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전 이탈리아 총리(86)가 12일 별세했다. 미디어 재벌인 그의 지분을 누가 승계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핵심 인물은 장녀 마리나

포브스에 따르면 베를루스코니와 그의 가족의 재산은 올해 4월 기준 68억달러(약 8조7720억원)에 달한다. 베를루스코니의 재산은 과거보다 줄었지만 여전히 이탈리아에서 3번째로 부유한 재벌(전세계 352위)이다.

그의 유족으로는 33세의 여자친구와 두 명의 전 부인, 다섯 자녀가 있다

생전 대부분 사업을 매각한 베를루스코니와 그의 가족들은 미디어 그룹 핀인베스트의 지분 61%를 갖고 있다. 이밖에 출판, 은행 등 분야에서 지분을 갖고 있다고 포브스는 전했다.

그가 이 지분을 어떻게 증여·승계할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로이터통신은 장녀인 마리나가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전했다.

베를루스코니와 첫번째 부인인 카를라 엘비라 달롤리오 사이에서 태어난 마리나(1966년생)와 피에르(1969년생)은 아버지가 1990년대 초 이탈리아 정계에 입문한 직후부터 회사 운영을 맡아왔다. 피에르가 TV 사업을 책임졌고 마리나는 핀인베스트의 부회장에 임명된 후 2005년부터 회장을 맡고 있다.
사진=포브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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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루스코니와 두번째 부인인 베로니카 라리오 사이에서 태어난 3명의 자녀는 모두 1980년대 생이다. 이들은 나이가 어려 기업에서 고위 임원 역할을 하지 못했다.

로이터는 "베를루스코니가 떠난 후에도 가족의 단합이 유지될 수 있는지, 그것이 그가 부를 쌓은 미디어 사업의 미래에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가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부패의 아이콘' 베를루스코니는 누구

베를루스코니는 1936년 9월 29일 이탈리아 북부 도시 밀라노의 평범한 중산층 가정에서 태났다. 밀라노국립대에서 법학을 전공한 그는 졸업 후 고향 밀라노에서 건설회사를 설립해 성공 가도를 달렸고, 미디어 기업을 거느린 이탈리아 최고의 재벌로 성장했다. 이탈리아 프로축구 세리에A의 AC밀란 구단주로 이름을 알리기도 했다.

그는 부와 권력을 쌓으며 1994년 총선에서 처음 집권에 성공하며 정치인으로 변신했다. 자수성가 기업가의 이미지, 구단주로서의 인기, 자신이 소유한 언론사의 영향력 등을 십분 활용했다는 평가다. 이어 2001~2006년, 2008~2011년 모두 세 차례(2005년 이뤄진 개각을 감안하면 네 차례) 총리를 지냈다. 2차대전 이후 이탈리아 최장수 총리(9년) 기록이다.

하지만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는 ‘스캔들의 제왕’이라는 불명예스러운 별명을 얻을 정도로 뇌물, 횡령, 성추문 등 스캔들이 끊이지 않았다. 특히 2011년에는 미성년자와의 성추문 의혹과 이탈리아 재정 위기 속에 총리직에서 불명예 퇴진했다. 당시 이탈리아 경제 상황이 악화하면서 대규모 퇴진 시위도 열렸다.



그는 2013년엔 탈세 혐의로 유죄를 선고받아 상원의원직을 박탈당했다. 2014년 이혼 후 49살 연하 여성과 결혼하는 등 결혼과 이혼도 반복했다.

한동안 정계를 떠났던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는 우파연합의 구심점 역할을 하며 막후에서 상당한 입김을 행사했다. 그는 5년간 공직 진출 금지가 풀린 지난해 9월 조기 총선에서 10년 만에 상원의원에 당선되며 화려하게 정치 일선에 복귀했다.

베를루스코니는 이날 밀라노의 산 라파엘레 병원에서 숨을 거뒀다. 2년 전 만성 골수 백혈병(CML) 진단을 받은 이후 입원과 퇴원을 반복했고, 최근 입원 치료를 받다 고비를 넘기지 못했다.

그의 동생인 파올로와 슬하의 다섯 자녀 중 네 자녀(마리나, 엘레오노라, 바르바라, 피에르)가 임종을 지켰다. 장례식은 오는 14일 밀라노 대성당에서 국가장으로 치러진다.

신정은 기자 newyear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