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2004년 이후 처음으로 지난해 중국을 넘어 한국의 최대 상품 수출국으로 떠올랐다. 대(對)미국 경상수지는 역대 최대 폭의 흑자를 달성했다. 중국은 21년 만에 한국의 경상수지 적자국이 됐다.

22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2년 지역별 국제수지’에 따르면 한국의 대미 상품 수출액은 지난해 1393억1000만달러로 2021년(1141억달러)에 비해 22.1% 증가했다. 현대자동차·기아 등 국산 승용차 등의 수출이 증가하면서 수출액이 크게 늘었다.

이는 지난해 대중 상품 수출액 1232억2000만달러를 웃도는 수치다. 대중 수출은 2021년 1365억6000만달러에서 9.8% 쪼그라들었다. 반도체 등의 수출이 부진했던 영향이다. 기계·정밀기기와 석유제품 등을 중심으로 수출이 감소했다. 코로나19 이후 반도체를 중심으로 중국 수출길이 차단된 상황에서 미·중 갈등으로 일종의 경제 블록화가 이뤄지며 이 같은 역전 현상이 발생한 것으로 파악된다. 미국이 중국을 넘어 한국의 최대 상품 수출국이 된 것은 18년 만이다. 대미 상품 수출은 지역별 국제수지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1998년부터 2004년까지 줄곧 대중 상품 수출을 앞섰지만 2005년 자리를 내줬다. 이후 매년 대중 수출액이 대미 수출액보다 수백억달러 많은 상태가 2021년까지 이어져 왔다. 수출 역전이 발생하면서 경상수지도 크게 요동쳤다. 지난해 대미 경상수지는 677억9000만달러 흑자를 나타냈다. 흑자폭은 2021년 455억4000만달러에서 222억5000만달러 증가하며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대중 경상수지는 77억8000만달러 적자를 나타냈다. 2001년(7억6000만달러 적자) 후 21년 만에 적자로 전환했다. 적자 폭은 역대 최대였다. 상품 수출이 줄어든 것과 달리 수입은 늘어 상품수지가 100억6000만달러 적자를 기록했고, 본원소득수지 흑자도 감소했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