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증시가 개인 투자자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엔저'와 경기회복 기대감에 일본 닛케이225 지수가 30여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일본의 경제 성장, 통화 정책 등이 불확실해 신중히 투자할 것을 권하고 있다.

23일 한국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 세이브로에 따르면 이달 들어 국내 투자자들은 일본 주식을 70만3300달러 순매수하고 있다. 2, 3월 일본 주식을 순매도했던 국내 투자자들은 지난달 50만달러 규모를 순매수한 데 이어 이달 들어 순매수 규모를 더욱 늘리고 있다.

일본의 대표 지수인 닛케이225는 지난 22일 31,086.82에 거래를 마쳤다. 이는 1990년 8월 이후 32년 9개월 만에 기록한 최고치다. 도쿄 증시 1부 종목을 모두 반영한 토픽스지수도 7거래일 연속으로 올라 2175.9에 마감했다.

해당 지수를 추종하는 국내 상장지수펀드(ETF)도 덩달아 강세를 보였다. 토픽스 지수를 2배로 추종하는 'ACE 일본TOPIX레버리지(H)'는 이달에만 11.97% 올랐다. 전체 ETF 가운데 수익률 3위에 해당한다. 개인 투자자는 지난달 이 상품을 1500만원어치 순매도했는데, 이달 들어선 2억원어치를 사들이고 있다.

국내 투자자들이 가장 많이 사들인 일본 주식(ETF 제외)은 제약회사인 다이이치산쿄로 262만달러를 순매수했다. 이어 부품 회사인 쿄세라(214만1422달러), 모터 제조사 니덱(141만3871달러), 스포츠 용품사 아식스(129만7505달러), 혼다(117만7337달러) 등을 사들였다.

일본의 증시가 강세를 보인 배경엔 일본의 통화 완화 정책이 있다. 일본이 여전히 제로금리를 유지하는 영향으로 엔화 가치가 떨어져 있어 향후 환차익을 기대할 수 있다는 점이 투자심리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엔화 가치가 하락했을 때 일본 주식을 사놨다가 향후 엔화가 강세로 전환하면 주식 매도할 때 환차익을 얻을 수 있다.

워런 버핏 벅셔해서웨이 회장이 일본 주식 추가 매수 의향을 드러낸 것도 투자자들의 심리를 자극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워런 버핏은 일본을 방문해 "일본 5대 종합상사의 지분율을 7.4%까지 늘렸다"며 "일본은 미국 외의 최대 투자처"라고 밝혔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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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가에선 단기 과열을 우려해 투자에 주의할 것을 조언한다. 문남주 대신증권 연구원은 "현재 일본 증시의 단기 급등을 전술적으로 비중 축소 기회로 삼아야 한다"며 "닛케이225지수가 3만선에 안착하는 것을 확인한 뒤 대응해도 늦지 않다"고 말했다.

문 연구원은 일본의 주식 지수가 꾸준히 상승하려면 먼저 경제 성장과 통화 정책에 대한 불확실성이 해소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난달 일본은행(BOJ)은 전년 대비 올해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1.7%에서 1.4%로 낮췄다"며 "최근 통화정책회의서 BOJ가 피벗(통화정책 전환)에 대한 여지를 남겨 정책 방향을 예상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2분기 일본 GDP가 발표되는 8월 중순 이후, BOJ 정책 수정이 예상되는 3분기가 돼야 일본 증시가 추세를 갖고 움직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채윤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향후 일본의 주가 지수가 30,000선 위에서 안착할지는 향후 1~2주간 동향이 관건"이라며 "일본 지수의 과열감을 나타내는 등락비율은 143.3%에 달하며 과매수를 나타내는 120%를 웃돌았다"고 말했다. 이어 "단기 과열감이 있는 만큼 닛케이225 지수가 30,500선까지 상승하고 나면 차익 실현 매물에 따른 조정 국면이 나타날 수 있다"고 예상했다.

진영기 한경닷컴 기자 young7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