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아라비아가 나 홀로 감산을 깜짝 결정한 데 이어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주요 산유국 협의체인 OPEC+가 감산 연장을 결정하며 국제유가가 급격히 치솟았다.

4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7월물) 가격은 전 거래일보다 1.64달러(2.34%) 상승한 배럴당 71.74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북해산 브렌트유는 1.85달러(2.49%) 상승한 76.13달러에 매매됐다.
사우디 추가 감산 소식에…2% 급등한 국제유가 [오늘의 유가]
국제 유가가 급등한 배경엔 OPEC+의 감산 연장 조치가 있다. 이날 OPEC+는 정례 장관급 회의를 개최하고 자발적 감산을 내년 말까지 연장하기로 합의했다. 내년 1월부터는 하루 원유 생산량을 지금보다 140만배럴씩 감소한 4046만배럴로 줄어들게 된다.

OPEC+는 원유 시장을 안정시키기 위해 감산을 합의했다고 밝혔다. 압둘아지즈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에너지부 장관은 이날 “시장에 안정을 가져오는 데 필요한 것은 모두 실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OPEC+ 다음 정례 회의는 11월 26일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린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이날 추가 감산을 발표했다. 하루 원유 생산량을 지난달 1000만배럴에서 다음 달 900만배럴로 한 달간 감축한다. 지난달부터 하루 50만배럴 자발적 감산에 들어간 데 따른 후속 조치다. 사우디아라비아는 100만배럴 추가 감산 조치를 7월 이후에도 연장할 것으로 관측된다.
사우디 추가 감산 소식에…2% 급등한 국제유가 [오늘의 유가]
앞서 OPEC+ 회원국은 지난해 10월 하루 200만 배럴 감산에 합의했고, 올해 4월에는 일부 회원국이 자발적인 추가 감산을 결정해 발표했다. 사우디와 러시아가 주도한 자발적 감산과 기존 감산량을 합치면 총 하루 366만 배럴 규모다. 전 세계 석유 수요의 4% 달한다.

지난달 국제유가는 안정세에 접어든 것처럼 보였다. OPEC+가 4월부터 감산에 들어갔지만, 중국의 경기회복 속도가 더뎌지면서 수요가 줄어든 탓이다. 지난 한 달 간 국제 유가는 11%가량 하락했다.

국제 유가가 하락하자 러시아와 사우디아라비아가 유가 상승에 합의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서방국가의 제재로 인해 저가 원유를 대량 매도하던 러시아와 재정 적자를 피하기 위한 사우디아라비아의 이해관계가 상충해왔다. 이번 회의를 통해 양국이 합의점을 찾았다는 분석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번 조치는 세계 최대 산유국인 사우디와 러시아의 긴장이 고조되는 가운데 나왔다"며 "양측은 (앞서) 감산에 합의했지만, 러시아가 시장에 값싼 원유를 대량으로 공급해 에너지 가격을 떠받치려는 사우디의 노력을 약화했다"고 짚었다.

단기간에 미국 내 유가가 급격히 치솟진 않을 거란 분석도 나온다. 원유 재고가 아직 넉넉한 상태라서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지난달 26일 기준으로 한 주간 원유 재고는 전주 대비 448만 9000배럴 늘어난 4억 5965만7천배럴로 집계됐다. 전문가들의 전망치인 140만배럴 감소와 달리 증가했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