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지오 브랜드는 함께 크는 내 형제 같아…글로벌 명품으로 도약할 발판 만들겠다"
자신의 이름을 딴 패션 브랜드 ‘송지오(SONGZIO)’를 탄생시킨 1세대 대표 디자이너인 송지오 전 송지오인터내셔널 대표는 2018년 아들을 새 대표로 임명했다. 당시 20대 중반으로, 1993년 론칭한 송지오 브랜드보다 어린 패션업계 최연소 대표였다. 업계 곳곳에서 술렁거릴 만했다.

5년이 지난 지금, 송재우 송지오인터내셔널 대표(사진)는 회사를 무섭게 성장시키고 있다. 업계에선 “실력으로 호사가들을 찍소리 못하게 만들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송 대표를 지난 17일 서울 성수동 사무실에서 만났다. 그는 20일 시작하는 파리 패션위크 준비에 한창이었다. 검정 니트에 검정 재킷을 걸치고, 그에 맞춰 검정 뿔테 안경을 끼고 있었다. 모르는 사람이 봤으면 ‘당연히 패션디자이너겠지’란 생각이 들게 하는 차림이었다.

그는 패션을 공부해본 적이 없다. 프랑스 파리 명문 사립고를 졸업한 뒤 미국 컬럼비아대에서 수학과 경제학을 전공했다. 대표 취임 전엔 악사뱅크 유럽, 언스트&영, BNP파리바 같은 글로벌 투자은행(IB)과 컨설팅회사에서 경험을 쌓았다.

패션은 그에게 어렸을 때부터 아버지가 일하는 모습을 보며 각인된 DNA 같은 것이다. “어릴 때부터 지켜봐 온 만큼 송지오라는 브랜드의 성장 과정이 곧 내 성장 과정이었어요. 평생 함께한 형제와 같이 커가는 느낌입니다.”

그의 말처럼 송지오는 송 대표와 함께 빠르게 성장 중이다. 송지오, 송지오옴므 등 2개뿐이던 브랜드는 지제로, 지오송지오가 더해져 4개가 됐다. 최근에는 송지오의 라이프스타일 라인인 아흐드비브르가 나왔고 송지오옴므의 캡슐라인인 SSAW도 출시를 앞두고 있다. 2018년 '송지오 옴므'를 기준으로 51억원이던 매출은 지제로 등 신규 라인이 추가되며 지난해 총 700억원을 기록했다.

송 대표는 송지오가 글로벌 럭셔리 브랜드로 성장하길 꿈꾼다. 하지만 “내 임기 내에는 쉽지 않은 일”이라며 서두를 뜻이 없음을 내비쳤다. 누구나 인정하는 명품이 되려면 브랜드만의 유산(헤리티지)을 쌓아야 하는데,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그는 “적어도 다음 세대에는 글로벌 명품이 될 수 있도록 브랜드를 최대한 위로 끌어올리는 게 나의 역할”이라며 “일각에서는 ‘너무 빠르게 확장한다’고도 하지만, 이렇게 사이즈를 키우지 않으면 100년 넘은 해외 명품들을 따라갈 수 없다”고 말했다.

송 대표는 글로벌 패션 시장에서 자리잡기 위해 해외 단독매장 개관 준비에 힘쓰고 있다. 8월에는 파리 프렝탕백화점과 홍콩 하비니콜스에 매장을 낸다. 이 기세를 몰아 이후 런던 뉴욕 등 주요 도시 백화점 입점을 추진 중이다. 국내 대규모 플래그십 매장도 구상하고 있다.

동시다발적으로 미션을 수행해 나가는 그에게 여성복 브랜드 론칭은 최대 숙제 중 하나다. ‘패션의 꽃’으로 불리는 여성복 라인이 있어야 진정한 글로벌 패션 하우스로 거듭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2025년 1분기에 여성복 라인을 출시하고, 그 이후 가방 등을 만드는 액세서리 시장에도 진출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송 대표는 “2년쯤 전부터 해외 시장에서 달라진 K패션의 위상을 피부로 느끼고 있다”고 했다. “예전에는 K패션이 특이한 패션 정도로 인식됐다면 지금은 워낙 기대가 커 ‘뭔가를 보여줘야 한다’는 강박감까지 생겨요. 올해가 브랜드 론칭 30주년인 만큼 송지오 하면 떠오르는 ‘가장 송지오다운 컬렉션’을 파리 패션위크에서 보여주려고 합니다.”

한편 이번 파리패션위크에는 송지오의 '뮤즈'로 꼽히는 모델 배정남도 동행한다. 배 씨는 "패스트패션이 도래한 현 시점에서 송지오는 유행을 타지 않고 오래 입을 수 있는 클래식한 디자인이 많다"고 말했다.

양지윤 기자/사진=최혁 기자 y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