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대구시장 대구경찰청장, 이틀전 화재 현장서도 신경전
알고도 못 막은 대구시-경찰 퀴어축제 물리적 충돌
대구퀴어문화축제 준비 도중 두 공권력이 부딪히는 초유의 사태는 개최 당일 전부터 예고된 일이란 지적이 나오고 있다.

18일 대구경찰청과 대구시에 따르면 두 당국은 전날 열린 대구퀴어문화축제 개최 전부터 축제 장소 도로점용을 놓고 서로 다른 입장을 고수했다.

주최 측의 도로 사용을 '불법 점용'으로 본 홍준표 대구시장은 지난 12일 처음으로 자신의 페이스북에 경찰과 견해차를 드러냈다.

그는 경찰로부터 축제장 일대 버스노선 우회 요청을 받은 사실을 밝히며 "도로점용 허가나 버스노선을 우회할 만큼 공공성 있는 집회로 보기 어렵다"고 부정적인 의사를 공개했다.

축제 하루 전날까지도 "퀴어축제 때 도로 불법 점거를 막겠다고 하니 경찰 간부가 집회 방해죄로 입건한다고 엄포를 놓는다"며 "교통방해죄로 고발한다고 하니 나한테 교통방해죄 구성요건을 설명해 주겠다고 설교도 한다"고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경찰과의 갈등을 처음 표출하기 나흘 전에는 기독교 단체의 '퀴어축제 관련 집회 금지 가처분 신청'을 지지한다고 메시지를 내놓은 그였다.

홍 시장이 지칭한 '경찰 간부'는 김수영 대구경찰청장으로 알려졌다.

경찰과 대구시 간부들에 따르면 둘은 지난 15일 서구 중리동 대형 공장 화재 현장에서도 대구퀴어문화축제를 두고 20여분간 격론을 펼쳤다.

알고도 못 막은 대구시-경찰 퀴어축제 물리적 충돌
대구시가 '행정대집행'에 나서겠다는 강경 방침을 고수하자, 경찰은 맞대응 차원에서 법률 검토에 돌입했다.

축제에 앞서 경찰은 본 행사가 '집회의 자유' 범주에 있는 집회로 도로점용허가를 받지 않더라도 형사법과 행정법 영역에서 정당한 사유로 인정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또 도로점용허가를 받지 않았더라도 집회를 강제로 해산해야 할 만큼 공공의 안녕질서에 명백한 위협이 발생한다고 볼 수 없으면 행정대집행은 위법이라는 법원 판례 등을 확인했다.

경찰은 '대구시의 행정대집행은 무리'란 취지로 결론을 내린 뒤 축제장에 경력 1천500여명을 투입했다.

결과적으로 축제 당일 공무원과 경찰이 물리적으로 충돌하는 '예견된 초유의 상황'이 벌어졌다.

축제 주최 측이 중앙로 대중교통전용지구로 무대 설치 차량 진입을 시도하자 대구시 공무원들은 길을 막아섰다.

경찰은 무대 설치 차량의 진입을 위한 길을 터주며 공무원들과 몸싸움을 벌였다.

알고도 못 막은 대구시-경찰 퀴어축제 물리적 충돌
홍 시장은 예정에 없던 현장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사태를 법으로 판단 받고, 김 청장에까지 책임을 묻겠다고 밝혔다.

그는 "법원은 집회 시위를 제한하지 않는다고 판결했지, 점용허가를 받지 않은 공공도로를 점거하라고 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경찰은 '대구경찰청 공무원직장협의회연합' 명의로 반발 성명을 내며 "검찰 출신으로 누구보다 법을 잘 아시는 분이 왜 이러시는지 의문"이라고 비판했다.

알고도 못 막은 대구시-경찰 퀴어축제 물리적 충돌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