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행정·정치 1번지' 종로구가 주차장 수입 30% 더 잡은 까닭
올 종로구 본예산 5243억 작년보다 6.8% 늘어
주차장수입 403억
잉여금사용 늘려 세수부족 대비
취약계층
·노인·청소년 관련 사회복지예산 증가
'어련히 알아서 잘 쓰겠지' 하지만, 정말일까? 우리 동네 지자체는 어떤 속사정이 있을까. 시민들이 일일이 찾아보기 힘든 예산 결산서를 하나씩 들여다봅니다.

서울시에는 구마다 순서가 있다. 인구수를 기준으로 한 것도, 예산 규모를 기준으로 한 것도, 가나다 순도 아니다. 그냥 오랜 시간에 걸쳐서 형성된 자치영역 간의 순서인데, 이를 ‘행정서열’이라고 부른다. 그중에 1번 자리는 항상 종로구의 몫이다. ‘정치 1번지’라는 수사를 달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종로’라는 이름은 직관적이다. 종로1가에 있는 도성문의 개폐 시각을 알리는 종루에서 비롯됐다. 1943년 일제강점기에 현재의 ‘구’ 체제가 도입되면서 종로구라는 이름이 처음 사용됐다.

총면적은 23.91㎢다. 주소지를 두고 있는 사람은 140만여 명이지만 기업이 많기 때문에 주간 활동인구는 200만 명가량이라고 종로구청은 설명하고 있다.

주차장회계 잉여금 사용 80억원 늘려 세수부족 대비

올해 1월 종로구가 잡아놓은 2023년 본예산은 5243억원(공기업 등 포함하지 않은 금액)이다. 실제 사용되는 금액은 이보다 다소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하반기에 추가경정예산 등으로 추가되는 금액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공기업 및 기금 관련 회계까지 포함한 총 예산 규모는 7941억원이다.

공기업 예산 등을 빼고 5243억원을 기준으로 볼 경우, 예산 중에서 일반회계가 4831억원으로 92%를 차지한다. 주머니가 아예 다른 데서 나오는 특별회계 예산으로는 411억2220만원이 할당돼 있다. 이 가운데 대부분은 주차장 관련 수입(403억2823만원)이고, 나머지는 의료급여 특별회계(2억3600만원)와 건축안전 특별회계(5억5796만원) 등으로 미미하다. 일반회계 예비비는 15억5100만원으로 잡혀 있다. 지방채 발행 한도액은 298억원이다.
종로구청 신청사 예상 조감도.
종로구청 신청사 예상 조감도.
작년보다 경기가 더 나빠질 것으로 예상되고 부동산세, 자동차세 등 세수도 줄어들 것으로 전망되지만 올해 예산은 작년(4908억원)보다 334억원(6.8%) 늘어나는 것으로 잡혀 있다. 일반회계 쪽에선 246억원(5.4%) 늘어날 것으로 봤으며, 특히 특별회계에서 주차장 수입이 작년 312억원에서 올해 403억원으로 29% 증가하는 걸로 잡혀 있는 것이 눈에 띈다.

세부 항목을 살펴보면 잉여금을 247억원어치 당겨쓰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작년보다 잉여금 사용 규모가 82억원 늘었다. 주차장에서 실제로 돈을 더 받는다기보다는 과거에 주차장에서 번 돈을 남겨뒀다가 세수가 다소 부족해질 수 있는 올해 쓰는 것으로 해석된다.

올해 종로구가 예상하는 총수입이 5243억원이라고 할 때, 이 가운데 3분의 1은 지방세 수입이고 3분의 1은 국가 보조금이다. 작년에도 그랬다. 종로구는 올해 지방세로 작년보다 6.4% 늘어난 1625억원을 거둘 것으로 기대했고, 보조금도 8.5% 증가한 1595억원을 받을 것으로 내다봤다.

보조금 중에서는 국고보조금 수입(952억원)이 전년 대비 9.3% 증가하고 시·도비 보조금도 643억원으로 7.3%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또 보전수입 등 내부거래 방식으로 당겨쓰는 수입 규모를 423억원으로 전년 대비 23.6% 늘리겠다고 계획했다.

고령화로 노인복지 비용 증가

종로구는 이렇게 들어온 수입을 어디에 쓸까. 대부분의 지방자치단체들이 가장 돈을 많이 쓰는 분야는 사회복지다. 많이 써도 표가 잘 나지 않고 조금만 혜택을 강화하면 씀씀이가 급격히 커지는 탓에 지자체장들에게는 다루기 쉽지 않은 분야다. 그래도 지자체의 주요 역할이 사회부조인 만큼, 결코 소홀히 다뤄서는 안 되는 분야기도 하다.
'서울 행정·정치 1번지' 종로구가 주차장 수입 30% 더 잡은 까닭
올해 종로구가 잡아놓은 사회복지 예산은 1903억원(36.3%)이다. 작년(1757억원)보다 8.3% 증가하는 것으로 잡혀 있다. 기초생활보장(354억원), 취약계층 지원(265억원), 보육 가족 여성 분야(512억원), 노인 및 청소년 분야(734억원), 노동 분야(37억원) 등이다. 세부 분야에서 취약계층 지원 관련 금액이 전년보다 27억원(11.47%) 증가했다. 노인 및 청소년 관련 금액도 65억원(9.7%) 더 잡혔다. 노인 및 청소년 분야 금액이 커진 것은 고령화 추세와 관련이 깊다.

사회복지 외에는 일반공공행정(527억원·10.1%), 교통 및 물류(493억원·9.4%), 환경(302억원·5.8%), 문화 및 관광(244억원·4.7%), 국토 및 지역개발(201억원·3.8%), 보건(122억원·2.3%) 등의 항목이 있다. 지난해에 비해 교통 및 물류 예산은 104억원(26.8%), 국토 및 지역개발 관련 예산은 56억원(38.8%) 증가했다.

부서별로 나눠 보면 본청(4970억원·94.8%)이 대부분의 돈을 쓴다. 사회복지 예산을 담당하는 복지경제국(1936억원·36.9%)과 일반공공행정을 맡고 있는 행정국(1392억원·26.6%)에서 사용하는 돈이 특히 많다. 종로구청은 현재 재건축을 진행 중인데, 이 때문에 행정국에 청사건립운영과가 따로 있다. 작년에는 이 과에서 250억원 예산을 담당했는데 올해는 150억원으로 줄었다.

예산 증가율이 가장 높은 것은 지역건강과와 도시개발과인데 절대금액은 크지 않은 편이다. 교통행정과와 홍보과의 예산이 각각 12억원에서 25억원, 14억원에서 29억원으로 거의 2배로 늘어난 점도 눈에 띈다. 도시녹지과 예산이 47억원(41.2%), 문화과 예산이 27억원(33.7%) 늘었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