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와 스테이무아 장군섬이 보이는 풍경
여수와 스테이무아 장군섬이 보이는 풍경
“일주일 정도 집을 떠나야 한다”는 말에 아내는 편안해 보였다. 남쪽 끝 '여수'에서의 일주일을 위해 집을 나서는 나에게, 아내는 “잘 쉬다 와”라는 격려의 메시지까지 던져주었다. “가장 좋은 남편은 집에 없는 남편”이라는 명언처럼, 꽤 혼란스러운 시작이다.

나의 사적인 여수 여행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사실은 서울시50플러스재단(행안부)의 '로컬 청년을 위한 50+커리어 멘토' 프로그램에서 (나름) 치열한 경쟁률로 합격 통보를 받으면서, '여수 일주일 살기'가 시작되었다. 개인적으로는 올해 8월경에 아내의 고향인 강원도 강릉으로 거처를 옮기려고 생각하였는데, 지방 도시에서의 생활은 어떠한지 궁금하기도 하였다.

인구 약 27만 명의 겨울에도 영하로 떨어지지 않는 따뜻한 남쪽 도시. 먹거리와 볼거리도 많고, 더구나 여수 밤바다까지 있으니. 여수는 처음부터 상상 이상의 도시였다.

그렇게 50+커리어 멘토 10명과 현지 로컬 청년 10명과의 일주일간의 동행이 시작되었다. 서울에서는 '2nd Tomorrow'와 여수에서는 '여수와'라는 기관이 협업하면서, 서로의 약한 고리를 채워주고 있었다.

프로그램은 오전에는 개인 시간, 오후에는 여수 청년들과의 시간으로 진행되었다.
인생 그래프를 통하여 서로를 더 알아보기, 인생과 커리어 토크 콘서트, 여수의 맛 체험, 여수를 깊이 알아보는 필드 트립등 프로그램은 완벽했다.

누군가에게 조언한다는 것은 결국 나에게 던져지는 또 다른 화두이다.

인생의 멘토로서 청년들에게 답을 하면서, 끊임없이 내가 살아온 여정들이 떠 올려졌다. 청년들의 질문 중에서 “예전의 20~30대로 돌아간다면 어떠한 인생을 살고
싶으냐”는 질문에는 가슴이 답답하기도 하였다. 내가 꼭 있어야 하는 자리에 가족들과 함께하지 못한 미안함과 아쉬움. 성공의 열정보다 인생의 균형이 필요함을 깨닫지 못한 철없는 나의 청년기가 생각나기도 하였다.

당시의 나에게도 멘토가 있었으면, 조금은 더 좋아지지 않았을까 하는 후회도 밀려온다.

온종일 새로운 맛집을 찾아다니면서, 순간의 행복감에 젖어 든 시간도 있었고, 때로는 불편한 점도 있었다. 띄엄띄엄 오는 대중교통, 서울과는 달리 외곽으로 이동할때면 멀리 돌아서 가야 하는 불편함. 주말 여수 관광지는 외지인들의 공간이었고, 관광객이 떠난 주중에만 공간의 평온함을 느낄 수 있었다.

그러나 그러한 불편함은 아주 사소한 일상일 뿐. 뒤돌아보면 가장 소중했던 것은 다른 이들과의 대화를 통하여, 나를 다시 돌아볼 수 있었던 시간이 아니었을까? 완전히 다른 공간에서 치열한 삶을 보냈던 동년배 50+멘토들은 나를 다시 자극하는 계기가 되었다.

오랜 날 오랜 밤을 함께한 이들과의 기억들은 여수에 남겨져 있고, 이제는 서울의 일상으로 다시 돌아와 있다. 함께 한 이들과의 추억은 기억의 편린처럼 한편의 장편 영화로 기억될 것이다.

우리 다시 그곳에서 같은 열정으로 다시 함께 할 수 있을까?

<한경닷컴 The Lifeist> 이동고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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