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개인방송에 자사 광고 노출  존리에 중징계 처분
금융감독원이 존 리 전 메리츠자산운용 대표(사진)에게 ‘직무정지’에 해당하는 중징계 처분을 내렸다. 개인 유튜브 방송에서 자사 광고를 노출하고, 부동산 펀드를 운용하면서 전문 인력을 배치하지 않은 점 등에 대해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가 있다고 판단했다. 다만 논란을 빚었던 차명 투자 의혹은 징계 대상에서 빠졌다.

금감원은 25일 제재심의위원회를 열고 존 리 전 대표에 대해 직무정지와 25억원 규모의 과태료 부과를 결정했다. 직무정지는 금융회사 임원 제재 가운데 해임 권고 다음으로 수위가 높은 중징계다. 앞으로 3~5년간 금융회사 임원으로 선임될 수 없다. 최종 제재 수위는 다음달 금융위원회에서 확정된다.

금감원은 존 리 전 대표가 개인 유튜브 방송에서 자사의 투자상품을 무단으로 광고했다고 설명했다. 부동산 전문 인력 부족에도 부동산 펀드 운용을 강행한 것 역시 자본시장법 위반이라고 판단했다. 가장 큰 논란이 된 차명 투자 의혹과 관련해서는 징계 조치가 이뤄지지 않았다. 금감원은 자본시장법상 금융투자업계 임직원의 차명 투자는 금지돼 있지만, 비상장회사에 대해선 투자 신고의 의무가 없다고 설명했다.

대신 메리츠자산운용이 차명 투자 의혹이 불거진 회사에 투자한 것은 이해상충 여지가 있다고 판단해 주의적 경고 조치를 내렸다. 존 리 전 대표는 메리츠자산운용 재직 당시 지인이 설립한 온라인투자연계금융(P2P)업체 P사에 아내 명의로 지분 6%가량을 투자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이후 메리츠자산운용 펀드가 해당 회사에 투자했는데, 이 과정에서 펀드 가입자에게 충분한 사실관계를 설명하지 않았다는 것이 문제가 됐다. 금감원은 메리츠자산운용에 대해서도 기관경고 조치를 부과하기로 했다.

존 리 전 대표는 국내 1세대 가치투자자로 분류된다. 2014년부터 메리츠자산운용 수장으로 회사를 이끌어왔다. 하지만 논란이 커지자 지난해 6월 사표를 내고 대표직에서 물러났다.

금감원은 강방천 전 에셋플러스자산운용 회장에 이어 존 리 전 대표에게까지 직무정지 처분을 내리며 강경 대응에 나섰다. 시장 신뢰 회복이라는 이복현 금감원장의 입장을 반영한 조치로 풀이된다. 이 원장은 지난해 8월 임원회의에서 ‘오얏나무 아래에서 갓끈을 고쳐 매지 말라’라는 속담을 인용하며 “자산운용사 경영진이 높아진 도덕적 잣대를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동훈 기자 lee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