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왕 전세사기 피해자들 "공인중개사가 범행에 적극 가담"
수백억원대 전세보증금을 가로챈 혐의를 받는 이른바 '건축왕'의 범행에 공인중개사들이 적극적으로 가담했다는 피해자들의 증언이 나왔다.

인천지법 형사1단독 오기두 판사는 이날 사기 등 혐의로 기소된 건축업자 A(61)씨와 공인중개사 등 공범 9명의 4차 공판에서 피해자 3명의 증인신문을 진행했다.

전세사기 피해자 B씨는 이날 증인신문에서 "계약 체결 과정에서 근저당을 불안해하니 공인중개사가 문제 된 적 없었고 무슨 일이 있으면 자신이 책임지겠다고 했다"고 답했다.

B씨는 지난해 3월 A씨의 바지 임대인이 소유한 집의 전세 계약을 맺었다.

전세보증금 1억 원 가운데 9천만 원은 은행 대출을 받았고 나머지 1천만 원은 그동안 모은 돈으로 냈다.

B씨는 "근저당이 있어 위험한 것 아니냐고 묻자 임대인이 돈이 많고 부자인데 이자도 밀린 적이 없다는 말을 반복했고 문제가 생기면 (보증금을) 보장해주겠다는 별도 서류까지 써 줬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 부동산에서 중개한 물건 대다수가 A씨 소유인 줄 알고 있었느냐"는 검찰 측 신문에는 "전혀 몰랐다"고 답했다.

이날 또 다른 증인으로 출석한 전세 사기 피해자 C씨도 검사 측 질문에 "부동산에서 이 물건은 우리가 계속 중개했던 물건이니 안전하다고 했다"며 "집 주인이 이자를 잘 내고 있으니 걱정하지 말라고도 했다"고 말했다.

C씨는 이어 "공인중개사는 집이 경매에 넘어가거나 위험에 처했을 때 보증금을 보장해주겠다며 이행보증서도 작성해줬다"며 "계약 당시 임대인은 만나지 못했다"고 답했다.

하지만 A씨 변호인은 전세 계약 체결 당시 임차인들은 A씨의 존재조차 알지 못했다며 사기죄가 성립되지 않는다는 취지의 신문을 이어갔다.

A씨 변호인은 이들 피해자에게 "A씨의 재력이나 세금 체납 여부 등은 전세 계약 체결 당시에는 아무 관계 없지 않았느냐"며 "존재를 모르는데 사기죄가 성립되느냐"고 물었다.

이어 "아직 피해가 현실화된 건 아니고 경매 결과에 따라 보증금 전액을 돌려받을 수 있지 않으냐"고도 말했다.

A씨 등은 지난해 1∼7월 인천시 미추홀구 일대 아파트와 빌라 등 공동주택 161채의 전세 보증금 125억원을 세입자들로부터 받아 가로챈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경찰은 A씨 등이 가로챈 전세 보증금이 이미 기소된 125억원을 포함해 총 430억원(533채) 규모인 것으로 보고 최근 검찰에 사건을 추가로 송치했다.

경찰이 계속 수사 중인 고소 사건이 남아 있어 A씨 일당의 최종 혐의 액수는 더 늘어날 수 있다.

경찰은 이미 재판에 넘겨진 10명을 포함한 A씨 일당 51명 중 18명에게는 국내 전세 사기 사건으로는 처음으로 범죄단체 조직 혐의를 적용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