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서울 광화문 세종대로를 지나는 차량들. 운전자만 탑승한 ‘나홀로 운전’이 에너지 낭비의 한 요인이 되고 있다.  최혁 기자
13일 서울 광화문 세종대로를 지나는 차량들. 운전자만 탑승한 ‘나홀로 운전’이 에너지 낭비의 한 요인이 되고 있다. 최혁 기자
울산 공기업에 다니는 30대 직원 A씨. 입사 후 줄곧 혼자 승용차로 왕복 20㎞ 거리를 출퇴근하던 그는 얼마 전부터 회사 통근버스를 이용하고 있다. 회사에 주차공간이 넉넉하지 않은 데다 기름값도 만만치 않게 나왔기 때문이다. A씨 승용차는 평균 연비가 L당 12.6㎞다. 하루 20㎞씩 주 5일 출퇴근하는 데 소요되는 기름은 한 달에 32L 정도였다. 현재 휘발유 가격(L당 1600원 수준)을 적용하면 한 달 기름값이 5만1200원, 1년에 61만4400원이다. ‘나홀로 운전’으로 새는 돈이 만만치 않은 것이다.

하지만 국내에선 여전히 나홀로 운전이 대세다. 한국경제신문 취재팀은 13일 오전 8시30분부터 30분간 서울 명동역 신세계백화점 건너편에서 출근 차량을 직접 세봤다. 명동역에서 한국은행 방향으로 우회전하는 차량 180대(영업용 차량 제외) 중 두 명 이상 탑승한 차량은 11대(6%)에 불과했다. 나머지 94%는 운전자만 타고 있었다. 게다가 차량 중 소형차·전기차는 10대 미만이었고 대부분 중·대형 세단,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밴 등 ‘기름이 많이 드는’ 차량이었다.

물론 이날 출근길 사례를 일반화할 순 없지만 정부 조사 결과를 봐도 나홀로 운전은 60%에 달한다. 2021년 국토교통부의 국가교통조사를 보면 1인 탑승 차량의 비중은 59.7%에 달했다. 차종별로 승용·승합차는 58.8%였고 화물차는 80.9%, 택시는 68.2%(운전자 제외)였다.

한국은 자가용 차량의 주행거리도 국토 면적에 비해 긴 편이다. 에너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한국의 자가용 한 대당 연간 주행거리는 1만2176㎞다. 일본(6017㎞)의 두 배가 넘는다.

국내 육상운송 부문의 연간 에너지 소비량은 3500만t(2020년·석유환산 기준)으로, 전체 에너지 소비량 2억2260만t 중 15%를 차지한다. 특히 석유 소비량만 보면 전체 10만9300t 중 34.2%(3만7400t)나 된다. 도로에서 새는 에너지를 줄이는 게 중요한 이유다.

도로에서 낭비되는 에너지를 줄이기 위해 가장 좋은 방법은 통근버스나 대중교통 이용을 늘리는 것이다. 출근길에 여러 명이 한 차를 이용하는 카풀을 활성화하는 것도 방안이다. 하지만 택시업계의 반발이 변수다. 2016년 풀러스라는 업체에서 일반 승용차 차주가 앱을 통해 카풀 등록을 하면 특정 시간에 한해 카풀 상대방을 매칭해주는 서비스를 선보인 적이 있다. 하지만 국토부와 서울시로부터 경찰에 고발까지 당한 끝에 2020년 11월 사업을 완전히 접었다. 면허 없이 택시사업을 한다는 택시업계의 항의에 백기를 든 것이다.

혼잡통행료를 징수하거나 통행료를 올려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서울시는 남산 1·3호 터널에 부과되던 혼잡통행료 2000원을 지난 4월 17일부터 한 달간 면제하는 실험을 해봤다. 그랬더니 남산 1·3호 터널 통행량이 약 14% 증가했고, 우회도로의 통행량은 6.3%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혼잡통행료가 교통량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게 확인된 것이다. 이에 따라 서울 등 대도시에서 혼잡통행료 징수 구간을 늘리거나 기존 통행료를 인상하는 것도 ‘나홀로 차량’을 줄이는 방안으로 꼽힌다. 현재 서울 남산 1·3호 터널은 운전자를 포함한 탑승 인원이 2명 이하일 때 혼잡통행료를 부과하고 있다.

박한신 기자 p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