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7광구 불똥 튈라"…심해 시추 뛰어드는 中에 '긴장' [김리안의 에네르기파W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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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남중국해 등의 영유권을 둘러싼 지정학적 갈등을 더욱 키우고 있다. 미국 정부는 대(對)중국 견제의 일환으로 중국의 해상 유전 개발 기업을 블랙리스트에 올리기도 했다. 일각에선 중국의 심해 시추 '올인' 움직임이 7광구(JDZ·한일공동개발구역)까지 손을 뻗치게 만들 것이란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해상 유전에 진심인 중국
블룸버그통신은 최근 "중국이 넘쳐나는 에너지 수요를 '자체적으로' 감당하기 위해 심해 시추를 대폭 늘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중국은 세계 최대 원유 수입국이다. 2000년엔 전체 원유 공급량의 10%에 불과했던 수입 비중이 지난해엔 70%를 넘어섰다. 이처럼 심각한 수입 의존도에서 벗어나기 위해 당국은 해상 유전 개발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고, 마침내 작년 중국 해상 유전에서 추출된 원유는 중국 내 원유 총생산량의 약 60%에 달했다. 육상 광구의 생산량을 넘어선 것이다.이를 주도하고 있는 건 중국의 3개 국영 석유기업 중 하나인 해양석유총공사(CNOOC)다. CNOOC은 한반도 서해와 가까운 보하이해(渤海)에서 유전을 개발·운영하고 있다. 보하이 유전은 지난해까지 누적 생산량이 5억t에 달하는 중국 최대 유전이다. 최근엔 남중국해의 류화(流花) 유전을 확장하고 있다. 국내외 투자를 늘리고 있는 CNOOC의 원유 총생산량에서 중국 해상 유전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3년 15%에서 2021년 23%까지 늘었다.

바이후이 유 애널리스트는 "중국의 기술 발전과 접근성 향상으로 더 깊은 해역에 더 많은 시추를 집중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심해 시추는 고도의 첨단 기술력이 필요한 분야다. 재킷이라 불리는 철제 구조물을 수심 300m보다 깊은 해저에 고정시켜야 하는데, 해저의 엄청난 압력과 낮은 온도, 거센 파도와 태풍 등을 극복할 수 있어야 한다.
中이 7광구까지 노리면 "지정학 화약고"
1947년 멕시코만 연안에 세계 최초로 해저 유전 개발에 나선 미국(당시 수심 4~5m 수준)을 비롯해 유럽의 대기업들은 이미 1970년대에 북해 유전 개발에 뛰어들었다. 역사가 오래된 이들 서구권 기업들의 앞선 기술력을 최근 CNOOC이 급속도로 따라잡고 있다. 지난해 남중국해 주장커우(珠江口) 유전에 자체 설계·건설한 '하이지 1호' 재킷은 아시아 사상 최대 규모(총길이는 340m 가량)로 주목을 받았다. CNOOC은 미국 에너지 대기업 엑슨모빌이 가이아나 연안에서 발견한 유전 개발 컨소시엄에 참여하는 등 전 세계에서 활약하고 있다.
중국의 심해 시추 확장은 또 다른 지정학적 갈등의 뇌관이 될 수 있다. 중국은 이미 남중국해의 각종 유전을 개발·운영하는 과정에서 인도나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국가들과 잦은 충돌을 빚어왔다. 중국이 국제법상 근거가 없는 남해9단선(南海九段線)을 설정해 남중국해에서 90%의 해역에 영유권을 주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행정부는 2020년 말 "CNOOC이 중국 인민해방군과 협력해 미국 동맹국들의 해양 자원 탐사를 방해하고 있다"며 규제 대상 블랙리스트에 올렸다.

일본 정부는 1982년 유엔국제해양법 상 배타적경제수역(EEZ)가 정식 도입되자 단독 개발의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한국 정부와의 협업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 자국 연안으로부터 200해리(약 370km)까지의 모든 자원에 대해 독점적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EEZ 도입으로 7광구 일대 대부분이 일본 영유권에 포함될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중국은 애초에 한일간 7광구 협정을 인정하지 않았다. 최악의 경우 7광구 협정이 만료된 뒤 7광구 일대가 한·중·일 다자간 외교 분쟁으로 비화되는 화약고가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것이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