4만5천명을 배치해 불법 시위의 사전 차단에 나섰다.

경찰 인력 증강 배치에도 불구하고 프랑스 남부 대도시 마르세유에선 격렬한 시위가 이어졌다.

마르세유 도심부에 모인 시위대가 진압 경찰과 격렬한 대치를 벌였으며, 소셜 미디어에선 현지 경찰이 시위대 해산을 위해 최루가스를 사용했다는 영상이 퍼졌다.

佛10대 사망에 5일째 격렬 시위…거듭 위기 처한 마크롱
수도 파리에선 소셜미디어에 이날 기습 시위를 벌일 장소로 도심부인 샹젤리제 거리가 지목됐으나 전투경찰이 도심 곳곳에 배치돼 군중 결집을 차단했다.

북부 도시 릴에서는 경찰특공대가 시위 진압에 나서는 장면과 소방관들이 차량 화재를 진압하는 영상이 소셜미디어에 공유됐다.

내부무 집계에 따르면 시위 4일째인 30∼1일 밤새 자동차 1천350대와 건물 234채가 불에 탔고, 2천560건의 화재가 발생한 것으로 파악됐다.

4일째 시위에서만 프랑스 전역에서 총 1천311명이 체포됐다.

앞서 나엘 군은 지난달 27일 오전 파리 서부 외곽 낭테르에서 교통 검문을 피하려고 하다가 경찰관이 쏜 총에 맞아 차 안에서 숨졌다.

근거리 총격 장면을 담은 영상이 소셜미디어에 퍼지면서 사망 당일인 지난달 27일부터 5일 연속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 마크롱, 연금개혁 위기 벗어나자마자 또 '수렁'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애초 이달 2∼4일 독일을 국빈 방문할 예정이었으나 시위 격화로 일정을 미뤘다.

우파 공화당과 극우 성향의 국민연합에서는 정부가 비상사태를 선포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마크롱 대통령은 시위가 격화하고 있던 지난달 28일 밤 가수 엘튼 존의 공연을 보러 간 모습이 포착되면서 극우 야당 정치인들로부터 비판받기도 했다.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연금 개혁으로 홍역을 치렀던 마크롱 대통령이 이번 폭력 시위로 다시 한번 정치적 수렁에 빠졌다고 평가했다.

앞서 마크롱 대통령은 2018년 노란 조끼 시위에 이어 올해 초부터 수개월간 연금개혁에 반대하는 시위에 시달렸다.

이코노미스트는 "마크롱 대통령이 이끄는 소수 중도파 정부는 극좌파와 민족주의 강경 우파 사이에 껴 있다"라며 "그는 인기 없는 연금개혁으로 촉발된 오랜 정치 투쟁에서 이제 막 벗어났는데 이번 폭동으로 두 야당이 마크롱을 다시 한번 약화시킬 기회를 얻었다"라고 분석했다.

다만, 이코노미스트는 "앞선 두 차례의 폭동은 정부 정책과 직접적으로 연관돼 있었다"면서 "이번 사태는 마크롱과는 관련이 적으며 교통단속에서 치명적인 총기 사용을 허용하는 치안 정책 본연과 맞닿아 있다"라고 평가했다.

佛10대 사망에 5일째 격렬 시위…거듭 위기 처한 마크롱
영국 더타임스의 일요일판 선데이 타임스는 마크롱 대통령이 2005년 자크 시라크 대통령 재임 때 발생한 폭동 이후 가장 심각한 폭동 사태의 재발을 우려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2005년 프랑스 파리 북부 교외 지역에서 아프리카 출신 두 10대 소년이 경찰을 피해 변전소 담을 넘다가 감전사한 사건을 계기로 파리 전역에서 이민자 폭동이 발생한 바 있다.

두 달가량 지속한 소요 사태로 300여 채의 건물과 1만여 대의 차량이 불탔으며 미성년자를 포함해 3천여 명이 체포됐다.

시라크 당시 대통령은 비상사태를 선언하기도 했다.

선데이 타임스는 "지난 20년간 이민자 인구가 증가하면서 인종 문제는 더 악화했다"라며 "이민자에 대한 적대 정책은 작년 대선에서 41.45%를 득표한 극우 성향 마린 르펜의 정책 핵심이었다"라고 우려했다.

이어 "이번 사태는 2005년보다 더 빠르게 통제 불능 상태로 가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면서 특히 소셜 미디어의 가짜 사진·동영상이 이를 부채질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 워싱턴포스트(WP)도 "증가하는 위기는 마크롱 대통령을 시험대 위에 올릴 것"이라며 "소년의 죽음이 인종과 정체성, 경찰에 대한 논쟁을 다시 불러일으키면서 프랑스는 고통스러운 결정의 순간에 놓이게 됐다"라고 평가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