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군 최고위 장성이 용병기업 바그너그룹의 반란 계획을 미리 파악하고 은밀하게 실행을 돕는 등 반란에 가담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27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는 미국 정부 고위 관리들을 인용해 우크라이나전 통합사령관을 지낸 세르게이 수로비킨 러시아군 통합 부사령관(대장)이 바그너그룹의 반란 계획을 사전에 알고 있었다고 보도했다.

미국 정보당국은 수로비킨 대장이 군 핵심부에 있으면서 예브게니 프리고진이 이끄는 바그너그룹의 반란 실행을 도왔는지 파악 중이다.

러시아 항공우주군 총사령관이기도 한 수로비킨 대장은 지난해 10월 우크라이나전 통합사령관을 맡았다가 올해 1월 발레리 게라시모프 총참모장에게 밀려 통합 부사령관으로 사실상 강등된 인물이다.

러시아군 내 강경파를 대표하는 그는 무자비함과 유능함 때문에 인류 최후의 전쟁을 일컫는 '아마겟돈' 장군이라는 별명으로 불린다. 군부 내 인망도 상당히 높은 편이다. 이런 핵심 인사가 바그너그룹의 반란에 연루됐다면 러시아군 지도부의 내분을 드러내는 치명적인 신호일 수 있다는 분석이다.

전현직 미국 관리들은 수로비킨 대장 외에 다른 장성들도 세르게이 쇼이구 국방장관과 게라시모프 총참모장을 갈아치우려는 프리고진의 시도에 동조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입을 모았다. 군 내부에서 누군가 도움을 줄 것이라는 믿음이 없었다면 프리고진이 모스크바로 진격을 시작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수로비킨은 프리고진이 지지한 거의 유일한 군 고위 인사이기도 하다. 시리아 내전 때 프리고진과 함께 일한 적이 있다. 전직 관리들은 다만 수로비킨 대장이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을 몰아내야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았을 것으로 보고 있다. 수로비킨 대장을 비롯한 군 장성들의 반란 초기 행보에도 미묘한 균열이 드러난다고 NYT는 전했다.

수로비킨 대장은 프리고진이 부하들과 러시아 본토로 진격해오기 시작한 지난 24일 텔레그램을 통해 바그너그룹을 강하게 비난하며 진군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한 전직 관리는 그러나 해당 메시지에서 나타난 수로비킨 대장의 몸짓 등에서 한때 군사적 동지를 비난하는 것을 불편해하는 기색이 드러난다며 본심과 다르게 말하는 "인질 영상 같다"고 분석했다.

블라디미르 알렉세예프 중장도 같은날 "국가와 대통령의 등에 칼을 꽂는 행동"이라고 프리고진을 비판하는 동영상을 올리고는 불과 몇시간 뒤 바그너그룹이 장악한 로스토프나도누에서 프리고진과 대화하는 모습이 찍혔다고 NYT는 지적했다.

마이클 맥폴 전 러시아 주재 미국 대사는 "이상한 일들이 너무 많이 일어났다"며 "이는 파악하지 못한 공모가 있음을 시사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수로비킨 대장의 반란 연루 여부는 그의 향후 거취로 가늠할 수 있을 전망이다.

러시아 크렘린궁(대통령실)은 러시아군 수뇌부가 바그너그룹의 무장 반란 계획을 사전에 알고 있었다는 보도와 관련해 추측일 뿐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28일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이 사건에 대해 많은 추측, 가십 등이 있을 것"이라며 "이것도 그러한 예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