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연구팀 "현생인류 동남아 첫 이주 시기, 기존 추정보다 4만년 더 빨라"

현생 인류인 호모 사피엔스가 발생지인 아프리카를 떠나 동남아시아를 통해 호주로 이동한 시기가 지금까지 알려진 것보다 4만년 정도 더 이르다는 것을 보여주는 최고 8만6천년 전 화석이 라오스 북부 동굴에서 발견됐다.

[사이테크+] 라오스서 동남아대륙 最古 8만6천년 전 호모사피엔스 화석 발견
미국 어바나-샴페인 일리노이대 로라 섀클포드 교수와 덴마크 코펜하겐대 파브리세 데메테르 교수팀은 14일 과학저널 '네이처 커뮤니케이션'(Nature Communication)에서 라오스 북부 탐파링 동굴에서 8만6천~6만8천년 전 호모 사피엔스의 유골 화석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이는 지금까지 동남아시아 대륙에서 발견된 것 중 가장 오래된 호모 사피엔스 증거이며, 현생 인류가 동아시아를 거쳐 호주로 이동한 시기가 알려진 것보다 4만년 더 이르다는 것을 뜻한다고 설명했다.

이전까지 게놈(유전체) 연구 결과에 따르면 호모 사피엔스는 발생지인 아프리카를 떠나 오스트랄라시아(Australasia)로 여러 차례에 걸쳐 이주했을 가능성이 있지만 동남아시아에서 발견된 화석 증거들로는 정확한 이주 시기를 알기는 어려웠다.

다만 인도네시아와 필리핀, 라오스, 호주 등에서 발견된 증거들을 종합하면 이주 시기는 최소 4만6천여년 전일 것으로 추정돼 왔다.

연구팀은 라오스 북부에 있는 탐파링 동굴에서 두개골 조각과 정강이뼈를 발견하고 이 뼈들의 형태가 현생 인류 이전에 인근에서 살았던 것으로 밝혀진 데니소바인보다는 호모 사피엔스와 훨씬 가까우며, 가장 아래 지층인 7m 깊이에서 발굴된 정강이뼈는 연대가 8만6천~6만8천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사이테크+] 라오스서 동남아대륙 最古 8만6천년 전 호모사피엔스 화석 발견
이어 이 뼈들의 기하학적 형태 분석 결과는 이들이 현지에 분포돼 살고 있던 고인류 집단으로부터 진화했거나 현생인류와 고인류 집단의 혼합 혈통이 아니라 아프리카에서 이곳으로 이주해온 현생인류 호모 사피엔스 혈통이라는 것을 시사한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연구팀은 또 탐파링 동굴은 지금까지 초기 호모 사피엔스 흔적이 해안선이나 섬에서 주로 발견된 것과 달리 바다에서 최소 300㎞ 이상 떨어져 있다며 이는 호모 사피엔스가 이주 시 내륙의 숲 지역도 이용했음을 보여주는 것이며 동남아시아 대륙에 도착한 시기도 알려진 것보다 4만년 정도 더 빠르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밝혔다.

공동연구자인 호주 매콰리대학 키라 웨스트어웨이 교수는 "탐파링 동굴은 약 7만 년 전에 데니소바인이 많이 거주했던 '코브라 동굴'과 매우 가까이 있다"며 "이 지역은 호모 사피엔스보다 훨씬 이전부터 우리 조상 인류가 사용했던 이동 경로일 수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