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사업가 출신의 백만장자가 27번째 치른 대학 입학 시험에서도 낙방했다고 27일(현지시간) 영국 BBC가 전했다.

올해 56세인 량스(Liang Shi)씨는 중국의 대학 입학시험인 가오카오(高考)에 27번째 응시했지만, 지난 23일 총 750점 만점 중 424점이 적힌 성적표를 받았다. 이 점수로는 중국의 어떤 대학에도 진학하기 어렵고, 최소 34점은 더 필요하다.

그는 현지 언론에서 ‘가오카오의 왕’으로 불리며 매년 대학 입시 때마다 주목을 받아왔다. 올해도 쓰촨성 청두에서 시험에 응시했다. 그의 목표는 560점 이상의 성적을 얻는 것이었지만, 그의 꿈은 또다시 내년으로 미루게 됐다. 량씨는 일류 대학에 합격해 ‘지식인’이 되는 것이 인생 목표였다.

그동안 그는 “누가 뭐라고 하든 신경 쓰지 않을 것”이라고 당당함을 드러냈지만 올해는 크게 낙담한 모습이다. 현지 언론인 티엔무뉴스에 “이제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다”며 “내년에는 시험을 포기할지도 모른다”고 실망감을 드러냈다.

량씨는 16세 때인 1983년에 처음 시험을 치른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다른 직업과 병행하며 1992년까지 매년 지원을 계속했다. 응시 연령 제한(25세)에 걸려 시험을 포기한 무렵 일했던 공장이 파산해 그는 1990년대 중반부터 목재 도매업에 뛰어들어 사업가의 길을 걸었다. 그는 엘리트 출신보다 훨씬 성공한 사업가가 됐다. 한 해 수입이 100만위안(약 1억8000만원)에 달했고 그후에는 건축 자재로 사업을 확장해 성공 가도를 달렸다.

그러다 중국 정부가 2001년 가오카오의 나이 제한을 없애자 그의 도전은 다시 시작됐다. 2014년 한 인터뷰에서 그는 “대학에 가지 않는다면 인생이 완성되지 못할 것 같다”고 밝힌 바 있다.

한편 중국에서 가장 악명 높은 시험인 가오카오는 고등학교 졸업생들을 대상으로 중국어 수학 영어 그리고 과학과 인문학 중 선택과목을 포함에 시험을 치른다. 올해 1300만명의 학생들이 응시했다. 중국 정부 자료에 따르면 2021년 대학이나 대학에 합격한 수험생은 41.6%에 불과하다. 가오카오는 일종의 등용문이다. 학위를 통해 좋은 직업을 가질수 있기 때문에 가난한 집안을 일으킬 수 있는 기회다. 문화혁명 동안 중단됐다가 1950년대 이후 중국 교육 시스템의 핵심으로 자리잡았다.

조영선 기자 cho0s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