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철 동원그룹 명예회장(동원육영재단 이사장·오른쪽)과 김대진 한국예술종합학교 총장(왼쪽)은 26일 서울 서초동 한예종에서 기부 약정을 체결했다. 동원육영재단은 한국 문화·예술 인재 양성을 위해 한예종에 10억원을 기부하기로 했다.  동원그룹 제공
김재철 동원그룹 명예회장(동원육영재단 이사장·오른쪽)과 김대진 한국예술종합학교 총장(왼쪽)은 26일 서울 서초동 한예종에서 기부 약정을 체결했다. 동원육영재단은 한국 문화·예술 인재 양성을 위해 한예종에 10억원을 기부하기로 했다. 동원그룹 제공
“1958년부터 수년간 원양어선 생활을 할 때 세계 여러 나라를 다니면서 ‘우리나라를 어떻게 발전시킬까’라는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우리는 자원은 없고 많은 것은 사람뿐인데, 사람은 참 우수하다’는 걸 깨달았지요. 결론적으로 사람만 제대로 기르면 된다고 확신했습니다.”

2020년 인공지능(AI) 인재 양성에 사재 500억원을 기부해 한국 사회에 큰 울림을 준 김재철 동원그룹 명예회장이 이번엔 K문화 지원에 나섰다. 1969년 동원산업을 세우기 전부터 장학사업을 한 그가 처음으로 문화·예술 분야 기부를 결정한 것이다. 문화·예술이 한국의 미래를 견인할 것이란 신념에서다.

김 명예회장이 이사장을 맡고 있는 동원육영재단은 한국예술종합학교에 10억원을 기부한다고 26일 발표했다. “가요 드라마 클래식 등에서 한류 열풍이 뜨거운 가운데 문화·예술 산업을 꾸준히 키워나가려면 인재가 가장 중요하다는 소신에 따른 결정”이란 게 재단 측 설명이다.

이날 서울 서초동 한예종 캠퍼스에서 열린 기부 약정식에는 김 명예회장과 김대진 한예종 총장, 박인구 동원산업 부회장 등이 참석했다. 김 명예회장은 “오늘날 대한민국의 문화·예술 부문 영광의 이면에는 예술을 전공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 속에서도 묵묵히 도전해 나간 예술인의 노력이 있었다”며 “창의와 개성을 갖춘 문화·예술 인재가 우리나라 소프트파워의 미래”라고 말했다. 동원육영재단의 기부금은 한예종 음악원과 영상원 학생들의 장학금으로 쓰일 예정이다.

김 명예회장은 3년 전 “AI 인재를 키워야 한다”며 500억원을 KAIST에 쾌척한 바 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한국이 선진국 반열에 오르기 위해서는 AI 분야에서 주도권을 잡아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어린 시절 가정 형편이 어려워 읽고 싶은 책을 맘껏 읽지 못한 게 평생의 아쉬움으로 남았던 김 명예회장은 원양어선 실습 항해사 때부터 수입의 일부를 장학금으로 내놓기도 했다. 동원산업을 창업한 이후에는 인재사업을 더 적극적으로 펼쳤다.

1979년에는 사재 3억원을 출연해 동원육영재단을 설립했다. 이 재단은 40년간 장학사업과 연구비 지원사업 등에 570억원을 지원했다. 동원육영재단 장학생은 지금까지 9500명이 넘는다.

김 명예회장이 장학금을 내놓은 한예종은 1993년 개교 이후 한국 문화·예술 인재 양성의 허브로 자리 잡았다. 음악 연극 영상 무용 미술 전통예술 등의 분야에서 3544명의 학생이 공부하고 있다. 전임교수는 136명이다.

철저한 실기 중심 교육으로 ‘한국형 줄리아드’라는 평가를 받는다. 피아니스트 손열음과 임윤찬, 발레리나 박세은 등 세계적인 예술 인재를 지속해서 배출해 왔다. 배우 이선균 김고은 등 유명 한류 배우들도 이곳 출신이다.

한예종은 별도 영재교육원을 두고 어려서부터 예술 분야에서 탁월한 재능을 보이는 학생들을 집중 관리하고 있다. 영재교육원 소속 학생은 교수들로부터 실기 위주의 1 대 1 도제식 교육을 받는다. 교육비는 전액 무료다.

양지윤/최다은 기자 y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