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짜리 천일염 100포대 4시간 만에 품절
"그동안 비싸사 못샀는데 반가워"…1인1포대 제한에 아쉬움도
"비뚫고 소금 사러"…'귀한몸' 천일염 방출에 종종걸음
"천일염 비축분을 판다길래 여의도에서 1시간 걸려 왔어요"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에 사는 황모(54)씨는 카트를 끌며 천일염을 찾아 마트 이곳저곳을 분주히 뛰어다녔다.

천일염을 사기 위해 1시간 걸려 농협 하나로마트 양재점을 찾았다고 했다.

그는 "엄마가 소금 비축분이 판매된다는 뉴스를 보고 아침부터 소금 사라고 전화했다"며 "세수도 못 하고 달려왔다"고 말했다.

해양수산부가 정부 비축 천일염을 공급한 첫날인 29일 서울 서초구 양재동의 하나로마트에는 굵은 빗줄기에도 많은 시민이 오전 9시 문을 열자마자 천일염을 사러 모여들었다.

출근길에 소금을 사려고 들렀다는 진미순(60)씨는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소식을 듣고 걱정스러운 마음에 소금을 비축해두려 한다"며 "마트에 잠시 맡겨놨다가 퇴근길에 찾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진씨는 마음이 급했던지 카트도 없이 20㎏짜리 소금 한 포대를 계산대까지 끌고 갔다.

서울 관악구에 사는 김은경(54)씨도 소금을 미리 사두기 위해 마트를 찾았다.

김씨는 "후쿠시마 방류 소식이 주부로서 심각한 문제"라며 "안심하고 소금을 먹을 수 있어야 하는데 아이들 키우기도 불안하다"고 했다.

"비뚫고 소금 사러"…'귀한몸' 천일염 방출에 종종걸음
이곳에서는 20㎏짜리 천일염 100포대가 3만원에 6일간 판매된다.

시민들은 그간 보기 어려웠던 천일염이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판매되자 반갑다는 반응이었다.

음식점을 운영한다는 신시현(38)씨는 아내와 통화하며 천일염 가격표를 살펴보다 이내 한 포대를 어깨에 멨다.

신씨는 "최근에 소금을 5만원에 파는 데도 봤다"며 "비싸서 걱정됐는데 싸게 풀린다길래 사러 왔다"고 말했다.

서울 서초구 신원동에 사는 강모(71)씨는 "고운 소금을 사러 왔는데 매대에 하나도 없었다"며 "굵은소금이라도 사서 빻아서 쓰려했는데 여기서 싸게 팔길래 기쁜 마음으로 담았다"며 웃었다.

'1인당 1포대'만 가능하다는 안내에 시민들은 아쉬움을 드러내기도 했다.

한 여성은 천일염 매대로 부리나케 뛰어와 4포대를 내려달라고 직원에게 부탁했다.

그러나 한 사람에 한 포대씩이라는 말을 듣고 전화로 "어떡하냐"고 말하며 어디론가 급하게 달려 나갔다.

남편 서모(72)씨와 함께 소금을 사러 경기 과천에서 이곳을 찾은 A씨는 '1인 1포대'만 살 수 있다는 안내에 "남편과 같이 왔는데도 한 포대밖에 안 되느냐"고 되물었다.

"각자 계산해달라"는 직원의 안내에 A씨는 두 포대를 카트에 담았다.

그는 "하나는 집에서 쓰고 다른 하나는 근처에 사는 아들네에 줄 예정"이라고 했다.

"비뚫고 소금 사러"…'귀한몸' 천일염 방출에 종종걸음
장을 보러왔던 시민들도 그간 보기 힘들었던 천일염이 판매되자 카트에 천일염 포대를 담았다.

경기 과천에 사는 이모(75)씨 부부는 "우리 동네에서는 소금 10㎏에 2만9천900원에 팔고 있다"며 "소금을 저렴하게 파는 게 눈에 띄어 담았다"고 말했다.

이 부부 역시 각자 한포대씩 모두 두 포대를 카트에 담았다.

서울 동작구에 사는 조미정(59)씨는 "소금이 똑 떨어졌는데 사려고 하니 너무 비싸서 못 사고 있었다"며 "이번에 산 소금으로 열무김치를 담을 것"이라고 말했다.

천일염이 판매된 지 약 3시간이 지난 낮 12시께가 되자 가득 쌓였던 천일염 매대는 바닥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품절을 걱정하며 마트를 찾은 시민들은 아직 남아있는 소금을 보고 안도하기도 했다.

낮 12시5분께 종종걸음으로 마트에 들어온 이재만(65)씨는 직원에게 "천일염이 어디있느냐"며 고개를 두리번거렸다.

이씨는 "이곳에 천일염을 판다는 동생의 연락을 받고 비를 뚫고 버스로 급히 왔다"고 했다.

서울 강남구 도곡동에 사는 김성수(76)씨는 오전에 뉴스를 보다 이곳에서 소금을 판매한다는 소식을 듣고 아내와 급히 달려왔다.

김씨는 "소금이 다 팔렸을까 걱정했는데 살 수 있어 다행"이고 말했다.

해양수산부는 천일염 가격 안정을 위해 이날부터 7월11일까지 정부 비축 천일염을 시장에 최대 400t을 공급한다.

"비뚫고 소금 사러"…'귀한몸' 천일염 방출에 종종걸음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