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PRO] 악재 쏟아졌지만 반등한 코스피…"아직 조정 안 끝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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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조업 PMI 둔화 및 러시아 용병 반란에도 코스피 상승
조정 이후엔…“실적 모멘텀에 강세” vs “침체로 추가 하락”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지난 주말 증시에 악재가 될 만한 소식이 이어진 가운데 코스피가 반등에 성공했다. 악재에 큰 영향을 받지 않거나, 오히려 호재로 받아들이는 모습이 나타나면서다.

다만 증권가에서는 조정 국면의 마무리를 이야기하기엔 이르다는 지적이 나온다. 추가 긴축을 좌우할 물가를 확인하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관련 불확실성도 조금 더 걷혀야 한다는 것이다.

한 발 더 나아가 금융시장과 실물경제 사이의 괴리가 큰 상황을 지적하며 하반기 증시가 약세를 보일 가능성이 점쳐지기도 했다.

미 제조업 경기 둔화엔 ‘무덤덤’…러 용병 반란엔 “종전 기대↑”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26일 코스피는 0.47% 오른 2582.20에 거래를 마쳤다. 개장 직후엔 소폭 하락했지만, 이내 반등해 2580선까지 회복했다. 개장 전까진 이날 한국 증시의 약세가 점쳐졌다. 주말 사이 증시에 부정적 영향을 줄 만한 이슈가 쏟아졌기 때문이다.

우선 미국의 6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 점정치가 6개월만에 가장 낮은 46.3으로 발표돼 미국의 제조업 경기 침체 우려를 키웠다. 이 영향으로 지난 23일(현지시간) 뉴욕증시의 주요지수는 일제히 하락했다. 특히 한국 주식시장과 높은 상관성을 보이는 나스닥지수가 1% 넘게 내렸다.

하지만 국내 주식시장은 악재에 무덤덤했다.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가 1.77% 하락했지만, 한국 주식시장에서 삼성전자는 외국인과 기관이 각각 2448억원어치와 671억원어치를 순매수하며 1.12% 상승했다. SK하이닉스는 기관과 개인의 순매수 영향으로 낙폭이 0.09%에 그쳤다.

증시 변동성을 키울 수 있다고 우려된 러시아 용병 쿠테타 소식은 호재로 바뀌었다. 블리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측근으로 알려진 예브게니 프리고진이 이끄는 용병기업 바그너그룹이 지난 주말 사이 반란을 일으키고 수도인 모스크바에서 1000km 떨어진 곳까지 진격했다가 물러났다. 지정학적 위험을 키우는 이슈였지만, 우리 주식시장에서는 오히려 우크라이나 재건 테마에 대한 투자심리를 자극하는 재료가 됐다. 용병그룹의 반란이 푸틴 대통령의 리더십 약화와 러시아의 전쟁 수행 능력 소진으로 해석돼 전쟁 종료 기대감을 키우면서다.

“조정 안 끝났지만…실적 모멘텀 바탕으로 강세장”

악재가 될 수 있는 이슈에도 코스피가 반등했지만, 최근 2주 동안 이어진 주가 조정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든 건 아니라는 분석이다. 미국 중앙은행(Fed)의 추가 긴축 강도를 가늠할 물가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관련 불확실성이 해소되는 걸 확인해야 한다고 최유준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분석했다.

조정이 마무리된 뒤엔 다시 강세장이 나타난다는 전망에 힘이 실린다. 실적에 대한 기대감이 커진 덕이다. 최유준 연구원은 “이달 초까지의 증시 강세의 배경도 단순한 기대감이 아니라 실적 전망의 개선”이라며 “보통 실적 모멘텀이 이어지면 단기간 상승에 그치지 않고 좀 길게 가는 속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도 “12개월 선행 주당순이익(EPS)과 주당순자산가치(BPS)의 상향 조정이 지속되고 있다”며 “지난주 코스피의 약세 속에서 추가적인 상승 여력은 확대됐다”고 평가했다. 코스피 합산 12개월 선행 EPS 컨센서스(전망치 평균)는 이달 초 8715.51원에서 23일 8948.46원으로 상향됐다.

“아직 진짜 조정 시작 전…하반기엔 약세장”

같은 기간 올해 연간 코스피 합산 순이익 컨센서스는 124조9607억원에서 121조7669억원으로 오히려 하향됐다. 미 Fed를 비롯한 주요국 중앙은행의 추가 긴축에 따른 경기 둔화 가능성이 올해 하반기 실적 전망에 반영된 결과로 보인다.

김석환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실물 경기를 나타내는 지표들이 악화되고 있는 데 주목하고 있다. 그는 “아직 (의미 있는 증시의) 조정이 시작되지도 않았을 가능성”을 경고하며 하반기 약세장을 점쳤다. 인공지능(AI)을 비롯한 몇몇 성장 테마가 주가지수를 끌어 올리면서 금융시장과 실물시장 사이의 괴리가 커진 데다, 하반기 경기 둔화의 폭이 현재 예상보다는 클 수 있다는 전망에서다.

미국의 6월 제조업 PMI가 6개월만에 최저치를 갈아치운 데 더해, 유럽의 6월 제조업 PMI는 37개월만에 가장 낮은 43.6을 기록했다. 김 연구원은 “미국의 제조업은 (유럽에 비해) 상대적으로 잘 버틴 것”이라며 “서비스업 경기의 경우도 상당히 빠르게 악화되는 모습이 나타나 우려스럽다”고 지적했다.

선진국 경기는 한국이 많이 수출하는 중간재의 최종 소비처라는 점에서 중요하다. 한국산 부품이 들어간 상품 소비가 줄어들면 한국 기업들의 실적도 확장하기 힘들다. 이런 점에서 김석환 연구원은 최근 업황 회복 기대감이 고조된 반도체업종의 실적도 실제 반등하는지에 주목하고 있다.

그는 “과거에도 한국 증시에서 반도체업종의 이익 확장 사이클이 나타나는지 여부가 중요했다”며 “반도체업종의 이익 확장 사이클이 요원하다면 실적 확장이 없는 상태에서 주가지수만 높게 유지되는 부담스러운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2분기 실적 전망만 놓고 보면 SK하이닉스의 2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3조361억원 적자다. 삼성전자 역시 전망치들이 손익분기점 근처에 분포해 있다.

한경우 기자 ca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