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세페 토르나토레 감독 다큐…모리코네 생전 육성 인터뷰 담아
모리코네의 콘서트에 간 느낌…영화 '엔니오: 더 마에스트로'
남아메리카의 원주민 마을에 선교하러 간 신부 가브리엘(제러미 아이언스 분)이 무장한 원주민들에게 둘러싸인 일촉즉발의 상황에서 오보에를 꺼내 들고 연주하기 시작한다.

이방인을 접하고 경계하던 원주민들이 낯선 음악에 귀를 기울인다.

롤랑 조페 감독의 영화 '미션'(1986)의 한 장면을 잊을 수 없게 만든 건 영화음악 '가브리엘의 오보에'다.

이 곡을 만든 영화음악의 거장 엔니오 모리코네의 삶과 음악 세계를 조명한 영화가 나왔다.

주세페 토르나토레 감독이 연출한 '엔니오: 더 마에스트로'(이하 '엔니오')는 모리코네의 육성 인터뷰를 중심으로 진행되는 다큐멘터리 영화다.

모리코네가 2020년 7월 세상을 떠나기 전 이뤄진 인터뷰를 통해 관객은 생전의 모리코네와 대화하는 듯한 경험을 하게 된다.

'엔니오'는 모리코네가 작곡한 아름다운 영화음악들로 가득하다.

모리코네의 음악으로 전 세계 관객들에게 추억으로 남은 영화 속 명장면들도 함께 보여준다.

그 사이사이에 모리코네가 등장해 뒷얘기를 들려준다.

클린트 이스트우드, 쿠엔틴 타란티노, 왕자웨이(왕가위), 롤랑 조페,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 등 거장 영화감독들도 모리코네와 작업을 함께한 추억을 털어놓는다.

조페 감독은 '미션'을 제작하던 시절 모리코네와 통화하다가 그가 허밍(콧노래)으로 '가브리엘의 오보에'를 처음으로 들려준 순간을 이렇게 회고한다.

"갑자기 머리가 쭈뼛 서더군요.

음악을 들으니 영화가 눈앞에 펼쳐졌죠."
모리코네의 콘서트에 간 느낌…영화 '엔니오: 더 마에스트로'
'엔니오'에는 영화감독뿐 아니라 제작자, 작곡가, 모리코네의 청년 시절 음악을 함께 공부한 동료 등도 나온다.

작곡가 한스 치머는 모리코네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어떻게 첫 음만 듣고도 엔니오란 걸 알 수 있을까요? 그는 음악에 자기를 넣었기 때문이죠."
모리코네의 영화음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엔니오'를 보면서 모리코네의 콘서트를 보는 듯한 감흥에 빠져들 수 있다.

세르지오 레오네 감독의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아메리카'(1984)에 나오는 명곡 '데버라의 테마', 주세페 토르나토레 감독의 '시네마 천국'(1990)과 클린트 이스트우드 주연의 '석양의 무법자'(1969)의 테마곡 등은 추억에 젖게 한다.

'석양의 무법자'의 테마곡이 코요테의 울음소리에서 착상한 것이라는 모리코네의 설명도 흥미롭다.

'엔니오'는 '시네마 천국'을 시작으로 모리코네와 '말레나'(2001), '피아니스트의 전설'(2002), '베스트 오퍼'(2014) 등을 함께 만든 토르나토레 감독의 우정이 담긴 작품이기도 하다.

토르나토레 감독이 모리코네에게 그의 삶과 음악에 관한 다큐를 만들어보면 어떻겠냐며 참여 의사를 타진했을 때 모리코네는 "주세페가 감독이라면 하겠지만, 그렇지 않으면 안 할 것"이라고 답했다고 한다.

'엔니오'는 제78회 베니스 국제영화제에 초청돼 호평받았고, 지난 4월엔 제24회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상영됐다.

7월 5일 개봉. 156분. 12세 관람가.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