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열과 3열·적재공간의 황금 비율 구현
-공간 활용도 높여 BEV 특징 강조

기아가 선보인 플래그십 전기 SUV 'EV9'이 등장과 동시에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 높은 가격임에도 불구하고 사전계약 약 1주일만에 1만대를 넘기면서 깜짝 실적을 보여준 것. 그 배경은 지금까지 전기차에 없던 광활한 크기와 공간이 꼽힌다. 그만큼 실내에 집중한 모습인데, 구체적인 개발 과정과 숨은 뒷 이야기를 살펴보기 위한 시간이 마련됐다. 지난 19일 경기도 광주에 위치한 한 스튜디오에서 EV9 개발자들을 만나 EV9 포지셔닝 전략 및 실내공간 활용성 등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다음은 연구원들과 나눈 일문일답.

기아, "EV9은 사용자 경험과 공간 활용의 달인"

-실내 공간에서 가장 중점을 둔 부분은
"EV9은 최초의 3열 대형 전기 SUV다. 그만큼 참고를 하기 보다는 새로운 세그먼트를 만들어간다는 목표로 개발을 시작했다. 핵심은 실내 구성이다. 내연기관은 2열 좌석 밑에 연료탱크가 들어가는데 EV9은 이 부분에서 제약이 없고 평평한 바닥을 만들 수 있었다.

두 번째는 시트 활용도를 높이는 것이었다. 스위블 시트가 대표적인데 회전을 통해 활용도를 키우고 실내를 집과 같이 만들기 위한 노력을 이어갔다. 기존 대형 SUV인 기아 모하비나 현대차 팰리세이드의 경우 3열에 탔을 때 좁은 감이 없지 않아 있다. 하지만 EV9은 훨씬 더 여유로운 공간을 구현했고 성인이 탑승해서 장거리를 이동해도 문제 없다.

사용자 경험(UX) 관점에서는 앞으로 사용자가 어떤 시나리오를 기반으로 액티비티를 즐길 수 있을까 생각했다. 여러 가설을 세우고 연구한 결과 지금의 차가 나왔다. 예를 들어 스위블 시트와 함께 다른 부가적인 요소에서 경험을 높일 수 있다. 엠비언트 라이트와 수납형 콘솔 등 시트를 돌린 상태에서 더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을만한 것들을 고민했고 조화로운 공간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기아, "EV9은 사용자 경험과 공간 활용의 달인"

-실제 크기는 어느 정도 강점을 보이는지
"전체 길이는 시장에 나와있는 대형 SUV와 비슷한 수준이지만 공간을 생각하면 EV9이 우세하다. 실질적으로 발 닿는 곳부터 머리 위까지 모두 따지면 팰리세이드보다 크다. 이 외에 리비안 R1S 같은 경우도 직접적으로 분석하지는 못했지만 EV9이 압도적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우리의 또 다른 장점은 시트의 활용이다.

현재 3열 전기 SUV의 경우 리비안 R1S, 볼보차 EX90 정도가 있지만 이 차들은 벤치 시트가 중점적이다. 반면 EV9은 선택지가 많다. EV9의 경우 6인승 3종, 7인승 1종의 총 네 가지 시트 구성을 제공한다. 1열에는 2열 탑승자의 시각적 개방감을 높이고 안락한 분위기를 연출하기 위해 헤드레스트에 메쉬 소재를 사용했으며 편안한 휴식 자세를 돕는 릴랙션 시트 및 운전석 에르고 모션 시트를 적용했다"

-스위블 시트를 통해 어떤 경험을 하기 원하는지?
"스위블 시트는 사용성 측면에서 2열과 3열이 바라보는 것도 있지만 3열을 접고 2열에서 활용도를 높이는 것도 가능하다. 레저나 휴식 즐기기 위한 용도를 고려한 것이다. 이처럼 다양한 경우의 수를 생각했다. 바깥쪽으로 도는 것도 마찬가지다. 유아용 시트를 쉽게 체결하기 위해서도 도움이 될 것이고 차에 앉아서 낚시대를 던지거나 아웃도어 활동에 조력자 역할도 할 수 있다.

모빌리티에 대한 공간과 개념을 깨보자 시도를 했었고 결과물이 잘 나온 것 같다. 우리는 단순히 플랫폼을 제공했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이 기능을 가지고 소비자들이 차에서 무엇을 만들어갈 수 있을지 무척 궁금하다. 다양한 시트 베리에이션을 통해 실제 사용자들은 더 무궁무진하게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3열의 경우 시트를 높게 올리고 허벅지를 붙게끔 하는 게 더 좋지 않았을까
"여러 체형을 고려해야 했다. 장신자에 맞추려면 시트 높이가 올라가야 하고 반대로 단신자는 낮춰야 한다. 우리는 비율상 단신자가 많지 않을까 생각했고 평균값을 고려해 지금 위치를 정하게 됐다. 이와 함께 시트가 높아지면 접었을 때 올라가기 때문에 평탄화도 제약이 있다. 또 시트를 높이면 선회력에서 어지러움 등을 느끼는 탑승자도 있다. 안정성과 안락감 등 종합적인 판단을 내려 진행했다"
기아, "EV9은 사용자 경험과 공간 활용의 달인"

-3열 시트를 뒤쪽으로 밀거나 2열 시트를 얇게 만들어서 거주공간을 확보할 생각은 없었는지
"모든 탑승자가 이동을 했을 때 짐 공간이 어느 정도 필요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만큼 트렁크 공간 확보가 중요했고 지금 위치에 3열을 정하게 됐다. 2열 시트는 얇게 만들면 몸을 온전히 잡아주는 착좌감을 비롯해 안락한 느낌이 부족하다. 또 EV9 2열의 경우 마사지 기능 등 다양한 기술이 들어가야 하기 때문에 지금의 시트를 정했다. 이 외에 안쪽을 파는 방법도 있겠지만 접었을 때 평탄화를 고려해 하지는 않았다"

-실내 공간을 구현할 때 참고했던 차는
"EV9은 3열 대형 전기 SUV 시장 개척자나 다름없다. 그만큼 우리의 적은 우리였다. 참고할 만한 차는 팰리세이드나 텔루라이드 정도인데 이 차들보다 더 좋은 공간을 제공하기 위해 노력했다. 처음 진입하는 세그먼트다 보니 많은 고민과 콘셉트를 진행했던 기억이 있다"

-실내 수납공간이 많은 편인지
"콘솔적인 측면에서 본다면 1열 가운데가 뻥 뚫려있어 대형 수납이 가능하다. 또 서랍 위에 트레이를 마련해 활용성을 키웠다. 깊이는 다소 낮지만 대신 2열에서 깊은 슬라이딩 공간을 확보해 만족감을 키웠다. 3열 주변에도 트레이 공간을 많이 확보했다. 콘솔박스는 항공기 구조 콘셉트로 무거운 짐들도 쉽게 넣을 수 있게 공간 배치를 새로 정의했다"

-의전용으로 실용 가능성은?
"릴렉션 시트가 있다. 무릎 받침까지 구성해 버튼 한번만 누르면 최적의 각도로 펼쳐진다. 이를 구현하면서 고급감을 부여하고자 했고 마사지 기능 및 헤드레스트 개방감 등 피로감을 줄이면서 만족을 키울 수 있는 고급 기능으로 구성하려고 노력했다"

-다음 차종에 꼭 넣고 싶은 기능이 있는지?
"전기차의 경우 배터리가 관건이다. 큰 용량을 탑재하면 주행거리는 늘어나지만 무게는 무거워진다. 에너지 효율성이 낮아지면 큰 의미가 없기 때문에 고민이 많다. 다음 차에는 더 효율적으로 만들기 위한 연구가 필요할 듯하다. 실내는 3열 슬라이딩을 생각했었다. 이를 통해 상황에 맞춰서 적재 공간을 더 넓게 가져가려고 했는데 1, 2열 사이 간격 등 여러 가지를 고려해서 넣지는 않았다"
기아, "EV9은 사용자 경험과 공간 활용의 달인"

-어떤 소비자들이 이 차를 구입하기를 바라는가
"전기차를 가지고 나만의 공간을 가지면서도 가족을 위해서 시간을 사용할 수 있는 사람들을 타깃으로 정했다. 예를 들면 4인 가족 뿐만 아니라 자녀의 친구들을 픽업한다던지 아이들을 기다리면서 다양한 실내 기능들을 즐기는 것 같은 상황이다.

카니발과 같은 미니밴이 다소 아쉽고 그렇다고 팰리세이드를 사자니 공간이 부족하지 않을까 하는 고민 속에 두 가지를 모두 만족시키는 차로 EV9은 제격이라고 본다. 공간적인 면에서 충분하고 스타일 적으로도 나를 표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즉 운전자와 패밀리를 모두 만족시키기 위한 차가 EV9이다"

김성환 기자 swkim@auto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