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의 기쁨과 슬픔' 이어 두 번째 단편집 '연수' 출간
주위에 있을 법한 생생한 인물과 빠른 전개 돋보이는 단편 6편 수록
두번째 소설집 낸 장류진 "가독성 좋다면 퇴고의 힘 아닐까요"
소설가 장류진(37)의 작품들은 높은 가독성이 큰 특징이다.

20~30대 대학생이나 직장인들이라면 주위에 있을 법하다고 느낄 만한 인물들의 대화와 생각의 타래가 간결하고 평이한 문장으로 옮겨져 빠르게 페이지를 넘기게 만든다.

신작 소설집 '연수'(硏修)도 그렇다.

젊은작가상 수상작인 표제작 '연수' 등 여섯 편의 이야기는 빠른 전개와 입에 짝 달라붙는 찰진 대사가 어우러져 속도감 있는 독서 쾌감을 선사한다.

"문장을 정확하게 쓰고 싶어요.

정확하게 쓰다 보면 가독성이 높아지는 것 같아요.

쓰면서 퇴고를 많이 하는 편입니다.

쓰다가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서 퇴고하고, 더 쓰다가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서 고치고. 이런 걸 계속 반복하죠."
지난 22일 전화로 만난 장류진 작가는 높은 가독성의 특징으로 여러 차례 반복하는 퇴고의 힘을 들었다.

작가의 이런 완벽주의 성향 덕에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고 재치 있는 문장들이 나오는 것이겠지만, 잦은 퇴고로 인해 "소설의 앞부분을 쓸 때 시간이 오래 걸린다"고도 했다.

30대 젊은 소설가의 대표주자 중 한 명으로 꼽히는 장류진의 두 번째 소설집 '연수'는 첫 단편집 '일의 기쁨과 슬픔'(2019)과 마찬가지로 일상에 지친 청년들에게 건네는 경쾌한 위로와 직업 세계에 대한 정밀한 묘사가 빛난다.

운전 공포증이 있는 회계사인 여성 주인공이 아주머니 운전 강사를 만나 도로 연수를 받는 이야기인 '연수', 사이클 동호회 대표와 회원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연애 감정과 기 싸움을 다룬 시트콤 같은 이야기 '라이딩 크루', 보수적인 기업에서 부장 자리까지 올라간 '현수영'과 회사 앞에서 술집을 운영하는 '천 사장'을 중심으로 벌어지는 '공모', 지역 방송사 인턴기자인 '선진'의 올림픽 취재기 '동계올림픽' 등 여섯 편의 단편이 수록됐다.

두번째 소설집 낸 장류진 "가독성 좋다면 퇴고의 힘 아닐까요"
대도시에 거주하며 직장생활을 하는 20~30대 독자라면 '내 이야기 아니면 내 친구 이야기가 아닐까' 싶을 정도로 공감이 가는 다채로운 인간군상은 장류진 소설의 큰 매력이다.

소설 곳곳에는 대학에서 사회학을 전공한 뒤 판교의 IT 회사 등 몇 군데의 직장을 다니며 작품활동을 시작한 작가의 경험이 녹아 있다.

판교의 IT 기업을 배경으로 한 등단작 '일의 기쁨과 슬픔'도 있을법한 등장인물과 배경, 디테일한 상황과 감정 묘사로 젊은 직장인 독자들 사이에서 화제를 모았다.

"저는 있을 법한 이야기, 핍진한 이야기를 쓰고 싶은 욕구가 커요.

꼭 그런 이야기가 좋은 소설이 되는 건 아니지만요.

제 직장 경험도 있지만 다양한 직종의 지인들에게 취재를 많이 합니다.

인턴 기자가 등장하는 '동계올림픽' 같은 경우도 현직 기자인 친구에게 많이 물어보고 썼어요.

전공인 사회학도 세상살이랑 맞닿아 있기도 하고 사회현상의 이면을 들여다보는 학문이라 소설 작업에 도움이 됩니다.

"
그의 작품들에는 경쾌한 호흡과 빠른 스토리 전개, 주위에 있을 법한 평범하면서도 속 깊은 직장인 등 드라마나 영화 제작사에서도 눈독을 들일 만한 요소가 많다.

최근에는 장편 '달까지 가자'(2021)의 판권이 팔려서 영상화 작업도 추진 중이다.

하지만 소설에는 소설만의 매력이 있는 법. 넷플릭스, 유튜브, 각종 숏폼 콘텐츠의 성황으로 소설 독자들이 점차 줄어들고 있는 현실에서 문학을 읽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이냐고 물었다.

"저도 영상매체를 좋아하지만, 영상과 소설은 다른 매력이 있어요.

영상은 모두가 같은 장면을 보지만, 소설의 한 장면을 100명이 읽으면 각자의 머릿속에 100개의 장면이 만들어집니다.

상상은 각자 하는 거니까요.

언어와 문장으로 말하는 소설의 매력이지요.

"
장 작가는 적지 않은 시간을 직장인으로 지내다가 몇 년 전부터는 전업 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요즘엔 아침에 일어나 요가를 하고, 집에 와서 아침 식사 후 커피 한잔을 내려 책상 앞에서 5~6시간을 집필에 매달리는 루틴을 유지하고 있다고 한다.

첫 소설집 출간 당시 사인을 부탁하는 독자들에게 그는 "사시는 동안 적게 일하시고 많이 버세요"라고 적어줬다.

이번 '연수'의 초판 1쇄에는 "이 여정을 당신과 함께"라는 친필이 적혀 있다.

첫 소설집 '일의 기쁨과 슬픔', 장편 '달까지 가자'에 비해 이번 소설집 제목 '연수'는 조금 평범해 보이기도 한다.

"저도 출판사도 제목을 놓고 고민이 많았어요.

소설 속 인물들 모두가 어딘가에서 어딘가로 향하는, 어떤 과정 또는 여정에 있는 인물들이라는 생각에서 표제작 제목인 '연수'가 전체를 아우르는데 어울린다고 생각했어요.

재미있게 읽어주셨으면 합니다.

"
창비. 336쪽.
두번째 소설집 낸 장류진 "가독성 좋다면 퇴고의 힘 아닐까요"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