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호반건설에 부당내부거래 혐의로 시정명령을 내리고 608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기로 했다고 15일 밝혔다. 이번 과징금은 부당내부거래 관련 부과 금액으로는 역대 세 번째로 큰 규모다. 공정위는 호반건설의 동일인(총수)인 김상열 회장 개인에 대해선 공소시효 만료로 고발하지 않았다.

호반건설은 계열사들을 동원해 ‘벌떼 입찰’로 수도권 알짜 공공택지를 수주한 뒤 김 회장 아들의 회사에 넘겨주는 등 부당내부거래를 한 것으로 조사됐다. 공정위에 따르면 2003년 12월 김 회장은 경영권 승계를 염두에 두고 미성년자였던 장남이 100% 소유한 회사 호반건설주택을 설립했다. 이후 호반건설주택은 호반건설의 분양 대행 등 일감을 몰아서 받으며 빠르게 성장했으나, 2012년 상속세 및 증여세법상 ‘일감 몰아주기 규정’이 도입되면서 문제가 생겼다. 내부거래 비중 30% 이상인 기업의 이익을 증여로 보고 지배주주에게 증여세를 부과하도록 한 법에 따르면 호반건설주택은 내부거래 비중이 100%에 가까워 막대한 증여세가 부과될 가능성이 있었다.

이에 호반건설은 내부거래 비중을 줄이는 한편 공공택지 시행사업 몰아주기로 편법 승계 작업에 나섰다. 호반건설은 2013년 12월부터 2015년 9월까지 다수의 계열사를 동원해 벌떼 입찰로 공공택지를 22건 낙찰받은 뒤, 김 회장 장남 소유의 호반건설주택과 차남 소유의 호반산업 등에 몰아줬다. 공공택지는 경기 화성 동탄신도시, 김포 한강신도시 등 수익성 좋은 수도권에 분포해 평균 경쟁률이 108 대 1에 달했다. 호반건설이 양도한 공공택지 시행사업의 분양이익은 총 1조3587억원이었다.

이슬기 기자 surug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