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군사정찰위성 발사에 실패했다. 북한은 어제 평안북도 동창리 일대에서 정찰위성 ‘만리경-1호’를 탑재한 우주발사체를 쏘아 올렸지만, 로켓이 추진력을 상실하면서 전북 어청도 서쪽 200여㎞ 해상에 추락했다. 북한은 이례적으로 발사 후 2시간30여분 만에 실패를 인정했다. 발사체 1단 분리에는 성공했으나, 2단 엔진 점화가 비정상적으로 이뤄지면서 추진력을 잃었다는 것이다. 정찰위성 발사 성공을 대내외에 과시하려던 북한으로서는 체면을 구겼다. 기술적 완결성보다 정치적 목적에 따라 발사를 서두른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성패를 떠나 북한의 정찰위성 발사는 탄도미사일 기술을 이용한 모든 발사체 사용을 금지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위반임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 정부가 “한반도와 국제사회의 평화와 안전을 위협하는 심각한 도발”이라고 규탄한 배경이다.

그동안 북한이 보여온 자신감으로 볼 때 이번 실패는 예상 밖이다. 정찰위성은 극초음속미사일, 다탄두 유도 기술, 고체연료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핵추진 잠수함 등과 함께 북한이 2021년 1월 노동당 대회에서 제시한 5대 핵심 과업이다. 정찰위성에 대한 김정은의 지대한 관심은 최근 행보에서도 드러났다. 김정은은 지난 4월 17일 국가우주개발국을 찾아 정찰위성 제작 완성을 선언했고, 지난 16일엔 딸 김주애와 위성발사준비위원회를 현지 지도하며 ‘차후 행동 계획’을 승인하기도 했다. 북한은 발사가 임박해서는 예고기간(5월 31일 0시~6월 11일 0시)까지 대외에 공표했지만, 결국 국제적인 망신을 당한 꼴이 됐다.

그렇다고 안도할 일이 아니다. 1998년부터 인공위성 발사를 시도한 북한의 집요함을 감안하면 추가 발사는 불문가지다. 공교롭게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 3호 발사가 성공한 직후다. 북한이 준비해둔 예비 위성과 발사체를 이르면 이달 11일 이전에 발사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정찰위성은 한·미 전략자산의 움직임을 실시간 관찰해 미사일 공격의 정확도를 높인다는 점에서 위협적이다. 미국 일본 등 동맹 및 우방국들과 함께 철저한 대비 태세를 갖춰야 한다. 한·미·일 정상이 합의한 ‘북한 미사일 경보정보 실시간 공유’도 신속하게 실행할 필요가 있다. 그럼에도 북한이 추가 도발한다면 반드시 대가가 따른다는 점을 행동으로 보여줄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