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이 사업 구조조정에 들어갔다. 돈이 안 되거나 미래가 불투명한 사업은 정리하는 대신 신학철 부회장이 언급한 3대 성장동력 사업 위주로 재편하겠다는 의도다. 특히 미래 산업으로 꼽은 사업에서도 세부 내용을 재조정하면서 성장을 가속화한다는 전략이다.
LG화학 "석유화학 사업재편, 인력도 재배치"

“석유화학사업 구조조정”

LG화학은 노국래 석유화학사업본부장 명의로 19일 석유화학사업본부 임직원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한계사업에 대한 구조 개혁을 과감하고 선제적으로 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범용 사업 중 경쟁력이 없는 한계 사업에 대해서는 구조조정을 늦출 수 없는 상황”이라며 “장기 가동 중지, 사업 철수, 트레이딩 에셋화(지분 매각, 조인트벤처 설립) 등을 통해 사업 구조를 재편하겠으며, 이에 따른 인력 재배치도 추진하겠다”고 했다.

사업 구조조정 이유에 대해선 “글로벌 제조업 경기침체로 석유화학 제품 수요가 부진한 상황”이라며 “중국 기업의 정유·석유화학 일체형 콤플렉스 신증설 러시는 우리를 한계상황으로 내몰고, 판매가격이 변동비 수준에도 미치지 못해 공장을 가동할 수 없는 제품(사업)이 늘어나고 있다”고 우려했다.

지난해 21조7234억원의 매출을 낸 LG화학 석유화학부문은 지난해 4분기 1659억원의 영업손실에 이어 지난 1분기에도 508억원의 영업적자를 내는 등 실적이 악화하고 있다. 이 부문에는 국내외 5000명 가까운 임직원이 일하고 있다. 일부 고부가가치 제품을 제외하면 주로 범용 제품이 많아 이 부분을 구조조정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진단사업·익산 양극재 공장도 매각

LG화학은 석유화학사업 외에도 지난 9일 생명과학부문의 체외진단용 의료기기사업부를 글랜우드PE(사모펀드)에 팔기로 했다. 1500억원에 팔린 이 사업부는 진단사업을 주로 한다. LG화학 관계자는 “글로벌 신약 개발과 상관없는 부분을 정리하고 개발에 더 집중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이 회사는 전북 익산의 양극재 공장 매각도 추진하고 있다. 익산 공장의 생산 설비가 연산 4000t 규모에 불과해 청주공장(연산 7만t), 올해 완공되는 구미공장(연산 6만t)에 비해 집적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대신 충북 청주 인근에 새 부지를 알아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양극재 공장도 고도화하겠다는 전략이다.

여기에 최근엔 LG에너지솔루션의 지분 일부를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2% 안팎의 지분을 팔아 2조원의 투자 자금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LG화학은 LG에너지솔루션 지분 81.84%를 보유하고 있어 시장에선 이 지분 매각을 통해 추가로 대규모 자금을 조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LG화학은 사업 구조조정을 통해 마련된 재원으로 성장동력 사업에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LG화학은 △친환경 △전지 소재 △글로벌 신약 등을 3대 신성장동력으로 꼽고 2030년 매출 30조원을 달성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3대 사업의 매출 비중은 2022년 21%에서 2030년 57%로 끌어올릴 예정이다.

특히 3대 신성장동력 중에선 전지 소재에 가장 많은 투자가 이뤄진다. LG화학은 2028년까지 양극재 설비와 실리콘 음극재 등 개발에 10조원 이상을 투자할 계획이다.

김재후/김형규 기자 h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