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양국 간 항공편이 현행 주 950회에서 여름 성수기까지 주 1000회로 증편된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어제 열린 대외경제장관회의에서 이 같은 방침을 발표했다. 해빙기를 맞은 양국 간 경제 협력을 도모한다는 측면에서 환영할 만한 일이지만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는 여행수지 적자를 고려하면 걱정이 앞선다.

올해 1~4월 일본을 방문한 한국인은 206만7700명에 달했다. 같은 기간 한국을 방문한 일본인 관광객은 48만1920명에 그쳤다. 일본인 1명이 한국을 방문할 때 한국인 4명 이상이 일본으로 나간 셈이다. 이 여파로 올 1분기(1~3월) 여행수지 적자는 3년 반 만에 최대치를 찍었다. 본격적인 여름 휴가철을 앞두고 여행수지 적자가 경상수지 개선을 가로막을 것이란 우려가 높다. 더욱이 수출이 구조적인 침체에 빠져 상품수지가 6개월 연속 적자를 기록한 상황이다.

서비스수지의 가장 큰 적자 항목인 여행수지 개선을 위해선 관광산업 활성화가 절실하다. 정부도 6월을 여행 가는 달로 정하고 국내 숙박시설 할인권을 배포하는 등 안간힘을 쓰고 있다. 하지만 이런 일회성 이벤트로 여행수지 적자 흐름을 바꾸기는 어렵다. 관광 인프라 개선 등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정부는 물론 여야 정치권이 K관광 경쟁력 확보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투자 활성화와 해외 홍보 등에 힘을 모아야 한다.

일본은 2000년대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 2010년대 아베 신조 총리가 관광대국의 틀을 닦았다. 고이즈미 내각은 2003년 방일객을 두 배로 늘리는 ‘비지트 재팬 캠페인’을 시작했다. 일본인 위주로 돼 있던 교통, 숙박 관련 인프라를 외국인들도 이용하기 편리하게 바꿨다. 아베 총리는 아예 관광 분야의 ‘컨트롤타워’를 맡아 매달 전략회의를 주재했다. 이런 노력으로 외국 관광객이 15년 새 6배 증가해 2018년 3000만 명을 넘어섰다. 엔데믹 이후 빠르게 회복해 올해도 2000만 명을 웃돌 것이란 전망이다. K팝, K드라마에 힘입어 한국에 대한 외국인들의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높다. 한국도 이 기회를 잘 활용해 지금이라도 장기적인 관광대국의 기틀 마련에 나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