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 바닷가 스타벅스 건물에 제비집 6개…건강하게 무럭무럭 자라
[유형재의 새록새록] "바다 뷰 '스벅'이 우리 집"…도란도란 제비 가족
"제비도 스벅(스타벅스)은 못 참지."
바다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바닷가 스타벅스 건물에 저 멀리 강남에서 온 제비가 집을 짓고 도란도란 가족을 키우고 있어서 화제다.

커피로 유명한 강원 강릉의 한 바닷가 스타벅스 건물 처마에는 모두 6개의 제비집이 있다.

유명 브랜드를 비롯한 각종 커피숍이 즐비해 커피거리로 불리는 이곳은 거리에서도 바닷바람을 타고 진한 커피 향이 솔솔 날 정도로 인상 깊은 곳이다.

[유형재의 새록새록] "바다 뷰 '스벅'이 우리 집"…도란도란 제비 가족
그래서 이곳은 주말과 평일은 말할 것도 없고 평일에도 관광객으로 넘쳐난다.

이유는 분명하지 않지만, 현대식 건물이 즐비한 이 일대의 많은 건물 가운데 매우 드물게 2층 규모의 스타벅스 건물에만 유독 제비집이 많다.

현재 1개의 제비집에서는 새끼가 무럭무럭 자라고 있고, 1개는 어미가 알을 품는 모습이 보여 1차 혹은 2차 번식을 하는 것으로 추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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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한 곳은 집이 비좁을 정도로 5마리 새끼의 덩치가 다 컸다.

일부는 떨어질 듯 아슬아슬하게 둥지에 매달려 날갯짓하다가 다시 둥지로 들어가는 모습도 보여 이소가 멀지 않았음을 짐작게 했다.

새끼들은 노란 입을 쫙 벌리고 어미가 먹이를 물어다 주길 기다렸다.

어미는 이소를 앞두고 몸이 커진 새끼들에게 좀 더 맛있고 영양가 높은 먹이를 물어 나르느라 쉬지도 못한 채 먹이가 많은 인근 남대천 주변을 오가며 바삐 움직였다.

[유형재의 새록새록] "바다 뷰 '스벅'이 우리 집"…도란도란 제비 가족
새끼들은 어미가 물어온 먹이를 서로 먼저 먹으려고 입을 더 크게 벌리며 경쟁하는 모습이 귀여울 정도였다.

특히 새끼가 부쩍 자란 곳의 제비집은 커피숍 안에서 유리창 밖으로 어미 제비가 드나드는 것을 볼 수 있는 곳이다.

이처럼 어미 제비가 수시로 '바다 뷰 스벅 하우스'를 쉼 없이 드나들지만, 대형 유리창 너머의 커피숍 손님들은 이를 아는지 모르는지 무심하다.

그러나 이런 사람들의 무심함 덕에 제비 가족이 스트레스받지 않고 안전하게 쑥쑥 자라 오히려 다행스러웠다.

마침내 이 둥지의 새끼 제비들은 13일 오후 모두 건강한 모습으로 둥지를 떠나 이소했다.

[유형재의 새록새록] "바다 뷰 '스벅'이 우리 집"…도란도란 제비 가족
새끼들이 다 커 시끄러웠던 이 둥지 바로 한 뼘 건너에는 어미 제비가 포란 중인 듯 가끔 힐끔힐끔 보인다.

옆집에서 새끼들이 시끄럽게 굴어도 어미는 신경 쓰지 않고 오직 알을 품는 데만 집중해 왔다.

이제 옆집이 조용해진 만큼 더 포란에 신경 쓸 수 있게 됐다.

또 다른 제비집에서는 옆 둥지와 다르게 3마리의 새끼가 둥지에 턱을 괴고 조용히 어미를 기다린다.

나머지 3곳의 스벅 제비집은 드나드는 제비가 보이지 않아 새끼들이 이미 이소한 빈집으로 보인다.

이곳 스벅 건물에는 지난해에도 제비가 둥지를 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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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지 않고 올해도 찾은 것이다.

몇 해 전에는 인근의 카페베네 건물에도 둥지를 틀고 행복한 가정을 이뤘으나 건물을 새로 지은 뒤에는 제비들이 찾지 않고 있다.

이곳은 인근에 남대천과 주변에 풀숲이 있어 먹이를 구하기 쉽고 논 등이 있어 집을 짓기 쉬운 탓에 본격적으로 개발된 후에도 제비들이 떠나지 않고 있다.

제비들이 박씨를 물어다 주지 않더라도 안전하고 건강하게 머물다 강남으로 돌아가길 바라본다.

[유형재의 새록새록] "바다 뷰 '스벅'이 우리 집"…도란도란 제비 가족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