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타 되찾은 최예본, 생애 첫승 '정조준'
골프 격언 중에 ‘정타가 곧 장타’라는 말이 있다. 최예본(20·사진)은 지난해 이 격언을 절감한 선수다. 그는 ‘스펙’만 놓고 보면 멀리 쳐야 하는 선수다. 키가 173㎝로 투어 평균을 훌쩍 넘고, 팔다리도 길어 스윙 스피드를 낼 수 있는 요건을 갖췄다. 그런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에 데뷔한 지난해 드라이버 평균 비거리는 239.89야드(43위)에 그쳤다. 비거리 영향이 컸는지 지난해에는 시드까지 잃었다가 올해 시드순위전(10위)으로 기사회생했다. 최예본은 “어릴 때부터 멀리 치는 건 자신 있었는데, 신인 때는 샷이 제대로 맞지 않으니 거리가 날 수 없었다”고 했다.

최예본은 겨울 전지훈련에서 드라이버샷을 되찾는 데 대부분의 시간을 쏟았다. 새로 손잡은 최현규 코치와 베트남에서 7주 동안 샷을 가다듬었고 장타를 되찾는 데 성공했다. 그 덕분에 올해 국내 투어에서 발발한 ‘장타 전쟁’에서 최상위권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올 시즌 8개 대회에 출전해 평균 251.18야드를 기록해 전체 5위다. 259.63야드를 쳐 1위인 방신실(19)에게도 크게 뒤지지 않는다.

최예본은 되찾은 ‘장타 본능’을 앞세워 생애 첫 정규투어 우승까지 바라보고 있다. 그는 1일 인천 베어즈베스트청라GC(파72)에서 열린 KLPGA투어 롯데오픈(총상금 8억원) 1라운드에서 6언더파 66타를 쳐 단독 선두로 나섰다. 이글 1개에 버디 4개를 잡는 동안 보기는 하나도 없었다.

최예본은 완벽에 가까운 경기력을 뽐냈다. 멀리 쳐놓고 짧은 아이언으로 그린을 공략하니 그린 적중률은 94.4%에 달했다. 그린을 딱 한 번 놓친 9번홀(파4)에서도 공이 에이프런에 올라갔다. 100%에 가까운 그린 적중률에 최예본은 “실수가 없었다”며 웃었다.

이글이 나온 10번홀(파5)도 장타를 친 게 큰 도움이 됐다. 티샷으로 259.1야드를 친 뒤 우드로 약 230야드를 보내 공을 두 번 만에 그린 앞 60야드 지점에 갖다놨다. 세 번째 샷을 그대로 넣으면서 이글을 낚았다.

최예본은 지난주 열린 E1채리티오픈에서 11위에 올라 데뷔 후 최고 성적을 냈을 정도로 상승세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에서 뛰다 2주 연속 국내 나들이에 나선 최혜진(24)은 2주 연속 ‘톱10’ 기록에 청신호를 켰다. 지난주 E1채리티오픈에서 7위에 오른 그는 이날 보기 없이 버디만 3개를 깔끔하게 잡았다.

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