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지향성 음파 기술 선도하는 제영호 제이디솔루션 대표

소리는 공기를 타고 사방팔방으로 퍼지면서 점점 약해진다.

이런 속성을 다양한 쓰임새에 맞게 제어하는 기술 개발 경쟁이 뜨겁다.

소리를 모아 특정 공간으로만 전달하는 초(超)지향성 음파 기술도 그중 하나다.

1960년대 미국에서 태동해 실용화돼 온 이 기술이 한층 고도화하면 어떤 일상이 펼쳐질까.

혼잡한 전동차 안에서 이어폰 없이도 주변 사람에게 폐를 끼치지 않은 채 스마트폰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이나 동영상을 즐기는 모습을 상상해 볼 수 있다.

[스타트업 발언대] "세계 넘버원 사운드테크 기업 꿈꿔요"
제이디(JD)솔루션은 초지향성 음파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자랑하는 토종 '사운드 테크'(소리 기술) 기업이다.

2009년 스피커 연구개발·제조업체로 출발한 이 회사가 확보한 지식재산권은 100건에 육박한다.

소리 산업 분야에서 독보적인 기술력을 쌓았다는 평을 듣는 배경이다.

회사명 JD는 창업자인 제영호(43) 대표 이름과 '개발'이란 뜻의 영어 단어 디벨롭먼트(Development) 머리글자를 조합한 것이라고 한다.

이 회사가 걸어온 길을 살펴보면 실제로 회사 이름에 어울리는 개발사(史)를 써왔음을 알 수 있다.

설립 3년 차인 2011년 공개한 초지향성 및 고출력 지향성 음향기술을 위시해 지금까지 개발한 사운드 기술·제품은 26개나 된다.

여기에는 지향성 음향기술뿐만 아니라 사각지대 없이 원하는 곳에 음원을 보내는 무지향 음향기술, 음파에 데이터를 실어 보내는 기술이 포함돼 있다.

[스타트업 발언대] "세계 넘버원 사운드테크 기업 꿈꿔요"
지난 12일 서울 금천구 디지털로 소재 사무실에서 제영호 대표를 만났다.

제 대표는 목포해양대 기관시스템공학부를 나왔다.

대학 시절부터 사운드 테크에 관심이 많았다는 그는 한때 몸담았던 VR(가상현실) 콘텐츠 제작업체에서 처음 접한 지향성 음향이 미래 사운드 테크의 핵심이 될 것으로 확신하고 창업에 나섰다고 한다.

-- 어떤 기술을 갖고 있나.

▲ 소리를 모으거나 퍼트리는 방향성 기술, 소리를 멀리까지 명료하게 보내는 기술, 소리에 데이터를 실어 전달하는 음파통신(사운드 태그) 기술을 개발하고 공급한다.

방향성을 기준으로 소리를 모으는 게 지향성이고, 퍼뜨리는 게 무지향성이라고 할 수 있다.

[스타트업 발언대] "세계 넘버원 사운드테크 기업 꿈꿔요"
-- 기술적 원리를 설명하면.
▲ 초음파(40kHz) 기술을 활용한다.

디지털 음원을 사람 귀로 들을 수 없는 초음파로 변조하고 자체 알고리즘으로 이 초음파를 가청 음파로 바꾸어 일정 공간에만 전달하는 방식이다.

사람 귀에 들리지 않는 직진성의 초음파를 사람이 들을 수 있는 사운드로 바꾸고 직진성을 유지토록 하는 것이 우리 변조 알고리즘의 특징이다.

이 알고리즘을 필요로 하는 대기업 등에 칩(소프트웨어)으로 제공하거나 우리가 직접 스피커 제품으로 생산할 수 있다.

어느 음향기업이든 우리 솔루션을 쓸 수 있도록 플랫폼화하는 것이 목표다.

-- 어디에 활용되나.

▲ 초지향은 소리를 특정 공간으로 모아 공간음향을 만들어내는 데 목적을 둔 기술이다.

어떤 공간에서 한쪽만 들리고 다른 쪽은 적게 들리거나 하면 좋겠다고 생각할 때가 있는데, 일반 스피커로는 구현할 수 없다.

초지향 기술을 활용하면 한 공간에서 선택적으로 소리를 전달해 옆쪽에선 거의 들리지 않게 할 수 있다.

일례로 횡단보도 동작음이나 안내음이 주변 상가나 학교 같은 건물 안쪽으로 퍼지면 소음이 돼 민원과 불편을 야기한다.

이 경우 초지향성 스피커로 횡단보도 특정 공간에만 소리를 전달하면 인근 지역에 피해를 주지 않게 된다.

[스타트업 발언대] "세계 넘버원 사운드테크 기업 꿈꿔요"
고속도로 터널을 달리다 보면 운전자 주의를 환기하는 안내방송을 들을 수 있다.

터널에서는 바깥 도로에 비해 자동차 주행 소음이나 풍절음(주행 때 공기 압력으로 문틈에서 나는 바람 소리) 영향을 더 많이 받기 때문에 일반 스피커를 사용하면 운전자에게 메시지를 제대로 전달하기 어렵다.

하지만 특정한 곳에 울림 없이 명료하게 소리를 보내는 고출력 지향성 기술을 적용하면 사정이 달라진다고 한다.

제 대표는 인파가 몰리는 대규모 집회·시위 현장에서도 지향성을 가진 음원 송출 시스템을 활용하면 안전사고를 막는 데 상당한 효과를 볼 수 있다고 말한다.

매우 시끄러운 환경에서도 메시지를 담은 소리를 먼 곳까지 깨끗하게 전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 국내외 경쟁업체 기술·제품과의 차별점은.
▲ JD솔루션은 국내에서 유일하게 지향성 원천 기술을 갖고 있다.

세계적으로 봐도 우리와 미국의 터틀비치(Turtle Beach) 등 두 기업만 상업적으로 의미 있는 원천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세계적으로 유일하게 이 기술을 활용한 제품 소형화·양산화에 성공했고, 타사보다 높은 성능과 낮은 가격으로 제품을 생산한다.

-- 무지향은 어떤 기술인가.

▲ 수능 듣기 평가에서 소리가 명료하게 전달되지 않아 문제를 야기하곤 한다.

소리는 물리적 속성상 멀리 있는 곳보다는 가까이에서 더 잘 들린다.

스피커가 어디 있든지 간에 소리를 골고루 분산하는 무지향 스피커는 특정 공간의 사람들이 전체적으로 소리를 균등하게 인지할 수 있는 명료도를 높인다.

-- 스피커 하나로 가능한가.

▲ 공간에 따라 다르지만 교실 기준으론 스피커 하나로 충분하다.

[스타트업 발언대] "세계 넘버원 사운드테크 기업 꿈꿔요"
-- 소리에 데이터를 실어 보내는 기술도 보유하고 있다는데.
▲ 정부 과제로 3년 동안 연구·개발해 관련 기술을 습득했다.

그전부터도 국내외 많은 회사가 음파통신 기술을 개발했지만 두 가지 문제가 있었다.

주변 소음이 심하면 데이터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 점, 그리고 퍼지는 소리 특성으로 불특정 다수에게 데이터가 전달되는 문제였다.

그래서 주변에 노이즈(소음)가 있어도 최대한 음파통신이 잘 되게끔 하는 기술과 필요에 따라서는 특정인에게만 데이터를 전송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 이 기술을 활용할 수 있는 분야는.
▲ 결제를 비롯해 인증, 메시지 푸시 등 여러 용도로 쓸 수 있다.

블루투스, 와이파이, NFC(근거리무선통신) 기능을 모두 커버할 수 있다.

음파통신은 여러 통신수단 중 하나다.

통신수단 별로 장단점이 있기 때문에 거기에 맞게 활용하면 된다.

-- 사물인터넷(IoT)에 빗댄 SoT를 내세우는데.
▲ 우리가 만든 개념인데, IoT에 소리를 더한 것이다.

'소리 기반 사물 서비스'(Sound of Things)라고 표현할 수 있다.

현실감 있는 VR(가상현실) 사운드와 생생한 4D(4차원) 사운드를 구현하는 기술과 사용자 경험(UX)을 바탕으로 안전방송, 재난방송, 광고, 사운드태그, 오디오 QR, 엔터테인먼트 등 다양한 영역에서 우리 생활을 윤택하고 편리하게 만들어 주는 서비스를 지향한다.

-- SoT 적용 사례는.
▲ 교통, 모빌리티, 보안, 사운드바, 미디어, 이커머스 등 수많은 분야에서 활용할 수 있다.

일례로 사운드와 시스템이 결합한 언택트 스토어 서비스로 무인매장(키오스크) 이용객에게 개인화된 디지털 경험을 제공한다.

음성 안내 공간에서 당사자에게만 안내 음성이 들리게 하는 독립음장 기술을 사용하는데, 이 서비스는 LG유플러스 무인매장 서울 1호점에서 국내 최초로 선보였다.

[스타트업 발언대] "세계 넘버원 사운드테크 기업 꿈꿔요"
-- 자동차 분야는 어떤가.

▲ 내비게이션 사운드가 나오면 듣고 있던 음악이나 라디오 소리가 작아지고 내비게이션 안내 음성은 커지게 된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국내 완성차 업체와 같이 개발한 것이 소리를 분할하는 독립음장 시스템이다.

내비게이션 사운드는 운전석에만 나오게 하고 다른 공간에선 원래 듣던 소리를 그대로 들을 수 있다.

-- 상용화 단계인가.

▲ 개발을 완료하고 국내 자동차 회사뿐만 아니라 여러 글로벌 업체들과 상용화를 준비하고 있다.

-- 대기업과의 협업 상황은.
▲ 예전엔 동반성장이라고 했는데, 지금은 대기업과 함께 성장한다는 의미의 '함성' 프로그램이 많다.

서울시 산하 기관인 서울경제진흥원(SBA)이 다양한 함성 프로그램을 운영하는데, 우리도 참여해 성과를 내고 있다.

-- 창업 이듬해 부설 연구소를 열었는데.
▲ 기술 기반의 회사를 지향했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사운드 테크 분야에서 선두 기업의 길을 가고 있다.

미국 업체 중에 경쟁사가 있는데, 그 회사보다 먼저 우리가 상용화한 것도 있다.

현재 전체 팀원 23명 중 9명(39%)이 석·박사급 연구·개발 인력이다.

[스타트업 발언대] "세계 넘버원 사운드테크 기업 꿈꿔요"
-- 특허 출원 실적은.
▲ 2021년 2건, 2022년 22건을 출원했고 10여 건의 출원을 진행 중이다.

기술특허 48건(해외 3건 포함), 상표 33건, 디자인 10건 등 총 91건의 지식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 사운드 테크 시장 발전 전망은.
▲ 입체음향을 최대한 작은 디바이스로 효과적으로 표출하는 기술이 시장을 선도할 거라고 본다.

-- 향후 주력할 기술 개발 분야는.
▲ 초지향 스피커 성능의 고도화다.

음질을 한층 개선하고 가격을 낮추기 위해 칩(chip)화해 공급하는 방안을 찾고 있다.

초음파를 송출할 수 있는 압전세라믹 같은 차세대 소재 개발도 추진한다.

-- 초지향 기술을 적용한 일반 소비자용 제품 출시 계획은.
▲ 내년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CES(가전·IT 전시회)에서 일반 소비자를 겨냥한 초지향 사운드바 등을 선보인 뒤 국내외 시장 공략에 나설 예정이다.

이 사운드바를 사용하면 거실 등 같은 공간에 있는 다른 가족의 눈치를 보지 않고 이어폰 없이도 홀로 TV를 볼 수 있게 된다.

[스타트업 발언대] "세계 넘버원 사운드테크 기업 꿈꿔요"
JD솔루션은 올해 매출 목표를 지난해(약 90억원)의 두 배 정도로 잡고 있다.

지금까지 모은 자본이 300억원을 넘지만 연구개발 능력을 키우기 위해 투자금도 더 유치할 계획이다.

제 대표는 지금까지 받은 투자금 가운데 30%가량이 미국과 일본 등 외국에서 들어왔다며 대부분은 음향 관련 기업이나 스피커를 부품으로 쓰는 회사가 주주로 참여한 경우라고 전했다.

일본의 유명 전자업체인 S사는 추가 자본 유치 과정에서 투자하겠다는 의향을 밝혔다고 한다.

해외 시장 개척도 본격화한다.

JD솔루션의 초지향성 음파 장비는 일본,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등에 이미 수출됐다.

제 대표는 경제사절단 일원으로 최근 방한한 싱가포르 정부 기관 관계자가 자사를 방문했다며 외국 기업과 정부 기관이 재난안전, 방산 등 여러 분야의 제품에 관심을 보인다고 말했다.

"초지향 기술 분야에선 우리가 세계 1위라고 자부해요.

지난 10여년간 연구개발에 엄청난 투자를 해온 결과인데, 이제 시장이 본격적으로 열리고 있는 겁니다.

국내에서 시작했지만 초지향 분야를 넘어 세계 1위 사운드 테크 기업이 될 수 있도록 계속 노력하겠습니다.

"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