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장년층 사이 인기 구가…지자체 경쟁적으로 파크골프장 신·증설
규모 작고 농약 안 쓴다지만…수달 서식지 등 수변 생태계 위협
국가하천 파크골프장 10곳 중 6곳 '불법'…우후죽순 증가 어쩌나
낙동강과 한강 등 국가하천에 조성된 파크골프장 10곳 가운데 6곳이 불법인 것으로 나타났다.

25일 환경부가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민의힘 이주환 의원에 보고한 국가하천 구역 내 파크골프장 전수조사 결과를 보면 전체 88곳 중 56곳(64%)이 불법이었다.

불법 파크골프장 40곳은 환경당국에 하천점용허가를 받지 않은 경우였다.

나머지 16곳은 불법으로 골프장을 넓힌 경우였다.

환경부는 불법 확장한 파크골프장에는 원상복구를 명령하고 허가받지 않은 곳은 허가를 신청하도록 할 방침이다.

파크골프는 최근 장년층 사이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

격하지 않은 데다가 일반 골프와 달리 골프채도 하나만 있으면 돼 누구나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운동으로 꼽힌다.

1983년 일본 홋카이도에서 시작됐고 국내에는 1998년 경남 진주시 한 노인복지회관에 첫 코스가 개장했다.

대한파크골프협회에 따르면 4월 기준 전국 파크골프장은 361곳, 홀은 총 6천619홀에 달한다.

클럽에 소속돼 파크골프를 즐기는 인구라고 할 수 있는 파크골프협회 회원 수는 작년 기준 10만6천505명이다.

2021년(6만4천1명)에 견줘서는 1.5배로 늘고 2017년(1만6천728명)과 비교해서는 6배 이상으로 급증한 것이다.

파크골프가 중장년층에 인기를 끄니 지자체들은 경쟁적으로 골프장 신·증설에 착수하거나 이를 약속하고 있다.

이명박 정부 때 4대강 사업으로 강 둔치가 정비된 점도 파크골프장 신·증설 붐에 한몫한 것으로 분석된다.

정비된 둔치를 활용하면 지자체들이 비용을 적게 들이고 빠르게 파크골프장을 만들 수 있다.

국가하천 파크골프장 10곳 중 6곳 '불법'…우후죽순 증가 어쩌나
파크골프장 신·증설에 속도를 내는 대표적 지자체는 충남도다.

충남도는 2024년까지 파크골프장 30개를 신·증설할 계획이다.

특히 청양군에 국내 최대 규모인 108홀짜리 파크골프장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최근 청양군수는 '108홀 파크골프장 유치'를 민선 8기 취임 1년 두 번째 성과로 꼽기도 했다.

파크골프장이 이미 3곳 있는 제주도도 최근 80억원을 투입해 4곳을 새로 짓고 기존 1곳 규모를 2배로 넓히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환경영향평가정보시스템을 보면 2020년부터 올해까지 환경당국과 소규모 환경영향평가 협의가 이뤄진 파크골프장 조성사업은 54건에 이른다.

소규모 환경영향평가는 '하천 구역 내 사업계획면적이 1만㎡ 이상' 등인 경우 실시하는 것으로 규모가 일정 수준 이상인 파크골프장 조성사업만 최근 3년 사이 수십 건에 달하는 것이다.

파크골프장이 우후죽순 늘면서 환경피해와 주민 간 갈등 등 문제도 늘고 있다.

파크골프장은 보통 규모가 2만㎡ 안팎으로 일반 골프장(60만~100만㎡)보다 작아 환경에 끼치는 영향이 덜하긴 하다.

일반 골프장과 달리 잔디 관리에 농약을 사용하지 않는 경우가 많기도 하다.

경북 한 지자체 파크골프장 관계자는 "잔디가 성장하도록 1년에 한 차례 복합비료는 주지만 제초는 인력으로 하고 약을 치지는 않는다"라면서 "골프장이 강변에 있는 데다가 일반 골프장보다 한 번에 이용하는 이용자가 많고, 이용자 다수가 중장년층이어서 잔류농약에 민감한 점을 고려했다"라고 말했다.

낙동강유역환경청 관계자는 "환경청에서도 파크골프장 관리에 농약을 쓰는 게 아닌지 의구심이 많았으나 실제로 쓰는 곳은 없는 것으로 파악된다"라면서 "파크골프장 측에 물어보면 이용자들이 농약에 민감해 농약을 쓴다고 소문이 나면 운영이 사실상 불가능해진다고 말한다"라고 전했다.

그러나 규모가 비교적 작고 농약을 쓰지 않는다고 파크골프장 환경피해가 없지 않은데 특히 강변에 조성된 경우 수변 생태계를 위협한다는 문제가 있다.

최근 대구에서는 파크골프장 공사가 진행 중인 금호강 둔치에서 멸종위기 야생생물 1급인 수달과 2급인 삵이 목격돼 환경단체가 반발했다.

광주와 경남 김해시에서도 철새도래지 근처에 파크골프장 조성이 추진돼 문제가 됐다.

파크골프장이 주민 갈등을 일으키기도 했다.

서울 서대문구는 올해 7억5천만원을 들여 홍은동 백련근린공원을 파크골프장으로 바꾸려고 했다가 주민이 거세게 반발해 중단했다.

주민들은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공원을 동호인들만 이용하는 골프장으로 바꾸는 것은 합당하지 않다면서 소음·주차난도 우려했다.

환경부 관계자는 강변을 중심으로 파크골프장이 급증하는 데 대해 "하천 구역 내 파크골프장 조성을 추진하는 경우 친수공간을 위주로 허용하면서 환경영향평가로 피해를 최소화하겠다"라고 말했다.

이주환 의원은 "중장년층 인기 레저스포츠로 각광받는 파크골프 저변 확대와 활성화는 필요하다"라면서 "다만 골프장이 우후죽순 난립해 환경피해를 발생시키지 않는지 당국이 세심히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