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농업의 내일을 여는 '스마트 농업'
매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는 세계 각국의 최신 기술을 선보이는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가 열린다. 올해 CES의 기조연설은 농기계 제조회사 디어앤드컴퍼니의 존 메이 회장이 맡았다. 첨단과 혁신의 경연장에서 농기계 회사 대표가 기조연설을 한 것은 매우 의미 있는 일이다. 기후위기, 식량위기 등 인류의 당면 과제 해결에 농업이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는 시대적 공감이 반영됐기 때문이다.

농업은 인류의 삶과 가장 밀접한 산업이다. 우리가 매일 누리는 음식과 옷, 연료를 생산하고 토지의 생산성을 유지해준다. 하지만 이렇게 중요한 일을 담당하는 농업인들은 기후와 생태계 변화, 농자재값 상승, 농지 감소와 노동력 부족 등 수많은 어려움을 감내해야 한다.

농업이 직면하고 있는 문제는 ‘스마트 농업’의 도입으로 해결해나갈 수 있다. 농업 선진국들은 1990년대부터 정밀농업을 도입해 생산성 향상 및 생산비 절감을 실현했고, 농약과 비료 투입을 최소화해 환경보전을 실천해 왔다. 이런 정밀농업 기술에 정보통신기술(ICT) 융복합 기술을 접목한 것이 바로 스마트 농업이다.

소농이 대부분인 한국에서는 스마트 농업으로의 전환을 부정적으로 보는 시선이 많다. 경영 규모나 재배 환경이 농업 선진국과 다르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이제 농업 기술 혁신은 우리와 미래 세대의 생존을 위한 필수과제가 됐다. 기술 혁신은 더 적은 자원으로 더 많이 생산할 수 있도록 도와주며, 예측이 불확실한 환경에서도 안정적인 식량 생산을 가능케 한다. 환경오염을 줄이며 농업 생산의 지속가능성도 높일 수 있다.

농업 강국인 네덜란드는 한반도 면적의 20%에 불과한 작은 나라다. 국토의 상당 부분이 해수면보다 낮아 방조제와 간척 기술의 고도화로 열악한 농업 조건을 극복해왔다. 네덜란드는 지형적 한계와 소농들의 강력한 반대에도 일찍이 혁신 기술을 통한 농업생산 효율화 정책을 펼쳤다. 그 결과 세계 2위의 농산물 수출국이 됐다.

스마트 농업은 우리가 가진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다. 우리 농산물은 높은 지대와 임금으로 인해 수입 농산물보다 가격경쟁력이 낮다. 하지만 ICT 강국인 우리나라가 농업의 생산, 유통, 소비 전 분야에 ICT 기술을 적극적으로 도입한다면 우수한 품질과 소비 트렌드를 반영한 서비스, 마케팅 등을 통해 충분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또 스마트 농업은 고령 농업인의 지식과 경험을 데이터 형식으로 젊은 층에 전수할 수 있어 고령화에 따른 농업 위기도 해결할 수 있다.

스마트 농업 확산을 위해서는 농업 기술 교육, 경영 규모화를 위한 금융지원 등 스마트 농업 경영체의 경쟁력 향상을 위한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 이는 소규모 영세농가를 위한 지원 정책과 분리해 추진할 필요가 있다. 제도적 지원에 힘입어 스마트 농업 기술이 보편화된다면 농업 생산성은 물론 지속가능성도 향상될 것이다.

관행적인 농업 방식과 제도를 혁신하고, 스마트 농업 기술을 적극적으로 발전시켜 우리나라가 작지만 강한 첨단 농업 강국으로 도약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