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예비지정 후 10월 10개 내외 최종 선정해 파격 지원
대학들 희비교차…지역·대학 유형 쏠림, 통합 과정 잡음도
학과 장벽 없애고 대학 통합…글로컬대 도전 15곳 혁신 청사진
교육부와 글로컬대학위원회가 20일 발표한 글로컬 대학 예비 지정 대학들의 특징은 결국 대학 내외 벽 허물기로 요약된다.

예비 지정 대학들은 글로컬대 선정을 위해 학문·학과 간 칸막이를 무너뜨리고 대학과 대학 간 벽을 없애는가 하면 대학과 지방자치단체·지역 산업계와의 경계를 허물고 손을 맞잡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이날 교육부와 글로컬대학위원회에 따르면 2023년 글로컬 대학 예비 지정 신청에 총 108개교가 94개의 혁신 기획서를 제출했고, 그중 15개 혁신 기획서가 선정됐다.

예비 지정 대학 중 상당수는 무학과·무학년·무전공 등 학문·학과 간 벽 허물기라는 혁신 과제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순천향대의 경우 학생들의 학습 선택권이 극대화할 수 있도록 10개 단과대, 50개 전공을 폐지하고 ▲ 생애 전 주기형 5년제 학·석사 과정 ▲ 단기 집중형 3년제 학사 과정 ▲ 융합 혁신형 4년제 학사 과정 ▲ 실전 창업형 5년제 학·석사 과정 등 새로운 교육 체제인 4개 유니버시티·15명 이하 40개 소전공 체제로 전환하겠다고 밝혔다.

한동대는 14개 학부를 통합하고 100% 전공 선택권을 무제한 보장하는 '문제 해결형 원칼리지 대학' 혁신 모델을 제안했다.

대학 간 벽을 무너뜨려 통합을 추진하고 특색 있는 교육과정을 운영하겠다는 대학들도 있었다.

글로컬대 지정에 공동으로 신청한 부산대와 부산교대는 유·초·중등·특수·평생교육을 아우르는 새로운 종합 교원양성대학을 구축하겠다는 점을 높이 평가 받았다.

강릉대와 강릉원주대는 '1도 1국립대' 구축을 목표로 강릉, 춘천, 원주, 삼척 등 지역적으로 거리가 떨어진 각 캠퍼스를 하나의 거버넌스 하에 운영하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그러면서도 각 캠퍼스가 기초지방자치단체와 긴밀히 연계된 캠퍼스별 지역 협력 체제를 구축할 수 있도록 자율권을 부여한다는 방침이다.
학과 장벽 없애고 대학 통합…글로컬대 도전 15곳 혁신 청사진
대학-지역 기업·연구소 간 벽 허물기에 도전하는 대학도 나왔다.

울산대는 울산 도심과 주력 6개 산업단지에 멀티 캠퍼스를 조성해 산업 현장 맞춤 시공간 초월형 캠퍼스를 조성하고, 총 1천원 규모의 지역산업육성 펀드를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학부 정원을 15% 감축해 대학원 정원으로 전환을 추진하는 등 연구 역량을 강화하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포항공대의 경우 지역 수요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법인 이사회에 지역 산업계 인사를 임명하도록 추진하고, 대학 교육 혁신·신산업 창출을 위해 3천억원 규모의 매칭 투자를 추진하기로 했다.
학과 장벽 없애고 대학 통합…글로컬대 도전 15곳 혁신 청사진
예비 지정 대학들은 9월까지 지자체, 지역 산업체 등과 함께 혁신 기획서 과제를 구체화하는 실행계획서를 수립해 제출해야 한다.

이후 본지정 평가를 통과한 총 10개 내외 대학만이 10월 최종적으로 글로컬대로 지정된다.

이날 예비 지정 결과가 발표되자 지정을 위해 사활을 걸었던 지역 대학들 사이에서는 희비가 엇갈리는 반응이 쏟아졌다.

일부에서는 지역별·대학 유형별 안배가 이뤄지지 않았다며 쏠림에 대한 우려를 제기한다.

실제로 이번에 대전, 대구, 세종, 제주 지역 대학은 한 곳도 선정되지 못했고, 전문대는 통합을 전제로 한 경북도립대 1곳만 선정됐다.

교육부 관계자는 "(글로컬대) 1차 연도에는 혁신 위주로 보려고 했고, 평가위원들께도 혁신성만 봐달라고 했다"며 불가피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통폐합 과정에서 잡음이 적지 않은 부산대·부산교대의 예비 지정도 논란의 여지가 있을 수 있다.

이와 관련해 김우승 글로컬대학위원회 부위원장은 "(통합에서) 가장 중요한 케미컬 본딩(화학적 결합)이 되지 않으면 굉장히 어렵다"며 "교수님 반발 등은 (본지정 심사에) 아마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치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예비 지정 대학들이 최종 탈락할 경우 그동안 들인 공이 수포가 될 수 있다는 점도 향후 반발이나 갈등으로 번질 수 있는 요소다.

예비 지정 대학은 앞으로 3개월간 추가 협의를 거쳐 실행계획서를 작성해야 하는 등 공을 들여야 한다.

그러나 최종 탈락하더라도 내년 추가 지정에 도전할 경우 아무런 이득이 없다.

교육부 관계자는 "매년 (글로컬대) 평가위원 풀을 다르게 구성하기 때문에 예비 지정 후 본지정에서 탈락한다고 해서 내년 선정 가능성이 높지 않다"고 말했다.

10월 본지정 대학이 공개되면 이 대학에 지역 수험생들이 몰리고, 그 외 대학은 당장 내년부터 신입생 모집이 더 어려워질 수 있다는 문제점도 제기된다.

그러나 교육부는 이에 대해 별다른 보완책을 마련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