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은 없이 영어로만 쓰인 '한국 식당' 메뉴판을 향해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22일 여러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메뉴판 한국어로 쓰는 법 좀 만들었으면 좋겠어요'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글에는 한글 표기는 찾아보기 힘든 식당, 카페의 메뉴판 사진도 첨부됐다.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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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A씨는 "다 한국 식당 메뉴판인데, '무슨 음식에 뭐가 들어갔는지' 정도는 한글로 써야 하는 거 아니냐. 2030만 사는 세상도 아니고, 나이 든 분들이나 어린아이들은 뭐 주문이나 할 수 있겠냐"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영어로 써놓고 진짜 외국인이 와서 영어로 주문하면 못 알아듣더라. 또 '1인 1음료', '이용 시간' 이런 건 기가 막히게 한글로 써놓던데 웃기지도 않는다"며 "나라에서 한국 메뉴판에 대한 법 좀 만들어줘라"고 덧붙였다.

A씨의 문제 제기에 공감한 네티즌들 사이에서는 "여기가 한국인지 미국인지 모르겠다", "진짜 허세만 가득하다", "외국인이 많이 오는 식당이라도 작게나마 한글을 적어놔야 하는 것 아닌가", "영어로 써놓으면 뭔가 있어 보인다고 생각하나", "저런 거에 허영이 생기는 게 참 안타깝다" 등 냉소적인 반응이 나왔다.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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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인스타그램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젊은 층의 인기를 끄는 데 성공한 식당이나 카페에서 영어로 쓰인 메뉴판을 제공하거나 직원들이 영어로 메뉴를 설명하는 경우가 점차 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에는 서울의 한 유명 카페에서 미숫가루를 'MSGR'로 표기해 판매한 것이 알려져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같은 외국어 사용의 속내에는 '문화적 허영심'이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국립국어원이 일반 국민의 언어사용 행태를 조사해 2020년 발표한 '언어 의식 조사' 결과에 따르면 외래어나 외국어를 많이 사용한다고 응답한 국민들이 밝힌 외래어나 외국어 사용 이유 중에는 '우리말보다 세련된 느낌이 있기 때문'(15.7%)이라는 응답도 상당수 존재했다. 가장 큰 이유는 '의미를 보다 정확하게 전달할 수 있기 때문'(41.2%)이었다.

한편, 한국에서 한글 없는 메뉴판은 불법이기도 하다. 옥외광고물법에 따르면 광고물의 문자는 원칙적으로 한글맞춤법이나 국어의 로마자표기법, 외래어표기법 등에 맞춰 한글로 표시해야 한다. 외국어도 한글과 같이 적어야 한다. 이를 위반하면 5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될 수 있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
영상=유채영 한경닷컴 기자 ycyc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