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챔피언 꺾은 체스 유망주, 부정행위 의혹에 소송했다 패소
체스판 뒤흔든 1천300억원대 부정행위 소송 美법원서 기각
체스 세계 챔피언을 상대로 승리한 미국의 체스 유망주가 부정행위 의혹을 제기한 이들을 상대로 제기한 1억 달러(약 1천300억원) 규모의 손해배상 소송에서 패소했다.

28일(현지시간) 미국 CNN 방송과 영국 BBC 방송 등에 따르면 미주리 동부 연방지방법원은 전날 미국 체스 그랜드마스터 한스 니만(20)이 현 세계 체스 챔피언 망누스 칼센(33) 등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기각했다.

해당 사건을 담당한 오드리 플라이시크 판사는 칼센 등이 체스계에서 니만을 축출하려 시도해 반독점법을 위반했다는 주장과 니만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플라이시크 판사는 니만이 주장하는 '피해'와 공정한 경쟁을 관할하는 반독점법 간의 관련성이 "아무리 좋게 봐도 미약한 수준"이며 "주장을 뒷받침하기에 충분치 못하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반독점법 위반 주장과 관련해선 같은 내용으로 다시 소송을 제기할 수 없도록 판결했다고 외신은 전했다.

작년 9월 미주리주(州) 세인트루이스에서 열린 싱크필드 컵 대회에 출전한 니만은 체스 세계 1위인 칼센을 상대로 승리를 거뒀다.

당시 니만의 세계 순위는 49위로 참가자 가운데 가장 낮았으며, 칼센은 2년여만에 처음으로 공식경기 패배를 기록한 것이어서 니만의 승리는 상당한 이변으로 받아들여졌다.

이후 칼센은 니만이 경기중 부정행위를 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니만은 과거 온라인 체스 사이트에서 인공지능(AI)을 이용한 부정행위를 한 적이 있었는데 오프라인 대회에서도 원격통신장비 등을 이용해 비슷한 부정을 저질렀을 수 있다고 의심한 것이다.

이와 관련해 세계 최대 규모 체스 사이트인 체스닷컴은 자체 조사 보고서를 통해 니만이 2015∼2020년 사이 진행된 온라인 경기에서 100차례가 넘는 부정행위를 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히면서 작년 9월 니만의 계정을 폐쇄했다.

다만, 니만이 오프라인(OTB) 경기에서 부정을 저질렀다는 확실한 증거가 나오지는 못했다.

이에 니만은 칼센과 체스닷컴 등이 자신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작년 10월 미주리 동부 지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칼슨측 변호사인 크레이그 라이저는 해당 소송을 기각한 법원 결정을 환영하면서 "전략적 소송을 통해 (부정행위 의혹과 관련한) 발언을 억압하려는 니만의 시도가 실패한 것을 기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