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 장관만 2번 했다…자사고·마이스터고의 아버지
역대 두 번째 장수 장관’ … 한국 교육의 기본 틀 만들어
수능 등급제·응시 과목 손질, 대입 자율화 등 추진도
10년 만에 컴백 … 이번엔 유아교육·보육 통합 힘써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교육 정책 분야 최고 전문가로 꼽힌다. 많은 사람이 그를 MB 교육개혁의 설계자로 알고 있지만, 그가 교육 정책에 몸담은 건 그보다 훨씬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95년 당시 김영삼 정부는 5·31 교육개혁을 발표했다. 세계화, 정보화에 대응하기 위해 마련된 정책이었다. 이 교육개혁안 수립에 당시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이었던 이 부총리가 참여했다. 그는 교육개혁위원회에 전문위원으로 참여해 5·31 교육개혁의 기틀을 잡는 데 일조했다. 5·31 교육개혁은 지금까지 일부 내용이 수정되긴 했지만, 현재까지 큰 맥락은 유지되고 있다. 한국 교육의 기본을 만드는 데 이 부총리가 참여한 셈이다.

대한민국 교육개혁 설계자, MB 정부 교육부 수장으로

교육에 대한 그의 비전은 이명박 정부에서 꽃을 피웠다. 이명박 대통령이 대선후보이던 시기부터 교육 분야 대선 공약을 직접 설계했다. 이 대통령 당선 후에는 인수위원회에서 사회교육문화분과 간사를 맡았고 청와대에서 초대 교육과학문화수석으로 일하며 정책의 연속성을 이어갔다. 2008년 6월 이 대통령이 청와대 수석을 모두 교체하면서 함께 자리에서 물러났지만 그게 끝이 아니었다. 다음해 1월 교육과학기술부(현 교육부) 1차관으로 발탁되며 다시 교육 정책 전면에 나섰다. 이어 2010년 8월에는 교과부 장관으로 지명돼 임명장을 받았다.
2011년 9월16일 이주호 당시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왼쪽)이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의생명연구원에서 이명박 당시 대통령(오른쪽)과 이야기하고 있다.  연합뉴스
2011년 9월16일 이주호 당시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왼쪽)이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의생명연구원에서 이명박 당시 대통령(오른쪽)과 이야기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 부총리는 손꼽히는 장수 장관이다. 2010년 8월부터 박근혜 정부가 들어선 2013년 3월 10일까지 장관직을 유지했다. 장관 재임 기간만 924일이다. 유은혜 전 장관(1316일)에 이어 김영삼 정부 이후 두 번째 장수 장관으로 꼽힌다.

대학만이 정답 아니다 고졸 인재 키울 프로젝트 도입

긴 재임 기간 만큼이나 다양한 정책을 추진했다. 이명박 정부 시절 국가 수준 학업성취도 전수평가, 입학사정관제 도입, 3단계 대입 자율화, 자율형사립고(자사고)·마이스터고 신설을 비롯한 고교 다양화 프로젝트 등의 교육정책을 이 부총리가 구상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율성 확대와 이를 통한 경쟁력 강화가 주요한 목적이었다.

가장 관심을 둔 정책 중 하나는 ‘고교 다양화 300 프로젝트’다. 이 프로젝트는 학생들의 선택권을 확대하고, 사회에서 필요로 하는 인재를 육성하겠다는 목표로 시작됐다. 이를 위해 기숙형 고교 150곳, 자사고 100곳, 마이스터고 50곳을 허가했다. 자사고가 제일 이슈가 됐지만, 이 부총리가 가장 애정을 갖고 열정을 쏟은 것은 마이스터고였다. 고졸 인재를 키우는 것이 우리 사회 경쟁력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이 부총리는 우리 사회에 남아 있는 ‘무조건 대학을 가야 한다’는 인식이 국가경쟁력을 저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런 인식으로 사교육이 과열돼 가계 부담이 가중되고, 청년 노동시장의 고학력화로 중소기업에서 구인난이 발생하는 등 국가경쟁력이 저하되고 있다”고 말했다.
2011년 7월 1일 이주호 당시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왼쪽에서 세번째)이 전국주요대학 총학생회장들과의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교육부 제공
2011년 7월 1일 이주호 당시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왼쪽에서 세번째)이 전국주요대학 총학생회장들과의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교육부 제공
‘대입 3단계 자율화 방안’도 이 부총리의 주요 정책 중 하나다. 1단계는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등급제 보완이다. 이를 위해 수능 성적표에 과목별 등급, 백분위, 표준점수 등이 기록하게 됐다. 지금의 수능 성적표 기틀을 구축한 이가 바로 이 부총리인 셈이다. 2단계는 수능 응시과목을 축소한 것이다. 이전까지는 평균 7개 과목을 봤지만 5개로 줄었다. 3단계는 대입 완전 자율화였다. 이를 통해 대학은 학과 특성에 따라 지원자의 학교생활기록부와 수능 성적 반영 비율을 자유롭게 정할 수 있게 됐다. 또 사교육비 부담을 완화하겠다는 목적으로 입학사정관제를 도입했다. 다만 입학사정관제는 지난 정권의 ‘조국 사태’로 불거졌듯이 부모들이 스펙을 만들어줄 수 있다는 부작용을 낳기도 했다. 또 대입 자율화로 수도권 대학 쏠림 현상이 가속화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실상 대학 등록금 동결이 시작된 것도 이 부총리가 교육부를 맡았던 때다. 당시 반값 등록금을 요구하는 학생들의 시위가 일어났고, 정부는 취업후학자금상환제(ICL), 등록금 상한제, 등록금을 올린 대학에는 국가 장학금 예산을 지원하지 않는 등의 정책을 시행했다. 이후 대학 등록금은 현재까지 10여 년째 동결돼 있다.

이 부총리는 대학 구조조정에도 힘을 쏟았다. 대학구조개혁위원회를 구성했고 하위권 대학을 뽑아 학자금 대출 등의 정부 재정 지원을 끊는 ‘재정 지원 제한 대학’을 선정하기도 했다. 이 학교에 들어가면 학생들이 모든 국가장학금과 학자금을 대출받지 못하게 된다. 신규 학생 모집에서 엄청난 불이익을 받는 셈이다.

보수 교육정책 최고 전문가

장관에서 물러난 뒤에도 교육 정책에 대한 목소리를 내왔다. 바른사회운동연합 교육개혁추진위원회 공동위원장을 맡아 2017년 교육부 폐지론을 담은 ‘대선 주자들에 제안하는 7대 교육 개혁방안’을 발표하기도 했다. 교육부 장관으로 임명되기 직전까지는 케이정책플랫폼 이사장으로 일했다. 이사장으로 재임할 당시 ‘대학 혁신을 위한 정부 개혁 방안’ 제목의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 보고서는 교육부의 대학 정책 기능을 폐지하고 대학 관련 업무를 총리실로 이관해 대학의 자율성을 강화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사실상 교육부 해체론을 제기하는 내용이어서 큰 파문이 일었다.
교육부 장관만 2번 했다…자사고·마이스터고의 아버지
지난 6·1 전국동시지방선거 당시 서울교육감 선거에도 출마했지만, 끝까지 완주하진 않았다. 당시 교육계에서는 이 부총리가 분열된 보수 교육감 후보들의 단일화를 끌어내기 위해 나섰다고 평가했다. 이후 임태희 경기교육감 인수위원장을 맡기도 했다.

교육 개혁을 위한 두 자루 칼날, 자율경쟁

10년 만에 돌아온 이 부총리는 다시 개혁의 칼날을 갈고 있다. 하지만 10년 전과 같은 방식은 아니다. 이 부총리 특유의 추진력에 협상과 설득이라는 연륜이 더해졌다. 개혁과 변화를 추구하지만, 현장과 함께 가야 한다는 생각이 뚜렷해졌다. 요즘도 하루에 다섯 건 이상 외부 인사와 미팅할 정도로 현장과 전문가의 의견을 들으려 노력하고 있다.

그가 교육개혁에서 강조하는 것은 자율과 경쟁이다. 규제를 최소화하고 자율성을 키워주는 한편 시장 논리를 적용해야 교육의 질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본다.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3대 정책은 △어린이 교육·돌봄 △디지털 교육 △대학 혁신 등이다. 올해 초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모두를 위한 맞춤교육’ 10대 개혁 과제를 발표했는데, 이를 3대 정책으로 묶은 것이다. 이 부총리는 “‘모두를 위한 맞춤교육’을 한 문장으로 설명하자면 어느 지역에서, 어느 가정에서, 어떤 재능을 가지고 태어나더라도 지역·가정·학생 맞춤교육을 통해 사회와 산업이 요구하는 인재로 반드시 키우겠다는 정부의 담대한 비전”이라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이 부총리는 교육계 최대 난제로 꼽히던 유보통합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유아교육과 보육을 하나로 합치는 것이다. 유치원 교사, 어린이집 교사, 교육부, 보건복지부, 각 시·도 교육청, 지방자치단체 등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문제라 필요성에는 공감하지만 지난 30년 넘게 누구도 손대지 못했다. 이 부총리는 특유의 과감함으로 이를 관철했다. 교육부는 2025년부터 어린이집에 대한 관리, 감독 권한을 지자체에서 시·도 교육청으로 이관하기로 했다.
2011년 6월 11일 이주호 당시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왼쪽 첫번째)이 주5일 수업제 시범운영을 앞두고 서울 홍릉초등학교를 방문해 수업을 참관하고 있다. 교육부 제공
2011년 6월 11일 이주호 당시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왼쪽 첫번째)이 주5일 수업제 시범운영을 앞두고 서울 홍릉초등학교를 방문해 수업을 참관하고 있다. 교육부 제공
어린이 교육과 돌봄을 늘리는 것은 결국 정부의 저출산 대책과 맞닿아 있다. 사교육비, 돌봄 부담 등을 느끼지 않도록, 아이를 낳으면 국가에서 키워준다는 것이다. 늘봄학교도 그런 측면이 강하다. 정규수업 전후 돌봄을 강화했다. 학교가 끝나고 아이를 맡길 곳이 없어 학원 뺑뺑이를 돌리는 상황을 줄이기 위해 고안됐다. 예체능 등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만들어 아이들에게 제공하고, 부모가 집에 퇴근할 때까지 안전하게 학교에서 돌봐주는 방식이다.

이 부총리는 “초등학교에서 적어도 돌봄과 교육을 융합해 학부모님들 부담을 덜어드리겠다는 정부의 의지, 대통령의 의지는 확고하다”며 “2025년부터 전국적으로 확대해 모든 학부모님이 좋은 돌봄과 교육의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지난 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 AI디지털 교과서 추진 등 교육현안 당정협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지난 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 AI디지털 교과서 추진 등 교육현안 당정협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디지털 교육을 위해선 2025년 인공지능(AI) 디지털 교과서 도입을 서두르고 있다. AI를 통해 학생들의 학습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수집하고 분석해 교사들이 맞춤 수업을 하는 것이 목표다. 이 부총리는 “AI 디지털교과서가 도입되면 학생은 맞춤 교육으로 학습에서 성공을 경험하고 교사는 데이터 기반으로 수업을 디자인하고 개별 학생의 인간적 성장을 이끄는 역할에 더 집중할 수 있다”며 “학부모는 학습활동 정보를 바탕으로 자녀를 더 깊이 이해하고 정서적으로 지지해줄 수 있게 된다”고 기대했다.

대학개혁에도 앞장서고 있다. 지방대학을 살리기 위한 라이즈(RISE)사업과 글로컬 대학 선정이 대표적이다. 교육부는 학령인구 감소와 급격한 산업구조 변화에 대응해 세계적 수준으로 성장할 지역 대학인 글로컬 대학을 약 30곳 뽑아 5년간 1000억원을 지원한다. 이 부총리는 “지역 대학이 지역 발전에 허브가 되지 않으면 지역 대학 간 격차가 더 벌어질 가능성이 있기에 지역 대학이 본격적으로 지역의 중심 역할을 해야 한다”며 “글로컬 대학을 중심으로 한 큰 변화가 모든 지역 대학을 변화하게 하는 계기를 만들 것”이라고 기대했다.

지원과 함께 규제개혁에도 집중하고 있다. 먼저 2024년부터 대학이 총 입학 정원 범위 내에서 자율적으로 학과를 신설, 폐지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2025년부터는 교육부의 대학 평가가 사라지고, 부실 대학을 제외한 모든 대학에 재정을 지원한다. 교육부가 가진 감독 권한은 지자체로 이전한다. 대학의 자율성을 높이고 지자체와의 협력을 강화해 경쟁력을 키우도록 하기 위해서다.

퇴근 후 부인과 산책하는 게 건강 비결

가장 좋아하는 운동은 ‘걷기’다. 생각을 정리하며 정책을 구상하는 동시에 건강관리도 할 수 있어서다. 이 부총리는 지난해 경기도교육감직 인수위원장으로 일하던 당시 심근경색으로 쓰러져 응급조치를 받은 뒤 건강관리에 더욱 신경 쓰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무시간 내내 늘 일정이 많기 때문에 주로 점심시간과 저녁시간을 활용해 걷는다. 사무실에서 식당으로 이동할 때나, 식사 후 세종 호수를 돌면서 직원들과 얘기하는 것을 즐긴다. 자연스러운 분위기에서 사무실에서는 하기 힘든 얘기를 나누는 기회로 활용한다. 퇴근 후에는 부인과 함께 거의 매일 산책을 한다. 바쁘지만 최대한 가족과 많은 시간을 보내고 싶어서다.

이 부총리를 설명할 때 뛰어난 영어 실력을 빼놓을 수 없다. 원어민과 인터뷰를 능숙하게 할 수 있을 정도의 네이티브급 수준이라고 한다. 코넬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고, 유엔 글로벌 교육재정위원회 위원으로 일하며 고든 브라운 전 영국 총리 등과 활동한 것이 영향을 줬다. 국제협력과 관련해 외국 인사들을 만날 때도 통역 없이 직접 대화한다. 교육부 관계자는 “부총리가 외국 인사들을 만날 때 글로벌교육기획관실 직원들이 긴장한다”며 “자신들의 영어 실수를 부총리가 알아챌까 봐 걱정된다고 한다”고 전했다.

강영연 기자 yy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