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들어 지난 4월까지 누적 무역적자는 252억달러에 달한다. 사상 최대를 기록한 지난해(447억9000만달러) 무역적자의 절반을 이미 넘어섰다. 주력 수출 품목인 반도체의 부진과 중국에 대한 수출 위축이 원인이라고 한다. 하지만 어제 나온 전국경제인연합회의 ‘최근 10년간 수출 품목의 무역특화지수 분석’ 보고서는 다른 얘기를 하고 있다. 수출 경쟁력의 전반적 저하라는 구조적 문제 탓이란 진단이다.

우리가 상대적으로 경쟁 우위를 가진 수출특화 품목은 2013년 401개에서 지난해 375개로 줄어든 반면 열위에 있는 수입특화 품목은 815개에서 846개로 늘어났다. 특히 지난해에는 수입특화 품목이 31개 증가해 10년 새 최고치를 기록한 데 비해 수출특화 품목은 26개 감소하는 등 급격히 심화하는 추세를 나타냈다.

최근 5년간 우리나라의 세계 수출시장 점유율은 2017년 3.23%에서 지난해 2.74%로 추락했다. 무역으로 먹고사는 나라에 수출 하락은 성장률 둔화는 물론 경제 전반의 위기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국제 경제기관들이 올해 한국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1%대 중반 아래로 앞다퉈 떨어뜨린 이유다. 지난해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18년 만에 대만에 밀리고, 올 1분기 경제성장률이 ‘잃어버린 20년’을 겪은 일본에 추월당한 근본 원인도 무너져 내리는 수출 경쟁력에서 찾을 수 있다. 이대로라면 올해 성장률이 25년 만에 처음으로 일본에 역전된 뒤 고착화할 가능성도 높다.

4차 산업혁명이 가속화하는 가운데 미·중 갈등과 보호무역 강화에 따른 글로벌 공급망 위험 등으로 산업이 대전환기를 맞고 있다. 조선, 디스플레이, 가전, 통신 등 기존 주력 산업뿐 아니라 반도체, 미래차, 바이오 등 첨단 산업 역시 글로벌 지형 재편을 마주하고 있다. 천수답처럼 반도체 사이클 호전과 중국 리오프닝 특수를 바라며 ‘상저하고(上低下高)’를 기대하고 있을 때가 아니다. 정부는 단기적 지원을 통한 수출 회복에 중점을 두고 있는데 이런 대증 처방으로는 안 된다. 집중적인 투자와 지원을 통해 고부가가치 성장동력을 창출할 수 있는 미래 신성장 산업 중심으로 수출 구조를 과감히 바꿔나가야 한다.