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교포 작가 마이크 리 개인전

서울 성북동 제이슨함 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는 재미교포 작가 마이크 리(40)의 국내 첫 개인전도 코리안 디아스포라가 주요 주제다. 리의 부모님은 1980년대 초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며 로스엔젤레스(LA) 인근 오렌지 카운티 지역에 정착했고, 이곳에서 사업을 일으켜 중산층 가정을 일궜다. 이 근처는 한인 밀집 지역으로 재미교포 인구가 30만여명에 달한다. 미국인과 한국인의 정체성이 뒤섞인 특별한 문화를 공유하는 하나의 ‘문화권’이란 얘기다.
리는 이 문화권 특유의 분위기를 그림에 녹여냈다. 가족앨범에서 자신의 개인사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몇장의 사진들을 고른 뒤 이를 특유의 화풍으로 그려내는 방식을 통해서다. 예컨대 그의 작품 ‘홈커밍’(사진)은 부모님이 젊은 시절 이민을 온 직후 미국 집에서 촬영한 사진을 모티브로 그렸다. 집안은 어수선하고 부모님의 얼굴 부분에는 어떤 표정도 묘사돼 있지 않다. 하지만 작품 속 분위기와 빛 등에서 이들이 품고 있는 희망과 ‘아메리칸 드림’을 읽을 수 있다.

이런 경력 덕분인지 그의 작품은 마치 컴퓨터 그래픽 프로그램을 사용해 제작한 듯한 착각을 준다. 거의 보이지 않는 붓의 질감과 특유의 흑백 그라데이션(계조·階調) 효과 때문이다. 하지만 리의 작품은 붓과 유화 물감을 사용해 전통적인 기법으로 캔버스에 그려낸 회화다.
함윤철 제이슨함 대표는 “컴퓨터 그래픽을 사용했거나 에어스프레이로 그린 게 아니냐며 의심하는 사람도 있었다”며 “붓으로 캔버스에 그림을 그리는 작업 과정을 직접 촬영해 보내 준 적이 있다”고 말했다.

전시기획자 고원석(전 서울시립미술관 전시과장)은 “마이크 리는 뛰어난 그림 솜씨를 통해 미국 이민자 가정의 기억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재구성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시장에서도 리의 작품은 인기다. 작품을 사모으는 열성 팬들이 미국과 일본 등 세계 각지에 포진해 있다. 전시는 7월 15일까지.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