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시 20주년을 맞은 장수 게임이 신작 게임의 격전장인 PC방 순위에서 ‘톱3’에 드는 성과를 냈다. 넥슨의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인 ‘메이플스토리’ 얘기다.
넥슨 '20년 장수게임' 글로벌 신작 제쳤다

2003년 출시작의 재반등

19일 게임정보업체 엔미디어플랫폼에 따르면 메이플스토리는 게임별 PC방 점유율 순위에서 3위(점유율 10.2%)에 올랐다. 지난주 4%대였던 점유율이 한 주 만에 두 배 넘게 뛰었다. 블리자드가 이달 출시한 ‘디아블로4’(7.9%)도 앞질렀다. e스포츠 시장을 이끄는 ‘리그 오브 레전드’(39.5%), 넥슨의 또 다른 히트작 ‘피파온라인4’(10.8%) 외엔 적수가 없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온라인 게임의 평균 서비스 기간은 37.6개월이다. 2003년 4월 탄생한 메이플스토리의 수명이 업계 평균의 여섯 배를 넘어선다는 계산이다.

점유율 반등의 배경엔 넥슨의 업데이트 전략이 있다. 넥슨은 올여름 게임 내 콘텐츠를 추가하면서 캐릭터의 성장 속도를 대폭 끌어올렸다. 레벨 상승에 필요한 경험치를 최대 40% 줄였다. 특정 이벤트 구간에선 한꺼번에 3개 레벨을 올려주기도 했다. 신규 이용자가 업데이트 콘텐츠를 즐기기 위해 들여야 하는 준비 시간을 최소화하려는 조치다. PC방 내 접속 시간을 일정량 채우면 마우스패드를 증정하는 ‘선물 공세’도 점유율 상승에 영향을 미쳤다.

축제가 된 업데이트 행사

업계에서는 넥슨의 오프라인 마케팅에 주목하고 있다. 이 회사는 공연장, 상영관, 웹소설, 웹툰 등 여러 문화 콘텐츠 채널과 연계해 전방위 홍보 전략을 펼치고 있다. 지난 10일엔 서울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에서 메이플스토리의 업데이트 행사를 열었다. 이무진, 국카스텐 등의 가수가 게임 속 노래를 부르면서 아이돌 공연장과 비슷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넥슨은 CGV 상영관 14곳과 연계해 영화표를 예매해 관람하는 방식으로 이 행사를 생중계했다. 온라인 방송으로 이 행사를 본 누적 시청자는 약 38만 명을 기록했다. 넥슨은 메이플스토리 지식재산권(IP)을 활용한 웹툰, 웹소설, 테마파크 개발 계획을 공개하며 이 행사를 십분 활용했다.

업계 관계자는 “청소년기에 넥슨 게임을 즐긴 이용자들이 성장해 구매력을 갖추면서 넥슨 IP를 활용한 콘텐츠를 재구매하는 선순환이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넥슨의 다른 ‘구작’들도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2005년 출시된 이 회사의 ‘서든어택’은 PC방 점유율 6위에 올랐다. 같은 해 출시작인 ‘던전앤파이터’는 지난 1분기 중국에서 최대 분기 매출을 달성했다.

이들 게임의 성공으로 지난 1분기 넥슨은 매출 1조1920억원, 영업이익 5406억원을 기록했다. 두 지표 모두 국내 업계 최대다. 두툼해진 ‘지갑’이 신작 개발의 밑거름이 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넥슨은 올 하반기에 신작 6개를 출시할 예정이다.

이주현 기자 de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